최단신 외인 비예나 “슬프다, 기량 보여줄 날만 기다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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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가 중단됐던 지난 22일 경기도 용인의 대한항공 웨이트룸에서 하체 강화 훈련을 하는 비예나의 모습. 대한항공 제공

프로배구 V-리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조기 종료되면서 대한항공은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한 경기 덜 치른 가운데 1위 우리카드와 승점 4점 차 접전을 펼치고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시즌 초반부터 대한항공 득점을 책임진 ‘모범 외인’ 안드레스 비예나(27·스페인)에게도 시즌이 조기 마감된 지금이 한국에 온 뒤 가장 힘든 순간이다. 스페인 국가대표 출신으로 이역만리 한국에 처음 와 팀 우승에 의욕을 보였지만 결국 시즌을 완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24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매일 훈련을 하며 팬들에게 기량을 보여줄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며 수차례 ‘슬프다’는 표현을 썼다.

비예나는 역대 V-리그 남자부에서 뛴 선수 중 가장 작은 194㎝의 외인이다. 외인들이 보통 2m 내외의 큰 신장을 활용해 고공에서 ‘찍어 누르는’ 배구로 팀을 이끌었기에, 작은 신장을 가진 비예나에 대해 트라이아웃 때부터 우려 섞인 시선이 존재했다. 시즌 중반이 지나면 체력이 고갈될 거란 걱정이었다.

하지만 비예나는 이런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켰다. 컵대회 결승전에서 27득점(성공률 67.56%)을 올리며 팀 우승을 이끌고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리그에서도 트리플크라운만 6번을 달성했고, 2·5라운드 MVP에 올라 펠리페(우리카드), 다우디(현대캐피탈), 송명근(OK저축은행)을 제치고 최다 수상자가 됐다. 득점 1위(786득점), 공격종합 1위(성공률 56.36%)에 위치해 있을 정도로 올 시즌 가장 뜨거운 활약을 보인 선수로 꼽힌다.


대한항공의 비예나(등번호 13번)가 지난해 10월 6일 전남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19 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전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팀의 3대 0 완승을 이끈 뒤 팀원들과 기뻐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비예나는 “팀에서 처음 우승컵을 들어 올린 컵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한국에서 가장 먼저 정한 목표인 리그 득점 1위를 달성한 것도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비예나에게도 흔들렸던 순간은 있었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2020 도쿄올림픽 예선에 주전 4명이 차출되며 팀과 본인의 성적이 난조를 보인 기간이다. 한선수가 예선전 당시 “빨리 귀국해 비예나의 멘탈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 비예나는 팀원들의 배려로 슬럼프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한선수 형의 부상과 동료들의 대표팀 차출로 (유)광우 형과 새로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 처음엔 잘 맞지 않았다”면서 “감독님의 조언과 팀원들의 도움으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스페인은 23일 오전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3만3089명, 사망자 2182명에 이를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 이에 스페인 남부 카디스가 고향인 비예나도 귀국 일정을 미뤘다. 2주 정도 팀에 머물며 코로나19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다. 비예나는 “가족들의 건강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보고싶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한국과 한국 배구에 대한 애정 섞인 포스팅을 거의 매일 올렸던 비예나는 다음 시즌에도 대한항공에서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대한항공도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비예나에 재계약 권한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비예나는 상기된 어조로 마지막 말을 남겼다.

“친절한 한국 사람들, 특히 추운 날씨에도 선수들 얼굴 한 번 보겠다고 기다려주는 열정적인 팬들을 만나 정말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어요. 다음 시즌 한국에서 뛸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죠. 제가 받은 것 이상으로 보여드릴 준비가 돼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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