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감독도 화났다, 박상원 기합이 놀림 당할 일인가
[OSEN=수원, 이상학 기자] 한화 투수 박상원(26)의 기합 소리가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
21일 수원 한화-KT전. 9회말 등판한 한화 투수 박상원이 투구할 때 1루 KT 덕아웃에서 논란의 장면이 나왔다.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KT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박상원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오른손 검지를 코에 대고 ‘쉿’ 동작을 취했다. TV 중계화면에 이 모습이 고스란히 잡혔다.
박상원의 기합 소리를 두고 마치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였다. 마침 박상원은 지난 17일 대전 롯데전에 뜻하지 않은 기합 소리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당시 롯데 허문회 감독은 박상원의 기합 소리에 어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무관중으로 인해 그라운드에 울려 퍼진 기합 소리가 화제가 됐다. 롯데 덕아웃에선 "고라니 화났다", "울어 울어"라는 조롱에 가까운 반응이 나왔다.
그런데 21일 KT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쿠에바스의 돌출 행동에 한화 코칭스태프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이 즉시 3루 덕아웃에서 그라운드로 뛰쳐 나와 KT 덕아웃 쪽을 가리키며 심판에 강하게 어필했다. 한용덕 감독이 가리킨 방향은 쿠에바스였다. 박상원의 투구에 방해가 되는 행위라는 지적이었다. 한 감독의 어필 이후 쿠에바스는 조용히 경기를 봤다.
박상원은 지난 2017년 프로 데뷔 때부터 공을 던질 때마다 기합 소리를 내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박상원뿐만 아니라 몇몇 투수들이 기합 소리를 짜내며 공을 뿌려댄다. 의도적인 게 아니라 공을 던질 때 온힘을 짜내는 일부 투수들의 루틴과 같다. 박상원의 경우 종종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지만 그동안 상대팀에 어필을 받지 않았다. 관중이 있을 때는 기합 소리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면서 박상원의 기합이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일 KT전을 앞두고 한용덕 감독은 “박상원에게 기합 소리를 내도 좋다고 했다. 이전에도 기합을 냈다. 최근 무관중 경기 때문에 더 부각이 되는 것 같다. 박상원 외에도 소리를 내는 다른 투수들도 있다”고 말했다.
통산 152승 투수 출신인 KT 이강철 감독도 논란이 된 기합 소리에 대해 “야구는 원래 시끄러운 함성 속에서 하는 운동 아닌가.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인정했다. 투수라면 누구나 인정할 만한 행동이다. 그런데 이날 KT전에서 쿠에바스가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투수 출신 이동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이에 안타까워하며 “상대 투수의 투구 과정에서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투수의 마운드에서 행동은 연속 동작이기 때문에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다. 동업자 정신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쿠에바스의 행동을 지적했다. 쿠에바스의 해명은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고의를 떠나 상대를 자극할 만한 행동이었다. 경기 후 한화 주장 이용규가 KT 선수단에 이를 어필을 하기도 했다.
박상원은 동요하지 않았지만 한화 선수단은 “이게 이렇게 놀림 받을 행동인가”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박상원은 논란의 장면이 나온 후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이 역시 역으로 상대팀으로 하여금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박상원은 사구 직후 모자를 벗어 사과 의사를 표시했다. 국적을 떠나 함께 그라운드를 함께 누비는 동업자로서 예의를 갖춘 것이다.
그러나 정작 박상원은 기합 소리에 대한 조롱은 사과받지 못했다. 포수 최재훈을 비롯해 팀 동료들이 경기를 마친 뒤 박상원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위로했다. 그동안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박상원의 기합 소리, 아무리 무관중 시대라도 이렇게 조롱을 당할 일인 것일까.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