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신계’ 레알·바르사 제치고 질주하는 AT마드리드…비결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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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당 2골, 0.38실점 압도적 기세
역대 최고 시즌 수준…우승후보 1순위
세대 교체와 맞물린 레알·바르사 부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즈(왼쪽)가 지난 19일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스타디움에서 엘체를 상대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경기당 2골에 실점은 0.38골. 13경기 10승2무1패 승률 76%. 오랜 세월 유럽 최강자로 군림해온 이른바 ‘레바뮌’(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바이에른 뮌헨)의 성적표가 아니다. 스페인 라리가에서 압도적 기세를 자랑하고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마드리드)의 올 시즌 리그 기록이다.

오랫동안 질식할 듯한 수비축구로 명성을 쌓아온 AT마드리드는 올 시즌 확 바뀐 모습으로 다른 적수들을 압도하고 있다. 주무기였던 수비적 442 시스템에서 탈피한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변신과 ‘신계’로 군림해온 라리가 양강 레알·바르사의 동반 부진이 맞물렸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결국 이를 아우를 수 있는 건 ‘세대 교체’라는 키워드다.
 

압도적 기세


29일 현재 AT마드리드는 13라운드까지 치른 상태에서 승점 32점을 쌓았다. 이른바 유럽 5대 리그로 불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그앙까지 통틀어도 같은 경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승점이다. 2위 레알과 승점은 같지만 경기는 2경기나 덜 치렀다. 그 2경기를 모두 승리한다고 가정하면 5대 리그 선두 중 2위와 가장 많은 승점차가 된다.

지금의 기세는 시메오네 감독이 라리가 감독 데뷔 3시즌만인 2013-2014시즌 리그 우승을 거둘 당시 첫 13경기에서 11승 1무 1패로 구단 역사상 최고의 출발을 보였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전에 AT마드리드가 우승한 1995-1996시즌에도 AT마드리드는 첫 13경기에서 9승 3무 1패로 지금과 비슷한 페이스였다. 이 시즌에도 시메오네 감독은 AT마드리드에서 선수로 뛰고 있었다.

수치를 살피면 AT마드리드의 강력함은 더욱 잘 드러난다. 13경기 중 무실점 경기가 9경기, 실점이 단 5골에 그친 건 수비가 강력한 기존의 명성대로다. 다만 첫 골을 넣는 데 평균 단 33분밖에 걸리지 않은 공격력은 예년과 좀 다르다. 3라운드 그라나다와의 경기에서 거둔 6대 1 대승은 이들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단단히 잠그는 팀이 아닌, ‘먼저 때려 부수는’ 팀이 된 것이다.
 

상대보다 먼저, 세게 때린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가 지난 19일 엘체와의 경기에서 득점 뒤 포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강력해진 공격은 팀의 전술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게 팀 안팎의 공통된 목소리다. AT마드리드의 한 관계자는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에 “우리는 항상 수비를 잘하는 팀이었지만 (그 때문에) 상대가 우리를 많이 공격하기도 했다”면서 “이번 시즌은 좀 다르다. 우리는 공격에서 더 나아졌다. 루이스 수아레즈, 주앙 펠릭스와 야닉 카라스코가 있다. 수비하고 고통받는 데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AT마드리드는 리그에서 평균 점유율 52.2%로 전체 팀 중 이 부문 6위다. 패스 성공률은 84.4%로 리그 5위이며, 전체 패스 중 짧은 패스가 87%에 달한다. 경기당 슈팅은 12.2개로 리그 4위,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때리는 슈팅도 6.9개로 4위다. 단단한 수비로 상대 공격을 무력화 시킨 뒤 한 방에 상대 뒷공간을 노리던 기존 AT마드리드가 아니란 뜻이다.

비단 약팀과의 경기에서만 이런 게 아니다. 지난달 20일 바르사와의 경기에서 AT마드리드는 평균 점유율을 45.9%까지 가져갔다. 전반 종료 직전 카라스코의 골만 아니었다면 전체 점유율은 더 높아질 수 있었다. 득점 전까지 AT마드리드는 바르사보다 오히려 더 자주 공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바르사가 최근 로날드 쿠만 감독의 지휘로 스타일이 달라진 이유도 있지만 AT마드리드가 바르사를 상대로 ‘점유 축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축구팬들에게는 낯선 일이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현재 AT마드리드가 성공을 거두는 이유 중 하나는 공격적인 팀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라면서 “하위권 팀과 경기할 때 승점 3점을 확실히 가져오는 게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 같으면 약팀하고 상대해도 1대 0 아니면 철퇴를 맞아 비기면서 손해를 봤는데 지금은 레알이나 바르사보다 오히려 약팀을 잘 잡고 있다. 승점 관리에 좋은 팀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떻게 달라졌나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이 지난 12일 알프레도 디 스테파뇨 스타디움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경기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AFP연합뉴스


AT마드리드 변신의 중심에는 시메오네를 상징하던 442 시스템이 아닌, 공격적 스리백이 있다. 한준희 위원은 “예전 같으면 시메오네가 상상도 못했을 스리백 시스템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상당히 공격적인 스리백이다. 측면 공격수를 주로 보는 카라스코, 토마 르마 등이 윙백에 배치돼 상대 측면을 부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시즌 AT마드리드의 공격은 중앙보다 양 측면에 몰려 있다.

