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지옥훈련' 버틴 104순위 노태형, 7년 기다린 한화 '난세 영웅'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한화의 18연패를 끊어낸 ‘난세 영웅’은 7년차 무명 내야수 노태형(25)이었다. 무려 김응룡 전 감독 시절부터 지금까지 7년간 포기하지 않고 버티며 살아남았고, 한화의 역대 최초 19연패 불명예를 막은 구세주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노태형은 13일 대전 두산전이 3회 우천 중단되며 14일로 미뤄진 특별 서스펜디드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6-6 동점으로 맞선 9회말 2사 2,3루에서 두산 투수 함덕주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측에 빠지는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면서 한화의 18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두 팔을 번쩍 들고 펄쩍 뛴 노태형을 동료들이 얼싸 안으며 다함께 기뻐했다.
노태형은 지금까지 한화 팬들에게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 선수였다. 북일고 출신 우투좌타 내야수로 지난 2014년 2차 10라운드 전체 104순위로 끝순번에 지명받았다. 이해 노태형보다 늦게 지명받은 선수는 1명뿐. 올해 처음으로 1군 경기를 뛸 정도로 오랜 기간 2군에만 머물렀다.
6년간 1군에 뛰지 않고도 살아남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2014년 김응룡 감독 시절에 한화에 입단한 노태형은 그해 시즌을 마친 뒤 부임한 김성근 감독의 첫 마무리캠프에도 참가했다. 당시 일본 오키나와에서 한화는 지옥 훈련을 했다. 김태균과 정근우 등 팀의 간판 선수들도 예외없이 김성근 감독의 강도 높은 펑고를 받으며 ‘굴렀다’. 유니폼은 물론 얼굴까지 흙먼지를 뒤집어쓸 정도였다.
당시 노태형도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지옥 훈련의 중심에 있었다. 유니폼 벨트가 뜯어졌고, 검게 그을린 얼굴로 인해 도드라진 하얀 치아가 당시 훈련의 고됨을 보여준다. 시즌 전이었던 지난 4월 이 이야기가 나오자 노태형은 “체중이 67kg까지 빠졌던 때”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키가 182cm인 노태형은 현재 체중 74kg이다.
지옥 훈련을 완주할 정도로 성실함과 독기 있는 선수가 노태형이었다. 2015년에는 선수협 선정 한화 퓨처스 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꾸준한 노력에도 1군 기회가 오지 않았고, 2017~2018년 강원도 홍천 11사단에서 현역으로 군복무했다. 동반 입대한 1년 선배 내야수 박한결(한화)과 함께 개인정비시간에 캐치볼을 하고, 배트를 휘두르며 야구선수로서 꿈과 미래를 포기하지 않았다. 9회말 끝내기 안타에 대해 노태형은 “야구선수로서 꿈꿔온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상상만 하던 것이 현실이 돼 기분이 좋았다”며 “22살까지 육성군, 2군에서 노력했는데 잘 안 됐다. 23살이 되자마자 현역으로 군입대했다. 지난해 제대 후에도 생각처럼 되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니 기회가 왔다. 항상 팬들께 내 이름을 알리고 싶었다. 오늘 이렇게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면서 웃었다.
지난달 20일 1군 등록 후 데뷔전을 치른 노태형은 그러나 이튿날 다시 2군에 갔다. 그러다 지난 10일 2군 경기 중 1군 콜업을 받고 서산에서 대전으로 이동, KTX를 타고 1군 선수단이 있는 부산에 합류했다. 이튿날인 11일 사직 롯데전에서 데뷔 첫 안타 포함 2안타 멀티히트를 쳤고, 이날 끝내기까지 1군 재등록 후 11타수 4안타로 활약 중이다.
노태형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1군에 왔다”며 “끝내기 후 (다음 경기 전까지) 잠깐 시간을 내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가 울먹이셨다. 효도를 한 것 같아 좋았다. 앞으로 팬들이 내 이름을 많이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19연패를 막은 난세의 영웅으로 노태형의 이름 석자는 한화 역사에 영원히 새겨졌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