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인사이드] 롯데의 초극단 시프트, “욕 안 먹으려면 안 하면 그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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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shift). 수비팀이 상대 타자의 성향 등을 분석해 야수들의 수비위치를 순간적으로 바꾸는 작전을 뜻한다. 당겨 치는 타입의 좌타자가 나선다면 내야수들이 대개 우측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KBO리그에서도 익숙한 개념이 됐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시프트는 흔히 보던 수준을 넘어섰다.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 볼 수 있던 것처럼 한쪽 내야를 거의 비우는 정도다.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 김재환(두산 베어스) 등 극단적 당겨치기의 좌타자들이 들어설 경우 유격수 딕슨 마차도 혼자 내야 왼쪽을 커버하며 3루수가 기존 1루수와 2루수 사이로 이동한다.

모든 타자에게 시프트를 시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석의 타자들까지도 어색함을 느낄 만한 장면이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이에 대해 “박종호 수석코치가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다양한 수비 포메이션을 짜왔다. 수석에게 전적으로 맡긴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은 21일 “사실 욕을 안 먹으려면 시프트를 안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감수하고 시도하고 있다. 전력분석을 통해 확률적으로 높은 선택을 내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투수들의 경우 내야 시프트를 선호하지 않는다. ‘안타를 막은 것’의 안도보다 ‘안 맞을 안타를 내준 것’의 아쉬움을 더 크게 느끼는 심리적 요인 때문이다. 박 수석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시프트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고 소통했다. 만약 선수들이 부정적으로 느낀다면 당연히 시프트를 걸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투수들 모두 동의했고, 캠프 때부터 이러한 포메이션대로 호흡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생각하면 좌타자 입장에선 텅 빈 왼쪽 내야를 공략하기 쉬울 수 있다. 가령 푸시번트를 통해 3루 쪽으로 공을 보내기만 하면 세이프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런 이론에 고개를 젓는다. 나성범(NC 다이노스)은 지난해 “팀이 내게 바라는 건 장타다. 내 스윙만 하면 시프트를 뚫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김재환 역시 “번트를 댄다고 100% 살아나간다는 보장은 없다”고 밝혔다. 제라드 호잉(한화 이글스)이 롯데의 시프트를 뚫기 위해 기습번트를 댔을 때 최원호 감독대행이 “마음만 받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일까지 롯데의 DER(수비효율·Defensive Efficiency Ratio)은 0.693으로 리그 3위다. 전년도 0.660으로 꼴찌였던 팀의 환골탈태다. 이 모든 것이 시프트 덕분은 아니지만, 효율성을 어느 정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통계는 롯데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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