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이야기] 이해할 수 없었던 힐만 감독의 한동민 대타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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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웠던 한동민의 등장을 어떻게 봐야할까.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던 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 SK가 앞서던 경기는 KIA가 8회초 대거 4득점하며 동점이 됐다. 강타선을 보유한 양팀이 팽팽한 승부를 벌였다. 

경기 막판은 1점 싸움. 경기는 KIA가 연장 10회초 이범호의 결승포 등 3점을 뽑아 9대6으로 이겼는데, 사실 SK가 9회말 경기를 끝낼 기회를 잡았었다. 

SK는 1사 후 노수광이 임창용을 상대로 좌전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2사에서 노수광은 2루까지 갔다. 안타 1방이면 경기가 끝날 수 있었다. 

타석에는 7번 최승준. 안타 1개, 볼넷 1개를 기록하며 괜찮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한동민을 대타로 내세웠다. 한동민은 지난 시즌 29홈런을 친 강타자로 올해도 시즌 초반 2홈런을 치며 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최근 몸에 가벼운 담 증상이 있어 컨디션이 안 좋았다. 그가 선발로 빠진 후 팀이 4연승을 달렸기에 한동민은 선발로 나서지 않고 대기하고 있었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한동민을 빼고도 야구를 하니, SK 선수층이 얼마나 두터운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동민이라면 경기 후반 대타로 상대를 크게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대타로 나왔다. 마운드에 우완 김윤동이 있으니, 우타자 최승준보다는 좌타자 한동민이 낫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한 게 있다. 9회말 1점 싸움이라는 것. 1루가 비어있는 상황에 KIA가 한동민과 승부를 할 리가 없었다. KIA 김기태 감독은 한동민이 나오는 장면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결과는 자동 고의4구였다. 

그렇게 다음 타자 박승욱이 타석에 들어섰다. 박승욱은 그 전까지 2타수 무안타 1삼진을 기록하고 있었다. 3일 경기 3안타 상승세를 전혀 잇지 못하고 있었다. 대타를 쓰기에도 애매한 게 다른 유격수 자원 나주환이 이미 대타로 출전해 2루에 들어가 있었다. 김성현, 이성우 등 다른 타자를 쓰자니 크게 이득이 아니었다. 결국 힐만 감독은 박승욱을 밀고 나갔고, 결과는 삼진이었다. 그렇게 9회말 찬스를 날리고 10회 결승점을 내줬다. 

결과적으로 따지면 힐만 감독은 상대의 고의4구를 당연히 계산에 넣었어야 한다. KIA는 1점을 주면 경기 끝이기에 1루를 채워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렇기에 힐만 감독은 최승준이냐, 박승욱이냐를 선택해야 했지 굳이 한동민 카드를 버릴 이유가 없었다. 연장에서도 결정적인 순간 한동민이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승욱이 김윤동에게 매우 강해 박승욱과 승부하게 하기 위해 한동민 카드를 냈다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되는데, 박승욱은 지난해 김윤동을 상대로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결국, 확률적으로는 박승욱보다 최승준이 나은 선택일 수 있었다. 아니면 한동민을 앞선 정의윤 타석에서 대타로 내보내는 게 더 현명한 판단이었다.

경기 후반 1점 싸움에서는 양팀 감독들의 지략 대결이 매우 뜨거워진다. 어떤 건 신의 한 수가 되기도 하지만, 어떤 선택은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악수가 되기도 한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 있다. 아무리 여러 방면으로 이해해보려 해도, 힐만 감독의 한동민 대타 카드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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