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팬들 보기 부끄러운 '저질야구' 없었다, A매치 방불케한 외신들 [★현장]
전 세계의 관심 속에 KBO 리그가 성대한 출발을 알렸다. 전국 5개 구장에서 경기가 펼쳐진 가운데, 해외 팬들 보기에 부끄러운 '저질야구'는 없었다. 대신 멋진 투구와 타격, 그리고 호수비가 야구장 곳곳을 수놓았다.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가 미국과 일본에 생중계됐다. 5일 개막전은 대구 NC-삼성전이 ESPN을 통해 생중계로 미국 내 전파를 탔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미국 LA 타임스를 비롯해 일본 NHK와 후지 TV, 니혼 TV, 중국 CCTV, 싱가포르 공영방송 CNA 등의 외신이 취재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마치 A매치를 방불케 하는 취재 열기였다. 빅토리아 김 LA 타임스 한국 특파원은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한국서 야구가 개막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ESPN 중계로 미국 내 한국 야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류중일 LG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한국 야구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아무래도 메이저리그와 한국은 체격 차이가 난다. 메이저리그는 힘으로 하는 스타일이다. 한국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뛰는 야구와 작전 야구를 많이 한다. 한국 야구가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해외 팬들을 향한 인사를 부탁하자 "영어로 해야 돼요"라고 웃으며 농담을 던진 뒤 "많이 사랑해주세요. 아무래도 최근 몇 년간 성적을 냈고, 서울 팀이라 관심이 있을 거라 본다. 스포츠는 이겨야 한다.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양 팀 감독의 굳은 각오답게 잠실 두산-LG전에 뛴 선수들은 완성도 있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먼저 양 팀서 실책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호수비가 빛났다. 3회에는 오지환과 정근우의 연속 호수비가 나왔다. 오지환이 바운드를 잘 계산해 완벽한 핸들링과 손목 스냅 송구를 보여줬고, 정근우는 몸을 날리는 다이빙 캐치로 박수를 받았다. 두산 허경민 역시 6회 김현수의 강한 바운드성 타구를 몸으로 막아낸 뒤 깔끔하게 아웃시켰다.
잠실 경기 중계를 맡은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미국 ESPN에서 이 영상을 가져갈 것"이라면서 "이런 수비가 많이 나온다면 한국 야구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좋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3회 김현수가 밀어서 홈런을 치자 "이 경기를 ESPN이 생중계를 했어야"라면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저질 야구 논란은 없었다. 전국 5개 구장에서 펼쳐진 개막전에서 나온 실책은 3개에 불과했다. NC가 대구 삼성전에서 1개, 롯데가 수원 KT전에서 1개, 키움이 광주 KIA전에서 1개씩 각각 기록했다. 인천 한화-SK전에서는 양 팀 다 실책이 없는 깔끔한 양상 속에, 한화 서폴드가 외국인 최초이자 한화 구단 2번째로 개막전 완봉승(KBO 통산 9번째)을 따냈다.
보기 드문 일도 벌어졌다. 키움-KIA전에서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인근 화재로 경기가 19분 동안 중단된 것. 이런 모습들은 해외 누리꾼들의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미국 저명 기자 제프 파산은 대구 NC-삼성전에서 나온 모창민의 홈런 후 배트 던지기 영상을 공유하며 "배트 플립 경보가 켜졌다"고 적었다. 또 다른 해외 누리꾼들은 NC 다이노스를 '노스 캐롤라이나 다이노스'라 명명하며 즐기기도 했다. KBO 리그가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 속에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