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에 홀인원한 ‘제주소년’, 86년 마스터스 역사를 다시 쓰다

[BO]스포츠 0 1069 0

亞 최초 준우승, 15언더로 마스터스 데뷔전 역대 최고 성적
주니어 선수처럼 하루 4시간 퍼트 연습···대회 최소 퍼트·최다 버디로 결실
세계랭킹 18위·상금 10위로 껑충, “도쿄올림픽 메달 희망”


[서울경제] 지난 9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3라운드에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과 동반 플레이했던 임성재(22·CJ대한통운)는 경기 내내 어안이 벙벙했다고 한다. 빨리빨리 치면서도 워낙 멀리 똑바로 보내는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도 놀라웠지만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퍼트였다. 샷과 달리 주어진 시간을 꽉꽉 채워 다 써가면서 신중하게 퍼트 하나하나를 준비한 존슨은 애매한 거리의 퍼트를 모조리 넣었다. 이날 임성재가 2타를 잃는 사이 존슨은 6타를 줄였다. 임성재는 “‘미쳤다’ ‘와’ 소리밖에 안 나오더라”고 돌아봤다. 결국 다음날 존슨은 178억원의 우승 잭팟을 터뜨렸고 임성재는 11위에 만족해야 했다.

제대로 자극받은 임성재는 무서우리만치 퍼트에 매달렸다. 최고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개막을 앞두고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의 ‘유리판 그린’을 의식해 퍼터를 교체한 그는 퍼트 연습에만 하루 4시간씩 투자했다. 몸을 웅크리고 공만 굴리는 반복 연습은 주니어 꿈나무들에게도 지루한 일일 텐데 임성재는 오히려 “할수록 재밌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끝난 ‘메이저 중의 메이저’ 마스터스에서 임성재는 92명의 골프 도사들 사이에서도 가장 퍼트를 잘한 선수로 인정받았다. 나흘간 홀당 퍼트 수 최소(1.42개)를 기록했고 3퍼트는 단 두 번으로 막았다. 버디는 24개로 공동 1위. 철저한 대비 끝에 완성한 짠물 퍼트로 임성재는 마스터스 첫 출전에 아시아 국적 최초의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86년 전통의 콧대 높은 마스터스에서 아시아인의 종전 최고 성적은 2004년 최경주(50)의 3위였다. 최경주는 “4대 메이저 중 마스터스 코스가 길이나 샷 스타일 면에서 한국 선수들이 가장 해볼 만한 대회”라며 임성재의 용기를 북돋워왔다.

우승자 존슨에 5타 뒤진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캐머런 스미스(호주)와 함께 공동 2위에 오른 임성재는 무려 101만2,000달러(약 11억2,000만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지난주까지 올 시즌 상금 1위였던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공동 34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공동 38위로 마쳤다는 사실을 보면 임성재의 준우승 성적은 더 놀랍다.

자신에게 큰 자극을 줬던 존슨과 마지막 날 챔피언 조 경쟁에서 일군 준우승이라 더 값지다. 비록 역전 우승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임성재는 두 달 전 경외감으로 바라봤던 존슨을 경기 초반 거세게 몰아붙였다. 4타 차 공동 2위로 출발해 2·3번홀 연속 버디 등으로 한때 1타 차까지 세계 1위 존슨을 압박했다. 마지막 날 3언더파 등 나흘 연속 언더파 스코어를 적으며 내년을 기약한 임성재는 22세8개월로 마스터스 최연소 톱5 진입 부문에서 역대 3위 기록도 썼다. 2014년 준우승 당시 20세9개월이던 조던 스피스(미국), 1997년 21세4개월에 우승한 우즈 다음이다. 또 15언더파는 역대로 마스터스 데뷔전에 나선 선수 중 최고 성적이기도 하다. 경기 후 임성재는 “1·2라운드에 상위권에 있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는지 공동 2위로 마무리해 오늘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며 “올해 대회는 갤러리가 없어서 긴장은 덜 됐다. 그래서 경기를 하면서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자란 임성재는 어릴 적부터 재능이 남달랐다. 7~8세 때 TV 중계를 보며 밤새워 우즈를 응원했던 그는 9세 때 제주 캐슬렉스CC에서 당시 국내 최연소 홀인원을 터뜨리는가 하면 천안고 2학년에 프로로 전향해 고3 때부터 한국과 일본프로골프 1부 투어를 병행했다. 2018년 PGA 2부 투어에 진출하고부터는 ‘최초기록 제조기’로 이름을 날렸다. 아시아 최초로 2부 투어 상금왕에 오르는 등 올해의 선수와 신인상까지 휩쓸며 한 시즌 만에 ‘꿈의 무대’인 PGA 투어에 입성하고, 아시아 최초로 신인상을 탔다. 지난 3월에는 혼다 클래식을 제패하면서 PGA 투어 일곱 번째 한국인 우승자가 됐다. 이번 준우승으로 지난주 25위에서 일곱 계단 올라 세계 18위가 된 임성재는 시즌 상금순위에서도 10위(약 138만달러)로 올라섰다. 오는 19일 조지아주에서 열릴 RSM 클래식에서 통산 2승에 다시 도전한다.

내년 목표는 당연히 도쿄올림픽 출전과 메달권 진입이다. 과거 2년간 일본 투어 경험이 있고 지난해 일본에서 열렸던 PGA 투어 대회에서 공동 3위에 오른 기억도 있다. 임성재는 올 초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타이트하지만 뿌리가 세지 않은 일본 코스의 잔디와 개인적으로 잘 맞는 것 같다. 우즈·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강한 선수들이 많이 나온 대회에서 3등을 하면서 ‘올림픽 가면 메달 희망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0 댓글
Hot
[ 스포츠뉴스 ]

"삿포로 골키퍼 구성윤, 병…

2020.05.28
Hot
[ 스포츠뉴스 ]

바둑 女帝 최정 "앞으로 1…

2020.07.07
Hot
[ 스포츠뉴스 ]

美매체 "류현진 가세한 선발…

2018.09.04
Hot
[ 스포츠뉴스 ]

[와이파일] 'FA 예약' 강소휘, …

2020.04.27
Hot
[ 스포츠뉴스 ]

美언론, 디그롬 CY에 부정적 시선 …

2020.05.04
Hot
[ 스포츠뉴스 ]

[위클리 V-리그] '13승 6패' …

2021.01.05
Hot
[ 스포츠뉴스 ]

[KIA 전반기] 사라진 "…

2018.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