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골프 세상으로 떠난 007 숀 코너리
골프 고향 스코틀랜드 출신
인생의 본드 걸도 뛰어난 골퍼
“자신과 경쟁하는 골프는 인생의 은유”
지난달 31일 세상을 떠난 ‘원조 007’ 숀 코너리는 뛰어난 골퍼였다. 에딘버러의 골프장 바로 옆에서 자랐지만 골프에 관심이 없었는데 007 배역을 맡으며 골프를 시작했고, ‘골드 핑거’를 찍으려고 골프를 제대로 배워 그 즐거움을 알게 됐다고 한다.
골프 영화는 흥행이 잘 안 된다. 골퍼로 나오는 배우의 스윙이 어색해서 몰입이 안 되는 점도 큰 이유다.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 출신인 코너리는 골프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 쇠락한 로열 트룬 골프장을 살려 다시 디 오픈을 개최하게 한 주인공이다.
당시 둘 다 기혼이었는데, 5년 뒤 결혼했다. 두 사람은 스페인의 마르벨라에 살았다. 조용하고 훌륭한 골프 코스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부부는 바하마에서 함께 골프를 하며 말년을 보냈다.
아들 제이슨 코너리는 영국 배우 겸 감독이다. 할리우드에서 골프 영화도 만들었다. 프로골프가 태동하던 19세기 모습을 볼 수 있는 역사물 ‘토미스 아너’다. 2016년 브리티시 아카데미 스코틀랜드 어워즈 최고 피처필름상을 받았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영감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코너리가 골프 실력이 가장 뛰어난 배우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골프 철학만큼은 가장 심오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는 “골프는 자신과 경쟁해야 하고 항상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점에서 인생의 은유다. 속임수를 쓰면 자신을 속이는 것이기 때문에 인생의 패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골프가 나를 많이 가르친다. 자신의 잘못을 자신이 신고해야 하고, 동반자나 뒤에 따라오는 골퍼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종교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코너리는 미국 LA의 명문 프라이빗 골프 클럽인 벨에어 회원이다. 캐디를 쓰지 않고 직접 가방을 메고 라운드하는 유일한 골퍼였다. 그는 “한 이미지에 박제되는 건 싫다”며 제임스 본드라는 역할을 떠났다. 그 이후로도 오래 사랑받았던 배경에는 골프에서 얻은 지혜가 있지 않을까 한다. 한국 연예인 상당수가 골프를 즐긴다. 골퍼로서 코너리처럼 생각하는 이도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현재 007역을 맞고 있는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는 “코너리가 가는 곳에 항상 골프 코스 있기를 기원한다”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