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체육회장 “스포츠 강국 넘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특별인터뷰]
7월13일 대한체육회 창립 100주년…이기흥 회장 단독회견
학교체육 활성화 생활체육 일상화하는 선진국형 추구
체육계가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 줘야
스포츠 인권 향상위한 시스템도 구축할 터
[MK스포츠] “가슴이 벅찹니다. 훌륭하신 전임 회장님들이 많이 계셨는데 저의 재임기간 중 창립 100주년을 맞고 보니 감개무량합니다.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고 부담도 크고요. 일제 강점기에 ‘건민과 신민, 그리고 저항’의 창립이념으로 출범한 조선체육회(대한체육회 전신)가 쉼 없이 달려온 지난 100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100년의 시작점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아시아변방에서 세계 스포츠 10강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 엘리트 체육의 강화에 힘써왔지만 다가오는 1세기는 학교체육이 활성화되고 생활체육을 일상화하는 스포츠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해 6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중책을 맡은 이기흥(65) 대한체육회 회장. 그는 대한체육회 창립 100주년을 맞아 가진 ‘MK스포츠’와의 단독회견에서 “지난 100년 동안 우리 국민은 힘들고 지칠 때 스포츠를 통해 위로와 희망을 얻었다”며 “올들어 밀어닥친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다시 뛸 수 있는 용기와 꿈을 심어주기 위해 체육계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16일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회장실에서 이회장을 인터뷰했다.
조선체육회, 유일한 극일 구심체 역할
- 한국체육 100주년의 역사적 의미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 “1920년 7월 13일 서울 인사동 중앙예배당에서 출범한 조선체육회는 그해 11월 현존 전국체전의 기원(紀元)이 된 제1회 전 조선야구대회를 개최하는 등 매년 체육 행사를 열어 일제 강점기 유일하게 민족 자존감을 드높이는 극일의 정신적 구심체 역할을 했습니다. 1938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해체된 조선체육회는 광복 후 대한체육회로 거듭나 1948년 동 하계올림픽에 참가, 신생 독립국 ‘KOREA’를 만방에 알렸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까지 70년간 동 하계올림픽에서 모두 337개의 메달(금121·은112·동104)을 땄습니다. 메달 경쟁에선 1984년 LA 올림픽 이후 2000년 시드니올림픽(12위)만 빼고 하계올림픽에서 줄곧 세계 10위 이내에 들었습니다. 엘리트 체육의 경기력이 지난 30여 년 사이 급성장한 것입니다.”
사실 한국체육은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계기로 대회 운영능력에서도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서울올림픽 외에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회,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세계 5대 메가 스포츠이벤트를 모두 유치해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지구상에서 5대 메가 스포츠이벤트를 치러낸 나라는 한국과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일본 등 5개국뿐이다. 다만 기초 종목인 세계육상선수권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는 우리나라가 막대한 개최 비용을 쏟아붓고도 이렇다 할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모두를 위한 스포츠’로 진화해야
- 한국체육이 새로운 1세기의 원년을 맞아 지향점을 스포츠 선진국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 “맞습니다. 스포츠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엘리트 스포츠 강국에서 ‘모두를 위한 스포츠(Sports For All)’로의 진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전제로 학교체육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아울러 생활체육 진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이와 관련한 지원 인력을 충원할 계획입니다. 또 공공스포츠클럽을 현재의 97개소에서 171개소까지 확대 운영하며 소외계층을 위한 사업도 벌일 예정입니다. 학교체육의 활성화와 생활체육의 일상화는 엘리트 체육 유망주 발굴과도 직결돼 자연스레 스포츠선진국의 반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와 함께 스포츠 인권의 향상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인권 존중은 스포츠의 가치인 공정, 정의와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입니다. 인권 친화적인 스포츠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창립 100주년을 맞아 7월13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대한체육회 창립 10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3천 명 수용 행사장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참석인원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또 지난 6월 4일부터 전국 16개소를 순회하며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체육 사진전시회’를 12월까지 개최한다. 이 전시회에서는 한국체육 100년 역사를 100장의 사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6월 30일 100주년 기념 우표가 발행됐으며 8월에는 올림픽파크텔에서 기념 심포지엄이 열린다. 9월에는 한국체육 100년 역사가 담긴 220점의 물품을 타임 캡슐에 넣어 매설하며 10월에는 ‘대한체육회 100년사’와 1만 명의 이름이 실린 ‘체육인명사전’도 발간한다.
내년 올림픽 준비 만전…체전 순연 고려
- 코로나19사태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만…
▲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됐지만, 우리 선수들이 출전권이 걸린 지역 예선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일단 양궁, 태권도 등 26개 종목 280명의 선수가 내년 올림픽 참가를 위해 안전한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진천선수촌 및 선수단 관리에 힘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206개국이 참가하는 11월의 국가올림픽위원회 연합회(ANOC) 서울총회는 내년으로 연기됐고 10월 경북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101회 전국체전도 이 상태로 간다면 내년으로 순연이 불가피합니다.”
체육회장 선거 예정대로…재선 도전
- 항간에 코로나19 사태로 올림픽이 연기된 만큼 내년 1월로 예정돼있는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도 연기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 “아닙니다. 예정대로 내년 1월 하순에 치러집니다. 그 이전에 축구, 야구 등 77개 회원종목단체 회장 선거도 실시됩니다. 다만 IOC의 권고에 따라 대한체육회와 회원 종목단체의 회장이 선거 90일 전 사퇴하는 등 불합리한 규정은 개정됩니다. 4년 전 선거에서 지적받았던 ‘깜깜이 선거’ 등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입니다. 대한체육회의 회장선거 관리규정이 바뀌면 이를 표준 모델로 회원종목단체와 전국 17개 시도체육회 및 228개 시군구체육회의 회장 선거 관리규정도 개정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해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 자격으로 우리나라 11번째 IOC 위원으로 선출된 이회장은 내년 1월의 대한체육회장 선거 전망에 대해 출마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도 결과에 대해서는 “선거는 해봐야 안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체육계의 요즘 분위기로 미루어 볼 때 뚜렷한 대항마가 없어 이 회장의 재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이 회장은 NOC 위원장 자격으로 IOC 위원이 됐기 때문에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되어야만 IOC 위원 자격도 유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