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고 싶었지만…" 여자농구 늦봄의 꽃샘추위
[루키=원석연 기자] 속속들이 들려오는 계약 불발 소식에 여자농구는 때아닌 한파다.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은 최근 3차 FA 협상 결과를 발표하며 FA 국면을 일단락했다. '억' 소리 나는 FA 시장을 파하고 맞이한 5월, 오는 31일까지 2020-2021시즌 선수 등록을 마감해야 하는 구단들은 여전히 분주하다. 지난 겨울 신인드래프트와 이번 FA 등을 통해 새 식구를 맞이한 만큼, 떠나는 선수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
먼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아산 우리은행은 4명의 선수가 유니폼을 벗는다. 최규희, 박시은, 이하영, 유현희. 정장훈 우리은행 사무국장은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선수가 떠나는 것은 처음이다. 처음부터 봐 왔던 선수들이라 함께 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라며 아쉬워했다. 이하영은 선수단 매니저로 남아 팀과 함께 한다.
부천 하나은행도 떠나는 선수가 많다. 김민경, 박찬양이 짐을 정리한다. 3차 FA 협상이 결렬된 이수연까지 떠난다면 총 3명이 된다. 그중 박찬양은 타 팀으로 무상 트레이드돼 선수 생활을 이어갈 전망. 트레이드는 아직 절차 중에 있다.
부산 BNK는 정선화와 홍소리가 은퇴한다. 두 선수 모두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안고 있어 최근까지 재활에 매진했지만, 다가오는 시즌 선택은 결국 은퇴였다. 인천 신한은행은 편예빈과 임주리가 떠난다. 단, 임주리는 구단 매니저로 선수단과 동행할 예정. 용인 삼성생명은 최정민, 김민정과 계약이 불발됐다고 밝혔다.
청주 KB스타즈는 아직 선수단 정리가 안 끝났다. 떠나는 선수는 있지만, 관계자는 "절차 중인 게 있다.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선수단 명단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선수 등록이 끝나지 않은 시점이기에 상황이 변할 수는 있지만, 예년에 비해 정리 규모가 큰 것은 사실이다.
이 같은 현상에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최근 드래프트에서 구단별로 신입 선수를 3명씩 뽑은 게 크지 않았을까"라면서 "단순히 취업률이 높아졌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특히 농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코트에 뛰는 선수가 한정적이다. 들어오는 선수가 있으면, 당연히 떠나는 선수도 있기 마련"이라고 했다.
매년 이맘때쯤 불어 닥치는 꽃샘추위에 선수단과 구단들 모두 마음이 시리지만, 어쩔 수 없다. 프로 구단의 라커 개수는 정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