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레전드 예우 문화, 500번째 '영광의 시대'에 감동적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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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5라운드 성남 FC와 대구 FC의 경기가 열렸던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이곳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경기 시작 전 성남의 선수들은 모두 백넘버 500번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성남 선수들은 대구 선수들과 나란히 서서 박수를 쳤다. 한 선수의 등장에 존경의 의미를 담은 박수였다. 그리고 나타난 이, 성남의 골키퍼 김영광이었다. 그는 당당하고도 또 차분한 표정으로 선수들 사이로 걸어 나왔다.

이 경기는 K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였다. 김영광의 K리그 통산 500번째 출전 경기였다. 2002년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한 뒤 울산 현대, 경남 FC 그리고 서울 이랜드 FC를 거쳐 올 시즌을 앞두고 성남 유니폼을 입었다. 18년 동안 꾸준히 달려온 결과 500경기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K리그 역대 다섯 번째 대기록이다. 1위 김병지(706경기)에 이어 이동국(540경기) 최은성(532경기) 김기동(501경기)에 이어 김영광이 이름을 올렸다. 곧 김기동을 넘어 역대 4위로 뛰어오를 것이 확실시 된다.
 

 

동물적 반사신경과 위치선정 그리고 꾸준함으로 K리그를 대표하는 골키퍼로 위용을 떨쳤던 김영광이었다. 그가 걸어온 K리그의 삶, 노력과 경험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 하다. 그의 도전 정신과 헌신 역시 K리그의 본보기다. 이런 K리그 '레전드' 김영광을 예우하는 문화는 참 보기 좋고 감동스러웠다. 레전드를 제대로 대우하는 리그가 더욱 높은 가치를 지닐 수 밖에 없다. 또 성남과 연고가 없었던 김영광이었지만 이런 문화를 시도한 성남 구단에도 박수를 보낸다.

사실 김영광의 500번째 경기는 성사되지 않을 수 있었다. 지난 시즌 이랜드와 계약 만료를 한 김영광은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37세의 많은 나이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현역에서 은퇴할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광과 성남의 마음이 맞았다. 성남은 팀의 간판 골키퍼가 필요했고, 김영광은 뛸 수 있는 팀이 필요했다. 김영광은 3주 간 입단테스트를 거쳤다. K리그 간판 골키퍼로서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일. 하지만 김영광은 더 뛸 수만 있다면 이런 자존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초심으로 돌아갔다.
 


495경기로 마감할 뻔했던 K리그 인생, 성남의 손을 잡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성남의 선택, 김영광의 도전은 틀리지 않았다. 성남은 K리그1 개막 후 4경기에서 2승2무로 무패행진을 달리며 돌풍의 팀으로 거듭났다. 그 중심에는 4경기에 모두 출전한 김영광이 있었다. 결정적 선방을 매 경기마다 보여주며 위기의 성남을 구해낸 주인공이었다. 4라운드 FC 서울전이 끝난 뒤 그는 "나이가 있고 민망하지만 요즘 계속 몸이 좋아지고 있다. 나도 놀랄 정도다. 좋은 팀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있어 더 강해질 것 같다"며 환한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500번째 출전 경기에서 백넘버 500번을 달고 나선 대구전은 승리를 책임지지 못했다. 성남은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김영광이 올 시즌 처음으로 2골을 내줬다. 그래도 김영광이 있었기에 대패를 막을 수 있었다. 전반 1분 대구 세징야의 슈팅을 동물적 감각으로 막아내는 장면은 왜 김영광이 K리그 전설인 지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다. 탄천종합운동장에는 '영광의 시대가 돌아왔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영광의 시대'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감동적 이벤트는 상대 팀 대구의 동참도 한몫을 했다. 이병근 대구 감독대행은 "흔쾌히 수락했다. 이런 이벤트를 함께 해주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당연히 해줘야 한다. 다른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김영광이 500경기가 아니라 더 살아나 더 좋은 선수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남일 성남 감독은 "500경기가 아니라 600경기, 700경기도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지난 2015년 7월 26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모든 선수가 등번호 700번이 마킹된 옷을 입고 입장했다. 제주 선수들과 함께 도열해 박수로 맞이한 선수가 있었다. K리그 최초 700경기 출전에 성공한 골키퍼 김병지를 예우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 역시 감동적이었다. 김병지와 김영광, 앞으로 레전드를 예우하는 문화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많이 진행될 수록 K리그와 구단의 가치는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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