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그렇게 쓰지…' 무리뉴, 손흥민 공격적 활용OK '히트맵도 증명'[현지리포트]
[런던=스포츠서울 장영민통신원·김용일기자] ‘진작 그렇게 쓰지….’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모처럼 손흥민(28·토트넘)다운 시원한 슛을 만끽할 수 있었다. 손흥민은 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끝난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4라운드 에버턴과 홈경기에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격, 후반 33분 스티븐 베르바인과 교체돼 물러날 때까지 78분을 뛰었다. 그는 전반 24분 결승골로 이어진 상대 자책골에 이바지했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돌파를 시도한 그는 문전 해리 케인에게 패스, 케인이 왼발로 때린 공이 상대 수비 맞고 굴절돼 문전으로 흘렀다. 이때 지오바니 로 셀소가 재차 슛한 공이 에버턴 마이클 킨 몸에 맞고 골문을 갈랐다. 토트넘은 이 골로 1-0 신승하며 승점 48(13승9무11패)을 기록, 10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잔여 5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차기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에 해당하는 4위 첼시(승점 57)와 승점 격차를 9로 줄였다.
손흥민에겐 의미 있는 날이었다. 에버턴전에서 EPL 통산 155번째 출전 기록을 쓴 그는 롤모델인 박지성의 EPL 출전 횟수(154경기)를 넘어섰다. 다만 지난 경기까지 2연속 도움을 기록한 그는 이날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해 사상 첫 단일시즌 ‘EPL 10골·10도움’ 달성을 미루게 됐다. 그는 현재까지 EPL에서만 9골9도움(시즌 16골11도움)을 기록 중이다.
손흥민에겐 잔여 경기 득점포를 기대할 만한 장면이 많았다. 지난 셰필드 원정 1-3 완패 직후 주제 무리뉴 감독은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손흥민 활용법’을 두고 비판을 받았다. 윙어의 수비 가담을 늘리면서 효과적인 역습 축구를 구사하는 그는 토트넘 부임 직후 늘 손흥민의 활용을 두고 날 선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손흥민은 이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시절처럼 4-2-3-1 포메이션의 왼쪽 윙어를 주로 담당하나 동선 자체가 달라졌다. 포체티노 감독 시절엔 공격 지역에서 좌,우를 폭넓게 움직이며 케인, 델리 알리 등과 시너지를 내면서 꾸준히 득점포를 가동했다. 그러나 무리뉴 체제에서는 핵심 골잡이 케인이 부상 등으로 빠지지 않는 이상 거의 윙백에 가까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실제 지난 셰필드전 직후 손흥민의 활동 영역을 그린 히트맵을 보면 왼쪽 측면에 국한됐고 수비 지역에 상당 시간을 머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손흥민은 지난 웨스트햄, 셰필드전 2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슛을 기록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상대 팀이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 등이 중심이 된 측면 공격을 전술적으로 제어하면서 더욱더 기회를 잡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에버턴전은 달랐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에버턴도 토트넘 측면 봉쇄를 염두에 두고 수세 시 최후방과 2선 간격을 촘촘하게 좁히면서 맞섰다. 무리뉴 감독은 이번엔 변화를 줬다. 풀백 벤 데이비스, 세르주 오리에를 공세 시 높은 지점에 뒀고 지오바니 로 셀소와 해리 윙크스 등 2선 자원의 활동폭을 넓혔다. 그러면서 손흥민을 케인과 투톱처럼 움직이게 했고, 때론 모우라까지 가세해 세 명의 공격수가 중앙 지역으로 좁혀 움직였다.
자연스럽게 내용은 180도 달랐다. 손흥민은 다양한 위치에서 4개의 슛, 2개의 유효 슛을 기록했다. 아쉽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 8분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때린 오른발 슛이 조던 픽포드 골키퍼에게 막혔다. 10분 뒤엔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전매특허’인 오른발 감아 차기 슛을 시도했으나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이밖에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두 차례 위협적인 슛을 때리는 등 이날 팀 내 최다 슛을 기록했다. 키패스도 두 차례 있었다. 히트맵도 증명한다. 지난 경기와 비교해서 공격 지역, 페널티박스 부근 활동이 두드러졌다.
이날 손흥민은 뜻밖에 상황에 현지에서 화젯거리가 됐다. 전반 종료 직후 라커룸을 향하다가 팀 동료 휴고 요리스와 언쟁을 벌이다가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동료들이 달려들어 말렸는데, 둘은 후반 킥오프를 앞두고 웃으며 화해했다. 전반 추가시간 상대 역습 과정에서 손흥민이 수비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요리스가 화를 냈고, 그도 맞대응한 것이다. 손흥민은 경기 직후 본지와 언택트 인터뷰에서 “(경기에서) 지기 싫었고 열정이 있기에 그런 일이 생겼을 뿐”이라며 “요리스도 주장으로 그렇고 나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언쟁이 있었으나 금방 풀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