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 은퇴’ 이승준의 회고 “사람 맞아? 기계 아냐?”
[BO]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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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3 10:27
양동근은 지난 1일 KBL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울산 현대모비스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지도자를 목표로 삼고 있는 양동근의 해외 연수를 추진할 예정이다.
양동근은 불혹에 맞이한 2019-2020시즌에도 건재를 과시했다. 40경기 평균 10득점 3점슛 1.9개 2.7리바운드 4.6어시스트 1.2스틸로 활약한 것. 특히 평균 28분 24초는 국내선수 가운데 12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양동근은 선수로서 여전한 경쟁력을 보여줬지만, 줄곧 품어왔던 신념대로 최정상의 자리에서 현역생활을 마무리했다.
이승준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이승준은 “(양)동근이는 몸 관리를 정말 잘해왔던 선수라 여전히 젊은 선수처럼 뛴다. 부상도 적은 편이었다. 몇 시즌 더 뛸 줄 알았는데 은퇴한다는 소식을 접해 놀랐다. (전)태풍이도 얼마 전 은퇴하지 않았나. 같은 시대에 뛰었던 선수들이 하나둘 은퇴하니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게 느껴지더라”라고 말했다.
이승준은 이어 “동근이는 코로나19 때문에 팬들에게 제대로 인사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동근이처럼 우승도 많이 한 레전드라면, 굿바이게임을 멋있게 치르고 은퇴했어야 하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승준은 양동근과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호흡을 맞췄다. 귀화 후 대표팀에 처음 선발돼 은메달을 획득한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한국에 16년만의 월드컵 출전권을 안긴 2013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등에 함께 출전했다.
이승준은 이어 “KBL에서 좋은 포인트가드와 많이 뛰어봤지만, 동근이처럼 공수에 똑같은 에너지를 쏟은 선수는 없었다. 그게 정말 멋있었다. 공격, 수비 다 잘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가끔 ‘사람 맞아? 기계 아냐?’라는 생각도 했다(웃음)”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KBL에서는 유독 양동근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이승준은 귀화 전인 2007-2008시즌에 케빈 오웬스의 대체외국선수로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당시 양동근은 상무서 군 복무 중이었다. 또한 현대모비스는 2014-2015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이승준에 대한 영입의향서를 제출했지만, 규정상 거액을 제시한 서울 SK와 계약했다.
이승준은 “물론 동생(이동준)과 마무리를 잘할 수 있게 도와준 SK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동근이와 같은 팀에서 못 뛰어본 것도 많이 아쉽다. ‘귀화 전 더 빨리 KBL에 왔다면 동근이와 뛸 수 있었을까?’란 생각도 해봤다. 대표팀에서는 든든했지만, KBL에서 만난 동근이는 무서웠다. 유독 위닝샷이나 결정적인 플레이를 내준 기억이 많다”라고 돌아봤다.
이승준은 이어 양동근에게 보내는 인사를 부탁하자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렇게 힘든 운동을 다 하면서도 팬들에게는 힘든 내색 안 하고 즐거운 모습을 보여줬다. 대단한 사람이니까 새로운 인생도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가족도 중요하다. 아이들이랑 많은 시간 보내고, 와이프랑 데이트도 많이 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승준은 이후에도 양동근의 은퇴에 대한 아쉬움을 곱씹었다. “아쉽다. 한국 농구에는 동근이 같은 선수가 꼭 필요하다. 이제 이상민-김승현-양동근 계보를 이을 영 제너레이션은 누가 있나?”라고 묻기도 했다. 최근 열린 시상식에서 허훈이 국내선수 MVP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하자, 이승준은 “오, 정말? 역시 ‘농구대통령’의 피가 강하긴 한 것 같다”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