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숙현 괴롭힌 철인 3종 간판스타…'폭행 완강히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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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3 10:37
[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2016년 2월. 만 18세 미성년자 최숙현은 여자 선배 A 선수에게 멱살을 잡힌 채 심한 욕설을 들었다. 이 장면을 본 경주시청 감독은 A 선수가 아닌 최숙현의 얼굴을 운동화로 때렸다.
A 선수는 한국 철인 3종의 간판스타이다. 국제대회 메달리스트이자 전국체전 금메달을 여러 차례 목에 걸었다. 올해는 도쿄 올림픽 출전까지 노렸다.
최숙현이 A 선수의 폭행과 욕설을 알리면 감독은 이를 묵살했다. 감독은 심지어 “살고 싶으면 A 선수에게 빌라”고 말했고, 최숙현은 A 선수에게 무릎까지 꿇었다.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호소한 최숙현은 2018년 선수 생활을 그만뒀다. 1년 후 마음을 다잡고 팀에 복귀했지만 괴롭힘은 여전했다. A 선수뿐 아니라 남자 선배 B 선수도 모욕적인 언행을 하며 최숙현을 때렸다.
스포티비뉴스가 입수한 녹취록과 징계신청서, 변호인 의견서, 스포츠인권센터 신고서, 진정서 등에 따르면 최숙현은 감독과 팀 닥터뿐 아니라 A 선수와 B 선수에게 수년간에 걸쳐 집요한 폭행과 욕설, 협박을 당했다.
최숙현과 부친 최 모 씨는 A 선수의 명의로 된 계좌에 돈을 보내기도 했다. 경주시청 ‘팀 통장’으로 쓰인다는 계좌는 A 선수의 명의로 개설된 계좌였고, 최숙현과 부친 최 모 씨는 항공비 및 각종 경비 명목으로 약 1,500만 원을 송금했다.
최숙현은 지난달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최숙현이 진술서에서 밝힌 ‘그 사람들’은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 선배 선수 2명 등 모두 4명이다.
경주시체육회는 2일 인사위원회를 열었고 경주시청 철인 3종 감독과 선수 2명 등 모두 3명이 참석했다. 팀 닥터는 선수단 소속이 아니라 인사위원회 대상에서 빠졌다.
인사위원회 결과 감독은 선수단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판단에 따라 우선 직무에서 배제됐다. A 선수와 B 선수는 폭행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해 징계를 받지 않았다.
고(故) 최숙현과 선수 2명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우선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사건의 가해자에 대해 중징계로 처벌해 다시는 체육계에 발들 들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