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현우'조현우 "울산 레전드 김병지 '꽁지머리' 기르는중, 우승기운 팍팍!"[위크엔드스토리]
"김병지 선배님의 꽁지머리로, 울산 우승의 기운을 받고 싶습니다."
'울산의 빛현우' 조현우(29)가 2020년 하나원큐 K리그1 개막전을 앞두고 '울산 레전드 골키퍼' 김병지(50)의 꽁지머리에 도전중이다. 새 시즌 대구FC에서 울산 현대로 이적한 국대 골키퍼 조현우는 최근 울산 공식 SNS를 통해 '남몰래 뒷머리 기르는 사연'을 깜짝 공개했다. "올해 울산에 온 만큼, 김병지 선배님의 기를 받고자 뒷머리를 기르고 있다"고 했다.
K리그 통산 706경기 출전에 빛나는 '레전드 철인' 김병지는 조현우에게 '꿈의 시작점'이다. 조현우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스타탄생을 알린 후 "1998년 프랑스월드컵 멕시코전에서 김병지 선수를 보고 나도 골키퍼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축구를 시작했다"고 털어놨었다. 김병지 역시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국대 골키퍼' 조현우를 향해 "좋아하는 후배"라며 각별한 애정을 표해왔다.
조현우는 상주 상무와의 개막전(9일 오후 2시,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을 앞둔 7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새시즌 울산 출신 대선배님, 김병지 선수의 꽁지머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선배님은 울산에서 우승 트로피도 들어보셨고 많은 기록과 활약상을 남긴 골키퍼다. 저도 꽁지머리를 통해 좋은 기운을 받아 올 시즌 뛰어난 퍼포먼스를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김병지 역시 "후배 조현우의 '꽁지머리' 소식을 들었다"며 반색했다. "K리그 마케팅을 좀 아는 선수다. 잘 어울릴 것 같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조)현우가 꽁지머리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 울산 팬들은 물론 전국의 K리그 팬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우가 저를 보고 꿈을 키웠다는 얘기가 참 고마웠다. 게다가 올 시즌 울산에 왔고, 꽁지머리까지 길렀으니 이제 마흔다섯 살까지 할 일만 남았다"고 덕담(?)했다. "현우가 나를 보며 자랐듯. 이젠 현우를 통해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이어질 것"이라며 후배의 활약에 기대감을 표했다.
김병지는 1992~2000년 9시즌을 울산 현대에서 뛰었다. 2015년 만 45세에 은퇴한 레전드 김병지에게 울산은 첫 팀이자, 가장 오래 뛴 팀, 청춘을 바친 팀이다. 울산이 가슴에 품은 2개의 별 가운데 1996년 첫 우승은 김병지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1998년 준우승 땐 포항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환상적인 헤딩골로 결승행을 이끌었다. "올 시즌 한 경기도 지고 싶지 않다. 우승만 생각하고 왔다"던 '번개머리' 조현우가 김병지의 '꽁지머리'를 선택한 이유다. 울산에서 패기만만했던 그 시절 김병지와 엇비슷한 20대 후반의 조현우가 2020년 '꽁지머리의 재림'을 선언했다.
김병지는 24년 전 자신이 그러했듯 조현우가 울산 최후방에서 '승리의 파랑새'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조현우는 우승을 위해 울산을 선택했고, 울산은 우승을 위해 조현우를 택했다. 현우의 경기력이라면 중대한 승부처에서 5경기는 잡아낼 수 있다고 본다. 승점 10~15점은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선수"라고 평했다. "현우가 이 역할을 해준다면 올 시즌 '2강' 전북-울산 중 우승팀은 울산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김병지는 '꽁지머리 후예' 조현우를 위한 현장 직관(직접관전)을 공약했다. "우승의 기운을 불어넣으러 직접 가겠다. 팬들과 K리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때, 울산 홈경기장에서 '조현우 유니폼'을 직접 사입고 직관 응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팬들을 위한 '선후배 배틀'도 제안했다. "김병지와 조현우, '형컴' 김형범과 '울산 에이스' 윤빛가람, 이청용의 프리킥 대결을 울산 구단에 제안해뒀다. 아주 흥미진진할 것"이라며 웃었다.
조현우의 상주와의 개막전 각오는 결연했다. "개막전을 뛰게 된다면 울산 현대 이적 후 첫 공식경기다. 첫 단추를 잘 끼워 시즌 전체 선전으로 이어질 추진력을 얻고 싶다"고 했다. "울산은 전통적으로 골키퍼가 강한 팀이다. 선배들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울산 동료들과의 팀워크를 통해 올 시즌엔 팬들의 기대에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붉게 염색한 새 헤어스타일 사진촬영엔 손사래쳤다. "개막전 승리 후 팬들에게 직접 보여드리겠다"며 웃었다.
8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와 'FA컵 챔피언' 수원 삼성의 2020시즌 공식 개막전이 펼쳐진다. 9일 오후 2시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울산-상주전에선 조현우 꽁지머리의 실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인천-대구, 광주-성남전에 이어 10일 포항-부산, 강원-서울의 개막전도 이어진다. 끝이 보이지 않았던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 마침내 K리그의 봄이 시작된다. 진짜 봄, 봄,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