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포커스] ‘촌티’ 벗은 전남, 한국판 도르트문트 꿈꾼다
[스포탈코리아=광양] 이현민 기자= 전남 드래곤즈가 경기장 안팎에서 확실히 달라진 모습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K리그가 개막한지 두 달이 지났다. 아직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완벽히 벗어나지 않아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다. 각 구단은 각자 방식으로 ‘집관’하는 팬들과 스폰서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K리그2가 한 바퀴(9경기) 돌았고, 전남은 3승 4무 2패 승점 13점으로 5위에 랭크돼있다. 눈여겨볼 점은 전남의 7월 행보다. 지난 1일 FA컵 24강에서 경남FC를 4-0으로 대파했다. 3일 뒤 안산 그리너스와 9라운드에서도 골 폭풍을 몰아치며 4-0 완승을 챙겼다. 2경기 8골, 이적 시장을 통해 수혈한 올렉, 김현욱, 임찬울 등이 빠르게 녹아들었다. 이들의 가세로 198cm 노르웨이 골잡이 쥴리안도 살아났다. 전남의 아들 이종호도 서서히 정상 컨디션을 찾고 있다. 베테랑 최효진과 김준수가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주며 공수 균형을 갖추게 됐다.
든든한 후원자들도 전남 상승세에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팬(지역민들), 소규모 스폰서, 전남 레전드가 열렬한 성원을 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기장에서 팬들의 함성을 직접 들을 수 없지만, 구단에서는 마치 관중이 들어찬 것처럼 묘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했다. 본부석 맞은 편 중앙에 100명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채 앉아 있다. 전남은 지난달 중순 공식 SNS 채널을 통해 등신대 사진 보내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4일 동안 수백 건의 문의가 쏟아졌고, 많은 사진이 도착했다. 구단에서는 고민, 회의 끝에 딱 100명으로 추렸다. 여기에 더욱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구단 자체적으로 전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레전드’들의 실사도 추가됐다. 다양한 응원 문구, 업체 네이밍, 근엄한 선배들의 모습까지 실제 팬들이 앉은 것처럼 잘 꾸며져 있다. 앰프로 상황에 따른 적절한 음성이 더해지며 응원 효과를 내고 있다. 이런 성원에 힘입어 신바람 2연승 행진 중이다. 현장에서 만난 노상래 전력강화 고문 역시 흐뭇한 미소를 보일 정도였다.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전남은 유행에 ‘뒤처진 구단’, ‘전남 감성’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촌스러웠다. 게다가 선수 영입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하나씩 순차적으로 바꿔가고 있다. 색이 바래고 깨진 유리창 같았던 전광판을 교체했다. 라커룸과 기자회견장을 새단장했다.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본부석 의자를 교체했다. 가족 단위 팬들 위한 피크닉존을 도입했다. 선수와 팬들의 가교 역할을 해줄 치어리어도 섭외했다. 안산전을 앞두고 최근 역주행 중인 가수 비(정지훈)의 ‘깡’을 패러디하는 등 SNS에서 적극적인 소통을 벌이고 있다. 유니폼 역시 전남을 상징하는 세련된 ‘노랑과 검정’ 조화로 한국판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여파를 뚫고 우즈베키스탄 국가대표 출신 올렉 영입 작전에 성공했다. 선수단과 사무국은 ‘원팀’이 됐다. 체계가 잡혔다. 창단 첫 강등의 아픔을 어느 정도 씻어가고 있다. 이제 승천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