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희 감독 "해란이한테 미안해...이젠 상미와 함께 모두 책임감 갖길"[V-리그 결산⑤]
[STN스포츠=이보미 기자]
2019~20 V-리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조기 종료됐고, 5라운드 최종 순위 기준으로 현대건설과 GS칼텍스가 1, 2위를 차지했다. 흥국생명은 3위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이재영, 루시아 등 부상 선수들 복귀 후 '챔피언결정전'을 목표로 정규리그를 치르던 흥국생명이었다. 1, 2위팀 만큼 아쉬움이 크다.
무엇보다 시즌 종료 후 주전 리베로 김해란(36)이 은퇴를 선언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코트장에서 마지막까지 우승을 하고 떠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해란이한테 미안하다"고 전했다.
◇ 줄부상으로 운 '디펜딩 챔피언'...7연패에도 웃은 이유
흥국생명은 2018~19시즌 통합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디펜딩 챔피언' 흥국생명은 타이틀 방어에 나섰지만 줄부상 악재를 맞았다. 팀의 주포 루시아와 이재영이 번갈아 부상으로 결장했다.
루시아는 작년 11월 맹장 수술로 2주간 자리를 비웠다. 12월 복귀한 루시아는 경기 컨디션, 감각을 끌어 올리는 데 집중했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은 이재영, 김해란 등을 필두로 버텼다.
변수는 또 있었다. 이재영과 김해란이 시즌 도중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올해 1월 여자배구대표팀이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뒤 이재영 부상 공백이 예상보다 길어졌다. 흥국생명은 7연패 늪에 빠졌다. 루시아 홀로는 버거웠다. 이 가운데 신인 박현주, 김다은 등의 발견은 위안이었다. 무릎 부상에서 회복한 이재영이 코트를 밟기 시작했고, 팀은 정상 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리그가 조기 종료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박미희 감독은 "올해 7연패를 했지만 이전의 6연패보다 덜 힘들었다. 연패 속에서도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했다. 지는 경기에서도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노력했다"며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 '신예' 박현주-김다은의 등장...흥국생명 미래를 밝히다
흥국생명의 미래는 밝다. 신인 레프트 박현주와 김다은이 나란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흥국생명은 이재영과 루시아의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이한비와 함께 박현주, 김다은을 고루 기용했다. 신인 선수들에게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 기회를 잡았다.
박현주는 25경기 82세트 출전, 103득점을 기록했다. 2월 16일 도로공사전에서 14점으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을 기록했고, 2월 26일 현대건설전에서는 서브만 5개를 성공시키며 활약을 펼쳤다. 박현주의 서브는 가히 위협적이었다. 덕분에 박현주는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 선수 최초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김다은은 10경기 18세트 출전, 39점을 터뜨렸다. 신인답지 않은 과감한 공격으로 해결사 본능을 드러냈다. 이제 프로 3년차가 되는 센터 이주아와 함께 '신예' 박현주, 김다은이 있어 든든하다.
◇ '대형세터' 이다영 IN·'대체불가' 리베로 김해란 OUT..."박상미와 함께 모두 책임감 가져야"
3위로 시즌을 마감함 박미희 감독은 "아쉬움이 크다. 정규리그보다는 포스트시즌에 중점을 두고 올라가고 있었다"면서 "해란이한테 미안하기도 하다. 마지막까지 우승을 하고 떠났으면 했다"고 전했다.
시즌 종료 후 흥국생명의 변화는 컸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이재영 잔류와 함께 '쌍둥이 동생' 세터 이다영 영입에 성공했다. FA 시장에 나온 주전 세터 조송화는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 대신 흥국생명은 보상선수로 리베로 박상미를 지목했다.
박 감독은 "상미로 결정하자마자 통화를 했다. 지금부터는 배구를 알아가기 시작할 나이다. 어린 선수인줄 알았는데 경험이 많다. 주전, 백업으로도 뛰어봤다. 상미에게도 '그냥 밀려서가 아니라 뽑혀서 온 거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좋아하더라.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목표를 갖고 뛰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누구도 김해란 같은 선수는 없다. 상미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해란은 수비력은 물론 리더의 자질도 높게 평가받았다. 박 감독도 "리더 역할이 더 중요하게 작용을 했다. 초반에는 어렵겠지만 상미와 함께 모두가 책임감을 조금씩 나눠가져야 한다"며 선수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했다.
흥국생명은 오는 5월 4일부터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새 식구' 이다영, 박상미와 함께 다가오는 시즌 대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