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빅클럽 이적 시계 빨라진다…'전성기 가치부여+우승권' 선결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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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 사진은 지난 2017년 5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토트넘 동료와 귀국할 때 모습. 이주상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손흥민(28·토트넘)의 빅클럽 이적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이르면 올 여름 프로 커리어의 정점을 찍을 새 팀에 둥지를 틀지 관심이 쏠린다.

축구 선수로 전성기 나이에 해당하는 20대 후반기를 보내는 그는 2019~2020시즌 종료 직후 유럽 리그 생활에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스페인, 독일 등 빅리그를 품고 있는 국가 주요 언론도 손흥민의 이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손흥민은 코로나19 여파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중단된 사이 최근 국내에서 해병대 입소를 통해 기초군사훈련 소화를 추진했다. 이 역시 올 여름 이적이나 새 시즌 대비 짧은 휴식기 등 자신을 둘러싼 여러 변수를 대비해 현 시기를 유의미하게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달성하기까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체제에서 중심 구실을 한 고연봉 선수와 연달아 이별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5년간 토트넘 공격을 이끈 ‘DESK 라인(델레 알리·크리스티안 에릭센·손흥민·해리 케인)’ 붕괴가 상징적이다. 먼저 에릭센이 지난 겨울 토트넘과 재계약 협상이 더뎌지면서 인테르 밀란(이탈리아)으로 떠났다. 2024년까지 장기 계약된 ‘주포’ 케인도 최근 영국 언론을 통해 빅클럽의 꾸준한 러브콜을 인정하면서 토트넘의 현재 침체가 이어지면 떠날 수 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에릭센에 이어 케인까지 떠난다면 손흥민의 거취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손흥민도 전성기 나이를 고려해 진정 ‘월드클래스’ 선수로 거듭나려면 우승권에 근접한 빅클럽에서 한 번 더 도전해야 한다고 여긴다. 만 18세이던 지난 2010년 독일 함부르크(2010~2013)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바이엘 레버쿠젠(2013~2015)을 거치며 5시즌 간 전 대회 49골(161경기)을 터뜨리며 EPL에 입성했다. 첫 시즌(2015~2016) 성장통을 겪었지만 착실히 잉글랜드 무대에 적응하며 ‘믿을 맨’으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 현재까지 톱클래스 공격수 핵심 지표로 여기는 두 자릿수 득점을 4시즌 연속으로 해냈다. 토트넘에서 통산 220경기를 뛰면서 83골(EPL 51골·컵대회 15골·유럽클럽대항전 17골)을 기록 중이다. 양발을 두루 사용하고 위치를 가리지 않는 득점력과 스피드, 아시아 축구 시장 공략이 가능한 상품성까지. 빅클럽이 호시탐탐 손흥민을 주시하는 이유다.
 


지난 2010년 12월 함부르크에서 뛰던 만 18세 손흥민(오른쪽)의 모습. 당시 춘천 공지천에서 아버지 손웅정 씨와 훈련한 뒤 사진촬영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시곗바늘을 7년 전으로 돌려본다. 손흥민의 스승이자 아버지인 손웅정 손(SON)축구아카데미 총감독은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아들의 빅클럽 이적 시기에 관해 힌트를 던졌다. 당시 레버쿠젠에서 맹활약 중이던 손흥민은 EPL 리버풀, 토트넘 등으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손 감독은 아들이 빅클럽 생존 경쟁에서 확실히 살아 남을만한 월드클래스 수준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독일에서 더 연마하기를 바랐다. 그러면서 ‘월드클래스’를 대변할 몸값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손 감독은 “지네딘 지단이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선수를 보라. 1000억대를 그냥 넘긴다. 이 정도가 돼야 비로소 (월드클래스가) 됐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 부자’의 꿈은 현실화했다. 손흥민은 2년 전 국제축구연맹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매긴 유럽 5대 리그 선수 가치 평가에서 처음으로 1000억원에 가까운 기록을 세웠다. 소속팀과 나이, 계약 기간, 대표팀 활약 여부 등을 두루 고려한 지표인데, 몸값은 현재 고공비행 중이다.

손흥민으로서는 전성기 나이에 걸맞은 가치를 매겨주고 우승권에 근접한 빅클럽이라면 올 여름 변화를 모색할 만하다. 토트넘은 맨유, 아스널, 첼시, 리버풀 등 EPL 전통의 빅클럽과 비교해서 연봉 지급액이 적다. 더구나 2년 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군 면제 혜택을 받은 손흥민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런만큼 손흥민에게 선택지가 많은 건 아니다. 주급 추정액인 14만 파운드(약 2억 원)보다 많은 금액을 제시하고, 토트넘이 매긴 이적료를 감당할 구단은 EPL 상위 또는 ‘레바뮌(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바이에른 뮌헨)’을 중심으로 타 리그 빅클럽이다. 변수는 있다. 토트넘이 프랜차이즈 스타 케인을 놓칠 경우 손흥민을 붙잡기 위해 거액의 새 계약서를 내밀 가능성이 있다. 올해 소방수로 투입된 주제 무리뉴 감독과 궁합도 잘 맞는다. 또 손흥민은 지난해 말 10년간 동행하며 이적을 도운 독일인 에이전트 티스 블라마이스터와 결별하고 개인 독자 에이전트 회사를 꾸렸다. 그가 유럽으로 넘어갈 무렵 가교 구실을 한 대한축구협회 출신 한 인사가 실무를 맡고 있다. 손흥민이 미래를 그리는 방식이나 루트도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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