지난 시즌 팀에서 다소 겉도는 듯했던 포르투갈 슈퍼 유망주 펠릭스가 5골 2도움으로 연착륙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도 상승 요인이다. 미드필더 마르코스 요렌테 역시 같은 기록을 내며 공격수 못지 않은 효율을 내주고 있다. 바르사에서 데려온 수아레즈도 7골로 제몫을 하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33세인 수아레즈가 더는 활동적이지 못하기에 (그를 활용하려면) 팀을 전진시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시스템의 변화는 양 측면의 활용이다. 왼쪽 측면에서는 레알 출신 수비수 마리오 에르모소의 활용이 두드러진다. 스리백의 왼쪽 자리 혹은 포백의 왼쪽 풀백 자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에르모소가 측면에 배치된 카라스코와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공수 모두에서 상승 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설명이다. 반대편인 오른쪽에서는 한때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었던 측면 수비자원 키어런 트리피어와 미드필더 요렌테의 파트너십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인간계 떨어진 신계’…레알·바르사의 지지부진 세대교체



레알 마드리드 카림 벤제마(왼쪽)와 바르셀로나 제라르 피케가 지난해 12월 18일 캄노우에서 열린 경기 중 함께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AT마드리드의 변화가 꼭 모든 영역의 전력 강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한준희 위원은 “디에고 고딘과 후안 프란, 펠리페 루이스가 버텼던 가장 강력한 시절의 수비진과 비교한다면 현재는 그만큼 수비적이 압도적이진 않다”고 평가했다.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4실점 하며 무너졌던 게 일례다.

그럼에도 리그에서만큼은 이번 시즌 AT마드리드의 우승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오랫동안 양강 체제를 형성한 레알과 바르사가 세대교체에서 진통을 겪으며 동반 부진해서다. 한 위원은 “레알과 바르사는 쉽게 바꾸기에는 너무나 대단한 선수들로 오랫동안 잘해왔다. 그렇기에 더 세대교체가 어려웠던 면도 있다”면서 “올 시즌은 각 팀 재정상황 탓에 겨울 이적시장에서 큰 폭의 변화가 있기도 힘들다. AT마드리드의 우승 확률이 80%정도”라고 봤다.

바르사의 경우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의 활약이 이적 파동 후 예전같이 않다. 시즌 초 맹활약하던 안수 파티의 부상, 필리페 쿠티뉴의 반복되는 부진과 여전히 충분치 않은 앙토니 그리즈만의 활약도 골칫거리다. 쿠만 감독의 입지도 최근 회장 선거를 앞두고 안정적이지는 않다. 그나마 바르사보다 일찍 세대교체에 신경 쓴 레알은 최근 지네딘 지단 감독이 경질 위기까지 몰렸다가 연승하며 가까스로 반전했다. 그러나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할 에당 아자르가 여전히 시도때도 없이 부상에 시달리는 중이다.

AT마드리드에도 불안요소는 있다. 이 역시 결국 세대교체와 관련된 문제다. 우선 공격진이다. 당장 수아레즈가 잘해주고 있지만 예전만한 기량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한 위원은 “수아레즈의 최전성기 장점이던 라인브레이킹 능력이 매우 떨어졌다. 최근에는 결정력도 하락해 쉬운 기회도 놓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고 봤다. 기존 자원 디에고 코스타는 최근 주전에서 밀리면서 이적설이 나오고 있다. 그나마 어린 나이에 비해 기량이 좋은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를 유벤투스에 팔아버린 후폭풍이 나타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또다른 변수는 최근 베팅 문제로 징계를 받은 트리피어다. 그는 지난해 7월 지인에게 자신이 AT마드리드로 이적할 것이라는 정보를 흘려 이적에 돈을 걸도록 했다. 이는 선수가 베팅할 수 없다는 스페인 축구협회 규정을 위반한 행동이다. 현재 보도대로 10주 출장정지 징계가 내려진다면 2월까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올 시즌 여태 컵대회 1경기 외에 출전한 적이 없는 크로아티아 측면 자원 시메 브르살리코 정도 말고는 대체할 선수가 없어 시메오네 감독의 머리가 아파질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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