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네시스 대상' 문경준 "더 날카로워진 골프 보여주겠습니다"
"대회에 대한 소중함을 많이 느꼈어요. 많았던 시간 만큼 준비도 많이 했죠."
지난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대상을 받은 문경준(38)은 하반기가 돼서 2020시즌 개막전을 치르는 상황을 앞두고, 설렘 반, 긴장 반인 듯 했다. 대상 덕에 유러피언투어 시드를 받고 연초에 유럽 4개, 미국 1개 대회에 출전했던 그는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유러피언투어에서 한창 활동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국가 간 이동이 쉽지 않아졌고, 문경준은 국내에서 기약 없던 휴식기를 맞으면서 재개를 기다려야 했다. 그나마 2일 개막하는 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 부산경남오픈을 통해 모처럼 실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세 아들을 둔 문경준은 시즌이 중단된 사이에 아빠 역할을 충실히 했다. 그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아이와 교실에 함께 가기도 했다. 육아는 정말 힘들었다. 나를 키운 어머니나 아이를 돌봐온 아내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일상을 몇달간 같이 보냈다보니까 아이들이 어떻게 크고 있는지, 그동안 모르고 있던 성향도 알게 되고 뜻깊었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가졌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돌아다닐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건 아쉬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유러피언투어 카타르 마스터스를 끝으로 휴식기를 갖던 문경준은 5월부터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그 시간까지 마냥 상황 개선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던 문경준에겐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는 "시즌이 어떻게 열릴지 몰라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유럽에 나간다 해도 가장으로서 마냥 나가 있기도 어려웠다. 해외에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일찌감치 국내에 집중해야겠다 생각하고 계획을 짰다”고 말했다.
문경준. [사진 KPGA]
1982년생, 마흔을 바라보지만, 문경준은 5년 전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한 덕분에 그새 힘과 거리가 늘었다. 그는 “스윙 스피드가 110마일에서 115마일, 볼 스피드가 160마일 중반에서 175마일로 늘면서 샷 거리도 늘었다. 얼마 전엔 스킨스 게임 장타 대결에서 보너스도 받았다”고 소개했다. 훈련으로 자신감도 부쩍 늘어난 그는 “골프는 나이가 들수록 힘들어진다는데 지금도 거리가 더 나간다. 노력하면 좋은 퍼포먼스를 나이가 들어서도 보여줄 수 있는 게 골프”라고 자부심도 표시했다.
연초 출전했던 유러피언투어,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경험도 좋은 자산이 됐다. 그나마 유러피언투어도 올 시즌 시드를 선수들의 신분을 내년에도 보장하기로 해 문경준 입장에선 걱정도 덜어낸 상태다. 문경준은 "대회를 경험하면서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기대도 컸지만 긴장도 컸다. 처음 경험한 잔디에서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한번씩 했다. 그래도 조금씩 알아가면서 배우다 돌아왔다. 다시 가면 잘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문경준은 대학 때 뒤늦게 골프를 접해 연습생 신분을 거쳐 프로에 데뷔한 남다른 과정을 거친 골퍼다. 한때 겪었던 공황장애를 극복하고 2015년 데뷔 첫 우승을 달성한 뒤, 지난해 제네시스 대상과 최소타수상을 수상하면서 골퍼로서 최고의 영예를 누렸던 그는 또다른 도전도 준비한다. 그는 "희망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 최근 SNS를 통해 젊은 친구들이 진로 문의를 종종 해서 상담을 해줬는데 나름대로 보람있더라. 골프뿐 아니라 뭐든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되는 사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개막이 늦어졌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했다. 많은 팬이 남자 골프 대회도 편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저는 좀 더 늘어난 샷 거리로, 조금 더 날카로워진 골프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