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감독은 강백호 '1루수 전향'을 어떻게 설득했나[SS비하인드]
[수원=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두산전 이후 최종 결정할 생각입니다.”
KT 이강철 감독은 최근 강백호의 1루수 전향 최종 결정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25일 두산과 교류전에서 강백호는 3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교체없이 9회까지 뛰었다. 두산전 바로 다음날인 26일 이 감독은 훈련 종료 후 “강백호가 주전 1루수”라고 공식 언급했다.
이 감독이 강백호의 1루수 기용을 결심한 건 스프링 캠프 종료 후다. 당초 오태곤과 문상철이 무주공산인 1루 자리를 놓고 지난해 마무리 캠프부터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고심을 거듭한 이 감독이 꺼낸 카드가 강백호의 1루수 전향이다. KT 입단 후 줄곧 우익수로 출전한 강백호는 수비 불안을 안고 있었다. 이 감독은 강백호를 1루수로 기용하면 수비 불안을 해소하면서 공격력도 극대화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리고 외야 구성도 중견수 수비가 불안정한 멜 로하스 주니어를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덜한 좌익수로 보내면서 김민혁을 우익수로 보내고, 공수에서 기량이 상승한 배정대를 중견수로 기용하는 그림을 그렸다. 강백호의 1루 전향으로 내·외야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루수 전향으로 대표팀에서의 입지도 탄탄하게 굳힐 수 있다. 강백호는 미래 대표팀 4번 타자를 맡을 수 있는 재목이다. 하지만 외야수로 머물면서 수비 불안을 안고 있다면 사령탑 입장에서 기용하기 쉽지 않다. 지난해 열린 프리미어12에서도 김경문 감독은 강백호가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외야 수비 때문에 기용을 망설였다. 강백호가 1루수로 변신하면 김태균, 이대호, 박병호의 뒤를 이어 대표팀 붙박이 4번 타자 겸 1루수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확률이 더 높아진다.
이 감독의 설득에 강백호도 1루수 전향을 받아들였고, 이후 훈련 및 자체 청백전부터 본격적으로 1루수로 나서기 시작했다. 1루 수비에서도 큰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감독은 “포수 출신이라 공을 피하지 않는다. 몸으로 막아낸다. 땅볼 타구를 잡는 능력도 좋다. 센스가 있다”면서 강백호의 1루 수비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1루수’ 강백호는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