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女帝 최정 "앞으로 10년 더 정상 머물 것"
[화요바둑]
바둑 여제(女帝) 최정(24)의 독주가 점입가경이다. 6일 현재 국내 여성 기사들을 상대로 53연승 중이다. 2018년 10월 이슬아와의 여자국수전 결승 이후 지는 법을 잊었다. 국제전까지 포함한 여성 상대 총전적은 2016년 이후 218승 30패(87.9%)에 달한다.
'최정 왕조'는 언제, 그리고 누구에 의해 무너질까. 아무도 정답을 모르지만 나름의 분석은 활발하다. 우선 '누구'부터 살펴보자. 무섭게 성장 중인 2000년대 출생 영건 10여 명이 후보로 꼽힌다.
바둑 동네에선 어릴수록 '가산점'을 주는 관습이 있다. 잠재력 때문이다. 실제로 최고 스타들은 예외 없이 어릴 때부터 싹을 보였었다. 최정 왕조 타도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김은지(13), 우이밍(吳依銘·14), 나카무라 스미레(仲邑菫·11) 3명에게 먼저 시선이 가는 이유다. 한·중·일 3국 최연소 기사인 이들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폭발적이다.
올해 프로가 된 김은지 초단은 입단 전부터 최정의 후계자 1순위로 꼽혀온 기사. 패할 때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김은지는 여자리그 데뷔 시즌인 올해 베테랑급 언니들 틈에서 4승(3패)을 거두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우이밍과 스미레는 지난 연말 3번기 이벤트로 한 차례 격돌, 우이밍이 승리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엔 스미레가 센코배 본선에 오르는 등 맹활약, 작년 중국 여자 갑조리그서 2승 12패에 그친 뒤 잠잠한 우이밍보다 활발한 느낌이다.
입단 4년 차인 허서현(18), 여류국수전 8강에 오른 김경은(17)도 '최정 타도'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충분한 인재들. 14세 정유진과 박소율(16)도 주목받고 있다. 입단을 코앞에 둔 아마 여류국수 김민서(13)에게 쏠린 기대도 크다.
중국 기사 중엔 현재 위상으로만 보면 저우훙위(周泓余·18)가 경계 대상 1호다. 자국 랭킹 83위로 작년 신인왕전서 우승했다. 남녀가 함께 겨루는 신인왕전서 여성 우승자가 나온 것은 위즈잉(於之塋·23) 이래 2번째였다. 최정과는 벌써 세계대회 패권을 한 번 겨뤄봤다(2019년 제10회 궁륭산병성배 준우승).
2017년 입단한 탕자원(唐嘉雯·16)도 복병이다. 제4회 전국 지력운동회 때 위즈잉을 꺾고 우승을 경험했다. 한국 기사들과의 대결 전적을 보면 저우훙위가 9승 9패, 탕자원 1승 1패, 우이밍은 2승 1패를 각각 기록 중이다. 한때 최정의 천적(17승 17패)으로 군림했던 위즈잉도 재도약에 전력을 쏟고 있다.
'누구'는 이쯤 하고 '언제'를 살펴보자. 국가대표팀 여자 전담 코치인 박정상 9단은 최정의 '잔여 재임 기간'을 3~5년으로 추정한다. "최정은 10대 후반~20대 초반 정상권에 올랐다. 지금 추격자들이 그 나이가 될 때면 최정은 27~29세에 이른다. 최정이라면 그 나이까지 정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전해들은 최정은 웃음 섞어 이렇게 말했다. "3~5년 뒤면 제 전성기일 텐데요? 그 뒤에도 노력하면 더 성장해 지금부터 10년 후까지도 머물 수 있다고 믿어요." 어린 추격자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그의 결론은 단호했다.
'겸양'과 '자신감'의 양립이랄까, 앞으로 10년 뒤면 서른네 살. 하긴 40대에도 정상을 놓지 않았던 루이나이웨이를 떠올리면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