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퀸’ 양효진 “연경 언니 온다는 소식에 사기라고 외쳤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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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의 1위’라는 수식어가 양효진(31·현대건설)만큼 잘 어울리는 선수도 드물다. 11시즌 연속 블로킹 1위, 8시즌 연속 연봉 1위라는 타이틀을 지켜오고 있다. 지난 시즌 종료 후엔 프로 데뷔 첫 최우수선수(MVP) 수상의 영예도 누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V리그가 조기 종료돼 오랜만에 긴 휴식을 즐겼던 양효진은 다음 시즌을 위해 다시 하루하루를 땀방울로 채우고 있다.

지난달 25일 경기 용인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만난 양효진은 “비시즌 동안 국가대표팀에 계속 나갔던 선수들은 이렇게 쉬는 게 오랜만이다. 나도 8년 만에 이렇게 쉬어봤다”며 “코로나19 탓에 가족 여행 계획은 취소했지만 집에서 같이 밥 해 먹고 이것저것 함께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양효진은 2010~2011 시즌 이후 9시즌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V리그가 조기 종료돼 현대건설은 우승을 확정하지 못했고 ‘정규리그 1위’에 만족해야 했다. 비록 V리그는 허무하게 끝났지만 양효진의 피날레는 어느 해보다 화려했다. 2019~2020 MVP 투표에서 기자단 전체 30표 중 24표를 획득하고 2007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MVP로 선정됐다. 2009~2010 시즌부터 11시즌 연속 블로킹 1위를 기록한 ‘블로퀸’ 양효진이지만 MVP와는 인연이 없었던 터였다.

양효진은 “어릴 때 우승을 몇 차례 하긴 했어도 그때는 MVP를 받을 시기가 아니었다. 어린 나이에 MVP를 받았다면 마인드컨트롤이 안 됐을 수도 있다”며 “오히려 지금 받았기에 감사함을 더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현대건설에 지명된 양효진은 데뷔 시즌부터 블로킹 3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1m90의 큰 키를 활용한 중앙 공격에도 능해 포지션이 센터임에도 2011~2012 시즌 득점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4년 1월 여자부 최초로 블로킹 600점을 달성했고, 2016년 10월 역대 3번째 서브 200득점, 2019년 2월 역대 2번째 통산 5000득점을 돌파했다. 데뷔 이후 14년 내내 큰 기복 없이 전성기를 이어오고 있다.

운동선수의 컨디션이 시즌마다 다르고 나이가 들수록 기량 유지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효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을지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그는 “어릴 때의 습관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과정을 똑같이 준비하려고 했던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 지난 시즌 컨디션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를 회상하면서 ‘올해도 지난 시즌만큼의 노력을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양효진은 ‘최근 운동하면서 힘들었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매번 힘들다. 요 몇 년간은 정말, 운동을 나갈 때마다 힘들다”며 웃었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마다 양효진을 붙들어주는 것은 열정보다는 이성이었다. 그는 “연차가 쌓이면서 열정만으로 되지 않는 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나이가 들면 자기관리나 마인드컨트롤을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개인적인 삶도 행복하게 유지해 운동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더라”고 말했다.

2020~2021 시즌 V리그 여자부에는 ‘배구여제’ 김연경(32·흥국생명)의 복귀라는 흥행 호재가 있다. 양효진은 2012 런던 올림픽 대표팀 때부터 김연경과 같은 방을 써 친분이 깊다. 김연경의 한국 복귀 소식을 들었을 때 양효진의 첫 반응은 “온다고? 그럼 너무 사기인데?”였다. 그는 “연경 언니가 ‘나 한국 간다’고 처음 말했을 때 너무 놀라서 이렇게(눈을 동그랗게 뜨며) 쳐다봤던 것 같다”며 웃었다.

다음 시즌 배구팬들은 김연경의 스파이크를 양효진이 블로킹하는 장면을 볼 수 있게 된다. 양효진은 “리그가 너무 재미있어질 것 같다. 연경 언니 같은 선수가 기량이 떨어진 후가 아니라 잘할 때 한국에 와서 국내 팬들에게도 경기를 보여준다는 건 쉽지 않은 기회”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여자배구 부동의 주전센터이자 현대건설 에이스 양효진이 용인시 마북동 현대건설 훈련장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났다. 지난 시즌 V리그 여자부 MVP를 거머쥔 양효진은 오는 10월 개막하는 2020~21시즌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용인 | 박민규 선임기자
김연경과 함께 국내에서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게 된 것도 마음이 든든하다. 도쿄올림픽은 김연경에게도, 양효진에게도 마지막 올림픽이다. 양효진은 “올림픽은 자격이 돼야 갈 수 있는 영광스러운 자리”라며 “올림픽이 취소가 아니라 일단 연기돼서 다행이다. 한마음으로 준비해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봄 현대건설은 작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주전 세터 이다영이 흥국생명으로 이적해 새로 영입한 세터 이나연과 함께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양효진은 “운동을 함께 해보니까 선수들 열정이 대단한 것 같다. 다들 잘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커서 호흡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양효진은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스포츠도 중단되고 일상생활도 제한돼 많은 분들이 답답해하셨다. ‘배구라도 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실 때마다 뿌듯하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돌아오는 시즌에도 재미난 경기 보여드리겠다.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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