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경기째 묶인 롯데의 슬픈 자화상…KBO리그 최다 불명예 기로
[스포티비뉴스=광주, 고봉준 기자] 상대의 퀵후크를 보지 못한 지 벌써 24경기째다. 이제 KBO리그 역대 최다 불명예가 눈앞이다.
좀처럼 화력이 폭발하지 않는 롯데 자이언츠가 또 하나의 멍에를 짊어지게 됐다. 바로 상대 선발투수 연속 경기 5이닝 이상 투구 기록이다. 실점 여부와 관계없이 상대 선발투수를 일찍 끌어내리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미 KBO리그 역대 최다 타이인 24경기 연속으로 상대 선발투수들에게 5이닝 이상의 투구를 허용한 롯데는 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전에서 다시 한 번 5이닝 이상 묶인다면, 역대 최다 불명예를 쓰게 된다.
◆상대 선발투수 연속 경기 5이닝 이상 투구 허용 기록
1위 : 24경기 롯데(2020년 5월 5일~현재)
1위 : 24경기 롯데(1997년 6월 12일~1997년 7월 22일)
3위 : 23경기 한화(2013년 5월 28일~2013년 6월 30일)
3위 : 23경기 쌍방울(1995년 6월 27일~1995년 8월 2일 DH 1차전)
올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이는 생각지도 못한 시나리오였다. 개막과 함께 타선 전체가 힘을 냈기 때문이다. 롯데가 첫 10경기에서 기록한 팀타율은 0.301(356타수 107안타). 1위 두산 베어스(0.333)와 2위 kt 위즈(0.312) 다음으로 높은 팀타율이었다.
그러나 롯데 타선은 이후 급격히 침체됐다. 14경기에서의 팀타율이 0.218(477타수 104안타)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장기 연패를 겪은 SK 와이번스(0.262)와 한화 이글스(0.222)보다도 낮았다.
이처럼 타선이 침묵하면서 힘을 낸 쪽은 롯데를 상대한 팀들이었다. 아직 롯데를 만나지 못한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를 제외한 7개 팀은 선발투수들이 5이닝 이상을 끌고 가면서 쉬운 경기를 펼쳤다.
이러한 장면은 2일 광주 KIA전에서도 그대로 연출됐다. 개인 통산 롯데전 5연승을 기록 중이던 ‘거인 천적’ KIA 임기영은 경기 초반 실점하지 않으며 5이닝을 손쉽게 채웠다. 5회와 6회 김준태와 이대호에게 맞은 솔로홈런 2방이 유일한 흠. 임기영이 6이닝 2실점으로 버틴 KIA는 6회 유민상의 역전 3점홈런으로 4-2 리드를 잡은 뒤 7회 추가 3득점하며 7-2 승리를 챙겼다.
이날마저 임기영에게 묶이며 상대 선발투수 연속 경기 5이닝 이상 투구 기록을 24경기로 늘린 롯데. 공교롭게도 역대 최다 불명예의 주인은 롯데였다. KBO의 집계를 따르면, 롯데는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97년 6월 12일 사직 현대 유니콘스전부터 7월 22일 사직 LG전까지 총 24경기 동안 상대 선발투수에게 5이닝 이상 투구를 허용했다.
과거의 자신이 걸었던 험로 앞에서 방황하는 롯데. 2020년 롯데의 슬픈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