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분석] 반갑지 않은 홈런 광풍, 원인은 무엇일까

보스코어 0 2766 0


9경기 76홈런→116홈런. KBO리그가 '홈런 광풍'에 휩싸였다. 대체 광풍의 원인은 무엇일까.

홈런을 흔히 '야구의 꽃'이라 표현한다. 단 한번의 스윙으로 승패를 뒤바꿀 수도 있다. 1~2점차는 단숨에 뒤집는 마력이 있다.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 터지는 홈런 한 방은 경기 전체 흐름을 단번에 바꿔놓는다. 홈런이 가진 힘은 대단하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홈런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고 있다. 타고투저형 리그가 된지 오래지만, 올 시즌 홈런 페이스는 무시무시하다. 3일까지 팀당 9경기씩 소화한 가운데, 116홈런이 터졌다. 이는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이 수립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치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지난해 팀별로 9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76개의 홈런이 나왔었다. 물론 144경기 체제가 처음 시작된 것이 2015시즌이기 때문에 이전 시즌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힘들지만, 어쨌든 올 시즌 홈런 페이스를 놓고 보면 지난 시즌 세운 1547홈런은 가뿐히 넘어설 것 같다. 그만큼 페이스가 빠르고 무섭다. 

지난해 234홈런으로 팀 홈런 신기록을 세운 SK는 올해도 홈런에서 가장 앞서있다. SK 역시 지난 시즌보다 훨씬 빠르게 페이스다. 

'홈런 홍수'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그만큼 투수들이 약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처럼, 투수력이 곧 리그의 수준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 KBO리그는 이런 흐름에서 역행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일단 한국야구의 얕은 선수층을 고려했을 때 144경기 체제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있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최근 "경기수가 너무 많다. 많은 경기수가 프로야구의 질을 떨어트리고 있다"고 했다. 

10구단 체제 이후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경기수가 늘어났다. 대다수 감독이 우리 현실에서 지나치게 경기수가 많다고 말한다. 모든 팀이 같은 조건이라고 해도, 이대로 가면 투수들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푸념도 들린다.

젊은 투수들은 계속해서 등장한다. 예전만큼의 임팩트는 아니더라도, 박세웅(롯데) 장현식(NC) 임기영(KIA) 등 투수들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경기수가 많아 특정 투수들에게 하중이 많이 실리다보니 버텨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감독들이 "젊은 투수들이 3~4시즌 이상 안정적으로 활약하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선발로 두각을 나타낸 젊은 투수 중 다수가 크고 작은 부상으로 올 시즌 출발이 좋지 않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여기에 공감하며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서라도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결국 야구는 현장에서 하는 것이라 쉽지가 않다. 심판위원회는 지난 시즌부터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했다. 그러나 시행 초반과 달리 현장에선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이야기 한다. 

한 구단의 A코치는 "예전과 비교해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졌다는) 차이를 크게 못 느낀다"면서 "지금 근본적인 원인은 스트라이크존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타자들의 기술 발전 속도를 투수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좋은 투수 자원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보니 갈 수록 더 격차가 심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A코치의 말대로 최근 몇 시즌 동안 타자들 사이에서 몸집을 불리는 '벌크업' 열풍이 불어 근육량을 늘린 경우가 많고, 파워가 증가했다. 또 일단 띄우는 타격에 집중하면서 홈런이 나올 확률도 늘어났다. 투수의 기술이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는 반면, 타격 기술은 제한이 더 여유로운 편이다. 도구를 이용해 타격하기 때문에 세밀한 변화만 줘도 다른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많은 홈런이 나오는 흐름 자체를 억제할 수는 없다. 인위적으로 손을 댈 수도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KBO리그의 투타 밸런스 조절을 위해 끊임없이 원인을 분석하고, 장기 대책을 세워야 할 필요는 있다. 이대로가면 투수들의 존재감은 지워지고,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만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