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FA] 360%→400%→557.1%, 4년마다 경신되는 최고 인상률
[점프볼=이재범 기자] 또 한 번 더 보수(연봉+인센티브) 인상률 기록이 경신되었다. 김민구는 원주 DB가 아닌 울산 현대모비스와 계약기간 2년, 보수 2억3000만원(연봉 1억7000만원, 인센티브 6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전 시즌 보수 3500만원과 비교하면 557.1%나 올랐다. 역대 최고 보수 인상률이다.
현대모비스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장재석(5억2000만원, 5년), 김민구(2억3000만원, 2년), 기승호(1억9000만원, 2년), 이현민(7000만원, 1년)과 자유계약 선수(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새롭게 영입한 이들 4명에 외국선수 한 명을 추가하면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 구성이다. 그만큼 포지션 조화가 좋다.
장재석의 이적이 두드러진 가운데 김민구의 보수 인상률이 눈에 띈다. 김민구는 지난 시즌 37경기 평균 19분 26초를 뛰며 7.0점 2.7리바운드 2.8어시스트 1.1스틸을 기록했다. 최저보수인 3500만원을 받았던 걸 감안하면 보수 대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다. 이 덕분에 557.1%라는 역대 최고 보수 인상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역대 최고 보수 인상률 역사를 살펴보면 4년마다 새로운 기록이 나온다는 걸 알 수 있다.
문태종은 2012년 1억 원에서 4억6000만원으로 올라 인상률 360%를 기록했다. KBL은 데뷔 첫 해 최고 보수를 1억 원으로 정해놓았다. 문태종 역시 국내선수 드래프트 1순위에 지명된 신인선수나 문태영, 이승준, 전태풍처럼 첫 시즌 1억 원을 받은 뒤 두 번째 시즌부터 기량에 걸맞은 보수를 받았다.
이 덕분에 2002년 이후 깨지지 않을 거 같았던 정인교의 인상률 233.3%를 넘어섰다. 정인교는 2001년 FA 자격을 얻었지만, 계약에 실패해 1년 동안 수련선수로 한 시즌을 보낸 뒤 2002년 FA 계약을 체결했다. 이 때 수련선수 연봉 18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오른 것이다. 애초 기존 연봉이 굉장히 낮았기 때문에 10년 간 1위 자리를 고수할 수 있었다. 문태종은 이 인상률을 훨씬 뛰어넘었다.
문태종이 작성한 360% 인상률은 정인교의 기록처럼 오랜 기간 1위 자리를 고수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렇지만, 4년 만에 2위로 밀렸다. 3800만원을 받던 김우람이 2016년 FA 계약에서 1억9000만원에 도장을 찍어 인상률 400%를 기록한 것. 김우람은 2군 드래프트에서 뽑힌 뒤 주축선수로 자리를 잡은 경우다. 기본 보수가 최저 수준으로 낮았다. 더구나 계약이 만료된 뒤 국군체육부대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 직후에도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걸 보여줬다. 이 덕분에 김우람은 문태종을 뛰어넘어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부산 KT도 큰 금액의 차이가 아니기 때문에 인상률 400%를 맞춰줬다.
문태종이나 김우람은 기본 보수나 최저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었기에 높은 인상률이 가능했다. FA 대박을 터트리는 선수들은 보통 일정 수준의 보수를 받는다. 이 때문에 샐러리캡이 갑자기 큰 폭으로 오르지 않는 한 1,2위 자리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것이 김민구 덕분에 또 4년 만에 무너졌다. 김민구는 2013년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에서 2순위에 뽑혔음에도 보수 1억 원에 계약했다. 그만큼 기량이 뛰어난 선수였고, 김종규와 신인왕 경쟁을 펼칠 정도로 재능을 실제로 코트에서 보여줬다. 그렇지만, 큰 사고를 당해 코트에 서기보다 재활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보수 역시 대폭 깎였다.
지난해 사인앤트레이드로 전주 KCC에서 DB로 옮긴 김민구는 식스맨으로 제 역할을 해낸 뒤 이번 FA 계약에서 KBL 역사에 남은 기록을 하나 남겼다.
KBL은 올해부터 FA다운 FA제도로 바꿨다. 선수들에게 구단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선수 영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김민구의 인상률이 4년 뒤에 또 깨질지 아니면 이보다 더 짧은 시간 안에 경신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