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 자유로워진 분위기, 강병현의 생각은 깊어졌다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선을 넘지 않도록 분위기를 잘 잡아줘야 한다"
2019~2020 시즌이 조기 종료되기 전까지, 강병현은 정규리그 전 경기(42경기)를 소화했다. 출전 시간도 지난 시즌에 비해 소폭 늘었다.(2018~2019 : 19분 39초, 2019~2020 : 21분 50초) 프로 데뷔 후 첫 정규리그 전 경기를 소화할 기회였기에, 강병현의 아쉬움은 컸다.
그래서 지난 4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이번 시즌 전 경기를 소화하던 상황이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전 경기(54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희망도 품었다. 그렇지만 그 바람을 이루지 못해 아쉬웠다. 다음 시즌에는 꼭 정규리그 전 경기를 소화하고 싶다"며 목표를 전한 바 있다.
이어,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었다. 연락이 온 팀이 있는 건 아니지만, FA이기 때문에 계약을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솔직히 있다.(웃음) 그렇지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인 걸 알기에,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FA와 관련한 문제도 간단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약 한 달 후. LG는 강병현과의 계약 소식을 전했다. 계약 기간 2년에 계약 첫 해 보수 총액 2억 원(연봉 : 1억 8천만 원, 인센티브 : 2천만 원)의 조건으로 계약서에 사인한 것.
강병현은 지난 8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실 받고 싶은 금액이 계약 금액보다 크기는 했다. 하지만 몇천만 원 때문에, 구단과 얼굴 붉히고 싶은 마음은 1도 없었다. 몇천만원 때문에 형편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단장님과 미팅하고 계약을 바로 했다. 계약 중간에 아내한테만 잠깐 전후사정을 전화로 설명했고, 아내도 긍정적으로 이야기했다. 기다리는 입장이었는데, 계약을 하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너무 기분 좋게 계약을 했다. 기분 좋게 계약할 수 있어서 구단에 감사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LG는 지난 4월 조성원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조성원 감독은 '스피드'와 '공격 횟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감독. 그리고 선수단과 소통을 중요하게 여겼다.
강병현의 역할이 중요해진 이유다. 강병현은 새로운 감독의 새로운 스타일에 녹아들어야 하고, 새로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간의 교량 역할을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번 시즌이 강병현에게 더 막대한 짐을 안기는 시기일 수 있다.
강병현은 "감독님께서 팀 분위기를 많이 신경 쓰신다. '힘들어도 웃자. 인상 쓴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즐겁고 재미있게 하자'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조성원 감독의 이야기부터 전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욕을 안 하신다고 들었다. 정말 화나서 하시는 말씀이 '임마' 정도라고 들었다. 그 점은 감독님께서도 우리한테 말씀하신 부분이다"며 조성원 감독의 성향을 설명했다.
계속해 "감독님께서 자유롭게 분위기를 만들어주실 때, 선수들이 풀리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할 것 같다. 감독님께서 '즐겁게 웃으면서'라고 하시지만, 선수들이 선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본인의 역할도 덧붙였다.
어떻게 보면, 강병현의 역할이 더욱 커진 셈이다. 강병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선수단 분위기가 확 달라질 수 있기 때문. 그래서 강병현도 "감독님께서 그렇게 해주시는 게 더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전보다 생각해야 할 게 많아졌다"며 고심했다.
마지막으로 "감독님께서 워크샵 때 '빠른 농구'와 '많은 공격 횟수'를 강조하셨다. 그렇다고 해서, 리바운드 후 하프 코트를 넘어가서 바로 슈팅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이 움직이고 더 효율적으로 공격 횟수를 늘리는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 속공 상황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수비는 당연히 해야 하는 거다"며 코트에서 해야 할 일을 이야기했다.
LG는 분위기를 바꿨다. 최대한 즐겁고 최대한 재미있게 훈련을 진행하려고 한다. 그러나 '즐거움'과 '진지함'의 차이는 있어야 하고, 그 차이를 구별하는 건 쉽지 않다.
'즐거움'과 '진지함'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면, 팀 분위기는 한순간에 망가질 수 있다. 반면, 그 차이를 잘 구별한다면, 팀 분위기는 급속도로 끈끈해진다. 강병현은 그 차이를 잘 구별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다. 주장으로서 팀을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무 때문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