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Talk] ‘은퇴’ 김치우, “팬들 없었다면 16년 못 뛰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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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압구정, 박주성 기자] ‘치우천왕’ 김치우가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치우는 지난 2004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프로로 데뷔했다. 2005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파르티잔에서 혹독한 임대 생활을 6개월 동안 한 후 2007년 전남 드래곤즈 유니폼을 입었다. 전남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그는 운명의 팀인 FC서울로 이적했다. 김치우는 서울에서 10년 동안 활약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2011년에는 군 복무를 위해 상주에서 뛰기도 했다. 그리고 2018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보냈다.

김치우는 부산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플레이오프와 승강 플레이오프 3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며 ‘삼수생’ 부산의 승격을 도왔다. 하지만 김치우는 K리그1 무대로 가지 못했다. 승격한 부산이 팀 리빌딩을 위해 김치우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 서른여섯 김치우는 자유계약(FA)으로 부산을 떠나게 됐다. 이제 김치우의 축구 인생은 이제 어떻게 될까.

축구하기 좋은 봄날, 압구정 한 카페에서 김치우를 만났다. 날짜는 공교롭게 K리그가 무관중으로 개막한 8일. 김치우는 밝은 표정으로 첫 인사를 건넸다. 가장 먼저 근황을 물어봤다. 김치우는 “선수 때 지도자 자격증을 따놓은 게 있어 인터넷으로 교육을 듣고 있다. 대부분 시간은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최대한 온라인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우와 부산의 작별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38살에 FA가 돼 마지막이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다. 작년에 팀에서 적지 않은 경기를 뛰었지만 선수 생활이 당연히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어느 정도는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은 했다. 계약이 만료됐으니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다.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현재 상황을 인정했다.

최근 조덕제 부산 감독은 계약을 연장하지 못한 김치우를 콕 찍어 미안함을 전했다. 하지만 김치우도 그런 조덕제 감독의 선택을 이해하고 있다. 그는 “아직 감독님에게 연락을 못 드렸지만 감독님의 선택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또한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감독님도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 마음 무겁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운명의 팀’ 서울을 만나다

김치우는 인천, 전남, 서울, 상주, 부산까지 K리그에서 맹활약했다. 김치우는 “여러 팀을 다녀봤지만 한 팀에 오래 있는 게 좋은 것 같다. 인천에 입단 후 전남에도 있었고, 서울에는 거의 10년 있었다. 마지막에 부산에 있었는데 어떤 팀이든 나를 불러준 팀이라 정말 감사했다”며 모든 팀에 감사를 전했다. 그래도 김치우를 생각하면 서울의 빨강, 검정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게 가장 익숙하다.

김치우도 “그렇다. 서울에서 멋지게 은퇴를 하는 게 가장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36살에 부산을 갔는데 그때는 서울에선 출전 보장이 되지 않았고, 부산에서는 많은 경기를 보장 받을 수 있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뛰고 싶은 마음이 커서 부산 이적을 선택했다. 그래도 서울이 가장 애정이 가는 팀이다. 부산에 있을 때도 서울을 응원했다”고 전했다.

서울 팬들의 사랑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치우는 “지금도 마지막까지 응원해준 팬들이 대부분 서울 팬들이다. 직접 찾아와서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많지는 않지만 부산 소속으로 수도권 원정 경기에 오면 응원 와주시는 팬들도 있었다. 부산에서 경기할 때도 서울팬 몇 분이 있어 깜짝 놀랐다. 너무 감사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치우는 이런 서울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날지 생각도 못했다. 지난 2018년 서울은 끝없는 추락과 함께 11위로 강등 위기에 몰렸다. 이때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과 서울이 맞붙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서울에서 뛰던 김치우의 심경은 누구보다 복잡했다. 김치우는 “정말 아니길 기도했는데 서울을 만났다. 하지만 내 소속은 부산이었고 오히려 더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가 서울로 확정됐을 때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서울이랑 부산이 만나니까 많은 기자분들이 인터뷰 요청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인터뷰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내가 말을 잘하는 성격이 아니고, 내용이 이상하게 나갈 수도 있어 차라리 안 하겠다고 말했다”며 친정팀 서울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 지도자 김치우? 아직은 고민의 시간

