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비하인드]허삼영 감독과의 약속 지킨 뷰캐넌, 라이블리...삼성의 외인 잔혹사 끝낼까?
[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좌완 최채흥이 지난 8일 대구 KIA전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날.
삼성 외인 투수 라이블리와 뷰캐넌은 라커룸까지 따라와 "채흥, 너 베이비야?"라며 놀렸다. 5이닝만 던지고 내려온 걸 두고 한 이야기. 유쾌한 농담 속에 시즌 첫 승 축하의 진심을 담았다.
사실 이날 최채흥은 '특수한' 상황이었다. 5회까지 87구에 단 1안타 무실점 행진 중이었지만 허삼영 감독은 "채흥이의 투구수가 여유는 있었지만 전력투구를 했다. 또 우리가 3연패 중이었다. 단기전처럼 짧게 짧게 끊어가려고 했다"며 불펜 조기 가동의 이유를 설명했다.
외인 두 투수가 그런 농담을 던진 데에는 사실 그럴 만한 배경이 있다. 오키나와 캠프 당시 자신들이 한 허삼영 감독과의 약속 때문이다.
두 투수는 각각 냉정과 열정으로 성격은 판이하게 갈리지만 마운드 위에서는 둘 다 파이터다. 지는 걸 싫어한다. 승부가 빠르다. 무척 공격적이다. 뷰캐넌이 냉철한 '침묵의 암살자'라면, 라이블리는 뜨거운 '열혈 승부사'다.
뷰캐넌은 13일 고척 키움전에서 데뷔 첫승을 거둔 뒤 "모든 공을 스트라이크로 던지려고 했다"고 말했다. 열혈남아 라이블리의 '공격 앞으로' 성향은 설명이 필요 없다. 때론 지나친 승부욕에 냉정함이 필요할 지경이다.
두 투수는 캠프 당시 허삼영 감독과 약속을 했다. "점수와 관계 없이 등판할 때마다 최소 6이닝 이상 소화하겠다"는 공언이었다. 허 감독 입장에서는 이 보다 더 반가운 이야기는 없었다.
"사실 외인 투수들에게 엄청나게 큰 걸 바라는 건 아닙니다. 선발 투수로서 시즌 내내 꾸준하게 이닝을 책임져 주기를 바라죠. 선발이 자기 몫을 채우지 못하고 일찍 내려오면 아무래도 불펜에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으니까요."
최근 4년간 부진했던 삼성의 고질적 문제는 바로 외국인 투수들의 불량한 내구성이었다. 선발 책임 이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다 보니 치열한 여름승부에 불펜마저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을 피하지 못했다.
반갑게도 뷰캐넌과 라이블리는 '최소 6이닝 이상'을 먼저 공언하고 나섰다. 허 감독을 향해 "그 이전에 마운드에서 내리지나 말아 달라"며 호언장담을 했다.
괜한 허풍이 아니었다. 실제 라이블리와 뷰캐넌은 자가격리 후 불완전한 컨디션으로 맞은 시즌 첫 등판에서부터 이 약속을 지켰다. 비록 패전 투수가 됐지만 나란히 6이닝 씩 책임졌다. 라이블리는 6일 NC전에서 3회까지 홈런 2방으로 4실점 했지만 예정된 투구수를 훌쩍 넘는 97구를 던지며 4,5,6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다음날인 7일 NC전에 등판한 뷰캐넌도 5실점 했지만 97구를 던지며 6이닝을 버텨냈다.
그리고 시즌 두번째 경기. 두 투수 모두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라이블리는 12일 고척 키움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홈런 포함, 4안타 4사구 3개로 2실점 하며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를 신고했다. 다음날인 13일 고척 키움전에 등판한 뷰캐넌은 7이닝 2안타 1볼넷 8K 무실점의 환상투로 팀의 연패를 끊으며 감격의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등판한 4경기 모두 6이닝 이상씩 책임지며 허 감독과의 약속을 지켜가고 있는 두 외인 투수. 과연 지난 4년간 반복된 삼성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끊어낼 수 있을까. 출발은 무척 희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