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과 내려놓음, 왼손 오승환된 노성호 향한 NC의 시선
[창원=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마침내 잠재력을 터뜨리는 모습에 주목하며 응원 메시지를 보낸다. NC가 노성호(31)의 도약을 기분 좋게 바라보고 있다.
현재 삼성 불펜진에는 ‘끝판왕’이 두 명이다. 한 명은 모두가 알고 있는 한미일 통합 403세이브에 빛나는 우투수 오승환, 그리고 또 한 명은 지난해까지 ‘미완의 대기’였던 좌투수 노성호다. 빈 말이 아니다. 지난겨울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노성호는 올해 16경기 14이닝을 소화하며 5홀드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하고 있다. 볼넷 10개를 범했으나 탈삼진도 13개를 기록하며 이닝당 탈삼진 한 개에 가까운 수치를 찍고 있다. 2012년 NC 입단 당시부터 ‘제2의 류현진’으로 주목받았던 그가 마침내 삼성에서 핵심요원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NC 시절에는 기대가 컸던만큼 요구받는 것도 많았다. 입단 2년차였던 2013년 선발로 10번 마운드에 올랐다. 당해 평균자책점 7.29에 그쳤지만 NC는 노성호를 향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투구폼 교정부터 다이어트, 멘탈 트레이닝 등 기량 향상을 이끌기 위해 모든 것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노성호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한 NC 지도자는 지난 2일 “성호는 정말 타고난 공을 갖고 있다. 우리가 괜히 류현진과 노성호를 비교했던 게 아니다”며 “끝까지 자신의 것을 지켜줬으면 언젠가는 우리 팀에서도 이런 활약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잠재력이 뛰어나다보니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많은 것을 주문한 게 아닌가 싶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한 번은 구단에서 노성호에게 비시즌 다이어트를 요구한 적이 있다. 그 때 성호가 나름 독하게 마음먹고 8㎏를 감량해서 캠프에 들어갔다. 그런데 정작 캠프에서 모습은 좋지 않았다. 감량 효과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캠프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이틀 만에 다시 8㎏가 찌더라. 그 순간 잘못된 것을 요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현진 또한 다이어트를 한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비시즌에는 모르지만 시즌 중에는 먹는 데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으로 안다. 단순히 살을 뺀다고 더 좋은 공을 던지거나 제구가 잡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털어놓았다.
삼성은 노성호에게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았다. 몇 ㎏를 감량하라고 요청하지 않았고 구종을 늘리라는 주문도 없었다. 삼성 정현욱 투수코치는 캠프부터 노성호에게 “볼넷 줘도 된다. 볼넷 두려워 하지 말고 그냥 가운데에 패스트볼을 던지는 것만 생각하라”고 주문했다. 단점을 보완하기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투구를 주문했다. 올해 노성호의 패스트볼 비율은 80%를 넘어간다. 16경기 중 3경기에서는 오직 패스트볼만 던지고 내려왔다. 코너워크 없이 바깥쪽 위주로 던져도 타자들은 좀처럼 노성호의 구위를 이겨내지 못한다. 볼배합을 단순화했고 굳이 류현진이 될 필요는 없다고 내려놓게 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NC 구단 관계자는 올해 대구에서 삼성과 원정경기를 치렀던 순간을 회상하며 “노성호 선수가 여전히 우리 선수들과 꾸준히 연락하면서 잘 지낸다. 대구 원정경기에서는 우리팀 락커룸에 놀러와 밥도 다 먹고 갔다. 여전히 식성이 좋더라”고 웃으며 “우리 팀에서 워낙 기대가 많았던 만큼 부담도 많이 느꼈던 모습이 기억난다. 아쉽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잘 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고 노성호의 도약을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