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달려온 현대건설, 그들이 빚어낼 결말은?
[BO]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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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7 10:48
[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장기레이스가 끝날 무렵이 되면 저마다 아름다운 결말을 꿈꾼다. 그것은 꿈으로 끝날 수도 있고, 현실로 만들어 지기도 한다.
도드람 V-리그 2019~2020시즌이 대단원을 앞두고 있다. 컵 대회 우승팀 현대건설은 여자부 정규리그 우승까지 손에 넣을 기세다. 하지만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리그 중단으로 인해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현대건설은 현재 3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승점 55점(20승7패)으로 2위 GS칼텍스(승점 54점)에 승점 1점 앞서고 있다. 9년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끝내기만을 남겨둔 셈이다. 현대건설은 2010~2011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 절치부심하며 달려왔다. 지난 시즌은 개막 후 11연패 늪에 빠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정규리그 5위(9승 21패)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 시즌은 시작부터 달랐다. 비시즌에 자유계약 선수(FA)로 IBK기업은행에서 고예림을 영입하며 윙스파이커 황민경의 짝을 찾았다.
그 결과 지난 9월 전남 순천에서 열린 컵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올 시즌 돌풍을 예고했다. 컵 대회 우승 효과는 정규리그에서도 이어졌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의 조련을 받고 돌아온 이다영의 현란한 패스웍이 돋보였다. 이다영은 현대건설식 '토털배구'의 지휘자로 코트안을 누볐다. '거미손' 양효진의 맹활약은 올 시즌에도 이어졌다. 한 때, 주전 선수들의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도희 감독 지휘 아래 극복하고 선두를 지켜냈다. 현대건설이 드라마틱하게 달려온 시즌을 돌아보며 어떤 결말을 맺을지 지켜보는 일이 리그 재개후 최대 관심사가 될 것 같다.
현대건설 지키는 버팀목, 이다영-양효진
현대건설은 1라운드에 3승 2패, 2라운드에 4승 1패를 기록하더니 3라운드에는 5승을 기록하며 점차 나은 모습을 보였다. 그 중심에는 세터 이다영을 빼놓을 수 없다. 이다영은 토털배구의 핵심으로써 적절한 상황에 다양한 공격수들을 향해 공을 올렸다. 윙스파이커, 미들블로커, 외인까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경기가 많았다. 주전 선수들의 공격 점유율 역시 전반적으로 고르다. 양효진은 20.19%, 황민경은 16.43%, 고예림도 15.46%, 정지윤이 13.40%의 효과적인 공격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다영은 현재 리그 세트 부문 역시 1위(세트당 11.36개)다.
이다영의 장점은 또 있다. 큰 키에서 나오는 블로킹과 공격수 못지않은 득점 능력이다. 이다영은 올 시즌 세트당 0.402개이 블로킹을 기록하며 자신의 평균인 0.346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또한 지난해 11월 3일 IBK기업은행전에서는 여자부 세터 최초로 사상 첫 두 자릿수 득점(10점)을 기록했다.
양효진도 3라운드에 공격 성공률 50% 이상을 넘는 등 팀의 라운드 전승 행진에 힘을 보탰다. 양효진은 현재 리그 공격 성공률(43.70%), 블로킹(세트당 0.85개), 속공(52.53%), 오픈 공격 성공률(40.31%) 모두 1위에 올라있다. 현대건설은 마야가 우측 슬관절 외측 반원상 연골 파열로 나가는 악재가 있었지만 두 버팀목 이다영과 양효진의 활약 속에 GS칼텍스를 제치고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 마야를 대신해 들어온 헤일리도 전반기 6경기에서 평균 17.5점에 40%에 가까운 공격 성공률(39.6%)을 보이며 힘을 보탰다.
'김연견의 부상'으로 흔들렸던 후반기
현대건설은 후반기 재개 후에도 4라운드에 4승 1패를 기록했고, 이 과정에서 양효진이 라운드 MVP를 수상하며 순조로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5라운드 첫 경기 2월 4일 흥국생명전에서 악재가 닥쳤다. 바로 주전 리베로 김연견의 부상이다. 김연견은 왼쪽 외측 비골 골절 부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됐다.
이후 현대건설은 흔들렸다. 이영주와 고유민이 번갈아가며 리베로로 출전했지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흔들렸다. 2월 15일 KGC인삼공사전 이영주와 고유민의 리시브 효율은 '0'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헤일리의 공격 부진까지 이어졌다. 헤일리는 리그 중단 마지막 경기인 GS칼텍스전을 제외하고 최근 세 경기인 IBK기업은행전(27%), GS칼텍스전(33%), 흥국생명전(31%) 공격 성공률이 모두 저조했다. 이로 인해 선두 자리를 잠시 GS칼텍스에게 내주기도 했다.
김연견 빠진 이후 현대건설의 리시브 효율(3월 1일 GS칼텍스전 제외)
2/11 한국도로공사전 25%
2/15 KGC인삼공사전 9.52%
2/18 BK기업은행전 17.24%
2/23 GS칼텍스전 28.71%
2/26 흥국생명전 28.17%
현대건설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리그 중단 전 마지막 경기 3월 1일 GS칼텍스전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다시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 양효진-정지윤 트윈타워가 33점을 합작했고, 무엇보다 이영주가 주전 리베로 투입 이후 가장 좋은 48%의 리시브 효율을 보였다. 이영주는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나은 모습을 보여 이도희 감독으로부터도 칭찬을 받았다.
'김주하의 컴백'은 끝내기 한수가 될까
리그 중단 전 선두 탈환에 성공한 현대건설은 보완해야 될 점이 아직 많다. 김연견이 빠지면서 크게 흔들리는 리시브를 보완해야 한다. 결국 올 시즌 패권을 다퉈야 할 GS칼텍스, 흥국생명과 비교하면 백업층이 약해 주전 선수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또한 남은 세 경기가 모두 원정 경기이다. 하위권 팀들과 맞대결이긴 하지만 홈이 아닌 원정에서 치르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그런 와중에 리베로 김주하의 합류는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다. 김주하는 2016~2017시즌까지 현대건설에서 활약한 바 있다. 최근까지 실업팀인 수원시청에서 활약하다가 리시브 고민을 안고 있는 현대건설의 러브콜을 받았다. 김주하는 고민 끝에 2월 28일부터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김주하는 V-리그 통산 리시브 효율이 47%에 달한다. 이영주가 흔들릴 때 언제든지 나설 수 있는 최적의 카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김주하는 올 시즌을 함께 소화한 기분이 든다. 벌써 선수들과 친해졌다. 경기력만 회복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우승을 넘어 플레이오프 통합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이도희 감독은 2017년 현대건설 감독으로 부임했다. 아직 우승이라는 달콤한 맛을 본 적이 없다. 현대건설은 컵 대회 우승에 이어 통합 우승에도 도전한다. 우선 정규리그 마무리가 어떨 지 관심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