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경기 반대 의사 밝힌 손혁 감독, "선수들 야구 길게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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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고척] 김동윤 기자=현장에서는 큰 틀에서 팀당 144경기 모두 치르기로 한 KBO 이사회의 결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의 손혁 감독 역시 거기에 의견을 보탰다.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손혁 감독은 올해 팀당 144경기를 한다는 계획에 대해 투수 코치를 했던 경험과 자신의 선수 시절을 예로 들며 "힘들 수 있다"는 개인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국제 대회로 인해 쉴 틈 없는 빡빡한 일정이 가장 큰 근거였다. 올해는 11월까지 KBO리그의 모든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7월 예정됐던 올스타 휴식기도 없앴다. 우천 등으로 연기된 경기를 가능한 한 소화한다는 이유로 더블 헤더 경기와 월요일 경기도 예정에 있으며,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웬만하면 우천 취소를 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도 높아 여러모로 선수들의 체력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11월까지 144경기 강행군을 펼치면 잠깐의 휴식 후 내년 3월 9일에는 2021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2021 WBC)이 개최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21 WBC가 끝나면 KBO 리그 2021시즌이 시작되고, 7월이면 코로나19로 연기된 2020 도쿄 올림픽이 7월 23일부터 개최된다.

두 대회 모두 최대한 선수들의 몸 관리를 돕기 위해 기존 야구 일정과 비슷한 시기에 치러지지만 연습 경기가 아닌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국가대항전인 탓에 선수들의 몸에는 더욱 부담이 된다.

손혁 감독 역시 이 점을 언급하며 "내년인 2021년에는 어찌어찌 버틸 수 있겠지만 후년인 2022년 이후부터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특히 국제 대회에 나가는 투수들은 무리할 수밖에 없다. 그 투수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KBO 리그와 이후 국제 대회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무리한 일정 강행으로 인한 악순환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투수의 부상 확률을 다룬 '버두치 리스트'도 언급했다. 버두치 리스트란 2008년 미국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SI)의 칼럼니스트 톰 버두치가 발표한 가설이다. 만 25세 이하의 투수들 중 전 시즌에 비해 30이닝 이상을 더 많이 던진 선수들의 부상 확률이 올라가거나 성적 하락을 겪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매년 상당한 적중 확률을 보여주고 있으며, KBO 리그에서도 버두치 리스트에 해당하는 선수들이 부진을 겪으며 이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키움에는 최원태(23)를 비롯한 만 25세 이하의 재능 있는 투수들이 많다. 손혁 감독은 "(최)원태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최원태를 비롯해) 국가대표로 뽑힐 어린 선수들이 지금 당장은 강행군을 근성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분명 피로는 누적된다"며 KBO 리그 구성원들이 좀 더 멀리 내다보길 바랐다.

이어 "난 선수 생활을 일찍 그만둬 마운드 안팎의 삶이 차이가 크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 그 때문에 투수들에게 최대한 오래 마운드에 있으라고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조언에는 본인의 짧은 선수 경험도 근거가 됐다. 손혁 감독은 공주고 - 고려대를 졸업하고, 1996년 LG 트윈스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러 사정과 어깨 부상이 겹쳐 107경기 36승 31패, 평균자책점 4.07의 기록만 남기고 2004년 KBO 무대에서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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