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최연소' 고희진 감독 "삼성화재는 변화가 필요해…아니 꼭 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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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뉴스1) 이재상 기자 =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신임 사령탑 고희진 감독(40)은 4대 프로스포츠에서 유일한 1980년대생 지도자다. 남자 배구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69)과 무려 29살 차이가 난다.

이전까지는 프로축구 K리그2 충남 아산의 박동혁 감독(41)이 1979년생으로 가장 어렸다.

'젊은 사령탑'인 고희진 감독은 2003년 삼성화재에 입단한 뒤 지금까지 한 팀에서만 활약한 '원 클럽 맨'으로 팀과 영광의 시간을 함께 했다. V리그 통산 최다인 8차례 우승 자리에는 모두 고 감독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삼성화재는 2시즌 연속 '봄 배구'에 탈락하는 등 '배구 명가'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팀의 막내부터 주장을 거쳐 수석코치 등을 역임했던 고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한 번도 쉬웠던 적은 없다. 항상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 덕분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내가 가진 것은 패기와 긍정적인 마인드다. 밝게 웃고, 우리 선수들이 신나게 뛰어다닐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최근 경기도 용인 STC(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고 감독은 "다소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 간 수평적인 문화가 되는 것을 경계 한다"며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공감을 통해 선수들과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고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사령탑을 맡은 소감은.
▶팀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꼭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처음 주장을 맡았을 때(2010-11시즌)도 팀이 꼴찌였는데, 결국 포스트시즌을 통해 우승했다. 이번에도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감독 부임 후 남해군수에게 축하 전화가 왔다는데.
▶남해 촌놈이 출세했다고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셨다. 경남 남해군 남해읍의 자랑이다(웃음). 남해 군수님이 전화로 '남해인으로서 자랑스럽고 축하 드린다'고 이야기 해주셨다. 촌놈이 서울에 와서 성공한 것이다.

-그간 느낀 삼성화재의 문제점은.
▶이야기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다만 보시는 그대로다. 조직력이 이전보다 실종된 것을 꼽고 싶다.


-큰 경기에 강한 '삼성화재 DNA'도 퇴색된 것 같다.
▶선수 구성이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 우리 팀에 입단해서 뛴 선수가 고준용, 김형진, 손태훈 정도 밖에 없다. 삼성에 입단해서, 삼성 밥만 17년째 먹고 있다. 삼성 DNA를 다시 살리는 것이 내 역할이다.

-프로스포츠 최연소 사령탑이자 최초의 1980년대생 감독이다.
▶계산해 봤더니 박기원 감독님과 29살 차이다. 어쨌든 삼성화재를 대표하는 감독이기 때문에 대선배여도 할 말은 해야 할 것 같다. 젊은 지도자로서 패기 있게 밀어붙여 볼 것이다.

함께 배구를 했던 장병철(한전), 최태웅(현대캐피탈), 석진욱(OK저축은행) 감독도 계신데 자문을 많이 구해야 할 것 같다.

최근 '90년대생이 온다'는 책을 읽으며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말이 굉장히 와 닿았다. 선수들의 생각을 읽고 변화를 다 함께 체감할 수 있게 하고 싶다.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감독이 되고 싶나.
▶선수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편하게 소통하고 싶다. 그렇게 해야만 내가 맡은 의미가 있다. 감독이 됐다고 변하는 것은 없다.

딱딱할 수 있는 수직적인 팀 문화도 수평적으로 바꾸고 싶다. 예전 히딩크 감독이 강조했던 것처럼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훈련장에서 한국 이름 대신 영어이름을 각 자 정해서 편하게 부르게 할까도 생각 중이다.

-소통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숙소 생활을 하다보면 경직된 분위기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선수들 입에서 군대나 고등학교 같다는 말이 안 나오게 하겠다. 자율을 주되, 훈련에만 더 집중하게 하겠다. 단순한 소통보다 공감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를 주고 싶은지.
▶예전 삼성화재 배구단은 항상 밝은 팀이었다. 다만 최근 성적이 안 나오다 보니 밝은 이미지가 사라졌고, 파이팅도 떨어졌다. 즐기기 위해선 당연히 실력은 기본이 되어야겠지만 눈치 보지 않고 코트에서 당당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선수시절 화려한 세리머니를 했었는데.
▶감독 자리에서 그렇게 하면 큰일 난다. 몇 년 전에 임도헌 감독님이 경기 전에 갑자기 병원에 가시는 바람에 1경기를 지휘했던 적이 있다. 코트에서는 침착하게 선수들을 지켜볼 것이다. 코트에서 선수들이 신나게 세리머니를 한다면 하이파이브 정도는 해줄 의향이 있다(웃음).


-전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많다.
▶박철우(한국전력)도 없고, 권준형(OK저축은행)도 떠났다. 류윤식이 합류한 것이 천만다행이다(웃음). 최근 선수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박상하나 류윤식 등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고참들부터 달라지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감독은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다 같이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면 구성원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고희진이 가진 것은 패기와 긍정적인 마인드다. 밝게 웃고, 우리 선수들이 신나게 뛰어다닐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선수시절부터 성실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금도 오전 6시 전에 사무실에 나온다. 선수 시절부터 해왔던 것이 습관이 됐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겸손하게 부족한 것을 채워갈 것이다.

지금도 새벽에 일어나서 모든 신문을 빼놓지 않고 읽는다. (지식에 대한)깊이는 떨어질 수 있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돌아가신 아버지께 꼭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남해대교를 처음 건너며 꼭 성공해서 돌아오자고 다짐했다. 모두 안 된다고 했었는데, 성균관대 졸업 후에 삼성화재에 입단했고, 국가대표에도 뽑혔다. 그때 속된 말로 남해가 난리 났다(웃음). 어렸을 때 다짐했던 그 마음을 절대 잊지 않고 있다.

-다음 시즌 구상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일단 외국인 선수의 경우에도 라이트 쪽을 구상하고 있다. 몇 명 눈에 띄는 선수는 있지만 영상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코칭스태프와 좀 더 논의할 것이다.

일단 선수 구성이 완전히 끝나봐야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배구단에 필요한 것은 변화다. 우리가 아니라 밖에서 봤을 때 '삼성화재가 이렇게 달라졌구나'라는 말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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