김치우는 선수 생활을 1년 더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행복했던 승격 확정 후 선수 생활은 마침표를 찍었다. 처음에는 쉼표인줄 알았다. 김치우는 “1월까진 선수 생활을 더 해볼까 생각했지만 2월부터는 마음을 내려놨다. 더 이상 선수 생각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올해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내년에 은퇴를 하려고 했는데 1년 더 일이 앞당겨졌다. 아내가 옆에서 도와주면서 어차피 계획했던 거 1년 더 일찍 한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마음 편하게 가지라고 말해 많이 위로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김치우는 조금씩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선수를 하다가 갑자기 지도자가 돼 누구를 가르친다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일단 공부를 좀 하고 싶다. 코로나만 아니면 현장에 나가서 지도자들이 어떻게 선수들을 가르치는지 눈으로 보면서 익히고 싶은데 상황이 애매하다. 일단 준비는 하고 있지만 지도자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직까지 크지 않다. 축구로 먹고 살아 왔기에 은퇴 후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김치우는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을까. 여러 감독들과 함께 한 김치우는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하고 대화도 많이 하고 소통을 많이 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 축구는 한 사람에게 가르치는 종목이 아니고 단체 종목이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잘하고 싶다. 아직까지는 어떤 지도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솔직히 말하면 5개월 동안 집에 있으면서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치우는 함께 한 감독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감독님들은 다 장단점이 있었다. 그래도 어린 나이에 내가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준 감독님이 허정무 감독님이다. 혼도 많이 났지만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사적인 부분에서는 편하게 대해주셨지만 운동에서 만큼은 엄하셨다. 또 서울에선 최용수 감독님에게 많은 걸 배웠다. 선수를 다루고, 팀을 다루는 방법을 보면서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함께 한 감독님들 모두 존경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 다사다난 했던 16년 선수 생활

김치우는 2004년부터 2019년까지 16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며 많은 일들을 겪었다. 전남에서는 FA컵 MVP와 함께 우승을 경험했고, 서울에서는 리그 우승 트로피도 세 번이나 들었다. 또 20세 이하 월드컵과 올림픽,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등 다양한 국가대표 대회에서도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김치우는 분명 성공한 축구 선수다.

하지만 월드컵은 유독 가기 어려운 대회였다. 월드컵 예선에서 좋은 활약을 했지만 본선은 오르기 힘든 무대였다. 가장 아쉬웠던 건 2014 브라질 월드컵이었다. 당시 대표팀은 김치우의 추가시간 극적인 프리킥 동점골로 레바논 쇼크를 피했다. 하지만 정작 월드컵 본선에는 김치우 대신 박주호, 윤석영이 갔다. 김치우는 두 번의 월드컵 낙마를 아직도 아쉽게 생각한다.

김치우는 “가장 후회는 부분 중 하나다. 대표팀 생활을 오래 하긴 했는데 두 번의 월드컵 출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부상도 있었고, 세대교체가 되면서 기회가 사라졌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자질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은퇴 후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조금 더 노력을 했었다면 달랐을 것 같다. 그랬다면 월드컵을 한번 다녀오고 지금까지도 만족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김치우가 선수 시절 중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언제일까. 단연 서울에서 활약할 때를 꼽았다. 그는 주저 없이 “서울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시절이다. 그때가 20대 중후반이었는데 당시 서울에는 (이)청용이, (기)성용이가 다 있었다. 거기에 데얀, (정)조국이도 있었다. 그때가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고 행복했다. 대표팀도 그 시기에 갔었다”고 말했다.

아쉬웠던 순간도 있다. 바로 친정팀 서울과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전 동료였던 김원식을 밀친 일이었다. 김치우는 “그때는 나도 열심히 하려고 했고 의욕이 넘쳤다. 본의 아니게 (김)원식이랑 사건이 있었다. 지금도 연락하고 가끔 보기도 하는데 그 당시에는 서로가 격앙된 상태였다. 원식이도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고, 나도 흥분한 상태에서 그렇게 반응을 하다 보니 서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함께 하다 보니 그런 동작이 나왔던 것 같다”고 밝혔다.



# 행복했던 16년, 팬들 있어 가능했다

김치우는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남기지 못하고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지만 K리그에서 은퇴식과 함께 선수 생활을 끝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앞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김치우가 이번 인터뷰를 수락한 가장 큰 이유는 16년 동안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시기가 이래서 직접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 솔직히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끼리는 은퇴를 한 게 맞는데 이걸 누구한테 말하는 것도 좀 그랬다. 이 인터뷰를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 고민도 했다. 그래도 16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나를 응원해준 팬분들이 많아 그분들을 생각해서라도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할 것 같다. 선수로서 도와주고 응원해줘 감사하다. 팬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 같다. 선수로서는 끝난 것 같다. 내가 뛰었던 팀의 감독님들 코칭스태프 모두 감사하게 생각한다. 특히 팬분들이 있어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내가 더 잘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팬분들 때문이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축구 선수 김치우’에게 몇 점을 줄 수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김치우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70점정도 밖에 주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너무 낮은 거 아니냐고 물어보자 “기회가 없지 않았다. 월드컵에 나갈 기회도 있었고, 부상만 없었다면 충분히 400경기를 뛸 수 있었다. (*현재 김치우는 K리그 통산 380경기를 뛰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큰 점수는 주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경쟁 속에서 살았던 나 스스로에게 고생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그렇게 마음을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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