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아웃 이후 '스팀팩'…롯데 집중력 부활
[엑스포츠뉴스 수원, 김현세 기자]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게 2사 후 집중력이 떨어지는 그림이 많았다.
지난해 2사 후 팀 타율은 0.240이었고, OPS도 0.665로 전체 9위였다. 기회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 허문회 감독이 오고 나서 공격적 성향을 보다 드러내더니 2사 후 집중력까지 올라가는 분위기다.
현시점에서 표본이 적기는 하나, 의미 있는 장면이 적지 않았다. 7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롯데는 1-3으로 지고 있는 7회 초 고무적 장면을 연출했다. 1사 후 대타 추재현이 유격수 땅볼을 쳤는데, 이악물고 뛰더니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그러고 계속되는 2사 1, 2루 기회에서 손아섭이 우월 3점 홈런을 쳐 경기를 뒤집었다. 롯데는 여세를 몰아 7-3으로 짜릿하게 이겼다.
지난해 2사 후 득점권 상황에서 타율 자체는 준수했다. 0.257로 2위였다. 반면 OPS는 0.692로 6위였는데, 같은 상황에서 승리기여확률합산(WPA)가 0.88로 많지 높지는 않았다. 실제 이기는 데 영향을 주는 타석 결과가 많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롯데는 7일 경기 선취점 과정도 2사 후 하나씩 기회를 만들어 가기도 했다. 그것도 하위 타순에서 딕슨 마차도, 한동희, 정보근이 연속 안타를 쳐 승리 확률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6일 경기 쐐기를 박는 정훈의 스리런 홈런도 1-0으로 이기고 있는 3회 초 터졌다. 그보다 한 타석 전 안치홍이 좌전 안타를 쳐 2사 1, 2루로 득점권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도 한몫했다.
허문회 감독은 "내 색깔을 선수에게 입히는 것이 아니라 선수 색깔을 내가 입겠다"고 했다. 그만큼 개별적 성향을 존중했다. 손댈 것이 있으면 과감히 수정을 권하되 강요는 하지 않는다. 지난해 심리적 위축 아픔이 있는 한동희는 "감독님께서 새롭게 타격 폼을 수정해 보라 권유하셨는데, 직접 맞는지 판단해 보라고 하셨다. 실제 해 보니 내게 적합했다.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7일 경기에서 한동희는 3타수 2안타 1볼넷으로 잘 치고 잘 골랐다. 허 감독은 "그저 하던 대로 하라고 했을 뿐"이라고 얘기했다.
손아섭은 "(7일 경기 홈런 타석 전) 3타석 동안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다 화장실에서 우연찮게 감독님을 만났다. '사람이라 힘이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다. 힘을 빼고 돌려 보라'는 조언을 듣고 홈런이 나왔다"고 뒷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손아섭은 또 "아무래도 기술적 요소보다 심리적, 정신적 안정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감독님께서 스프링캠프 때부터 팀 분위기를 굉장히 편안하게 만들어 놓으셨다. 팀이 하나가 되는 것 같다. 더그아웃에서 고참은 후배를 독려하고, 서로 간 눈치 보는 것보다 응원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