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테러' 그날 이후, 롯데도 팬도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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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이대호는 지난 3월 3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 직후 뜻하지않은 봉변을 당했다. 경기장을 걸어 나오던 이대호의 등뒤로 누군가 하얀 박스로 보이는 물건을 투척했다. 물건은 이대호의 등에 정통으로 맞았다. 박스 안에 담긴 내용물은 먹다 남은 치킨으로 알려졌다. 깜짝 놀란 이대호는 뒤를 돌아봤지만 이내 화를 참고 그대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대호에게 오물을 투척한 사람의 신원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롯데는 개막 7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다. 당일 경기에서도 롯데는 '경남 라이벌' NC와 접전 끝에 9회초 대거 5점을 헌납하면서 5-10으로 패했다. 개막 전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되었던 롯데의 초반 부진에 많은 홈 팬들은 실망감을 금치못했다. 롯데의 부진에 불만을 품은 한 극성 팬이 팀의 주장이자 간판스타인 이대호를 향해 순간적으로 분풀이를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치킨 박스 던진 팬, 여론은 싸늘

하지만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이 각종 뉴스와 SNS를 통해 퍼지면서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극성 팬의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관련 동영상을 보면 당시 현장에 있던 팬들도 주로 연패에 주눅 든 선수들을 격려하는 반응이 많았고 이대호가 오물을 맞자마자 분위기가 삽시간에 싸늘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설사 좋지 못한 팀 성적에 불만이 있어도, 선수에게 인신모독에 가까운 행위를 저지른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다. 

사실 과거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더 빈번했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극성 팬들이 구단 버스를 가로막고 단체로 행패를 부리거나, 경기장에 난입해 오물을 투척하고 욕설을 퍼붓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예전 선수들 사이에서는 종종 이런 경험을 '웃픈' 무용담처럼 회상하는 경우도 들을 수 있다. 다행히 시대가 변하고 팬 문화도 성숙해지면서 과거에 비해 이런 추태는 많이 줄어들었다.

아무리 프로 선수라도 면전에서 오물을 던지거나 막말을 퍼붓는 것은 참기 힘든 모욕이다. 감정적으로 참기 힘든 상황이었을텐데도 흔들리지않고 침착하게 대처한 이대호의 대응은 훌륭했다. 하지만 무조건 선수만 참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롯데 구단은 선수를 사전에 보호하지 못했고 위험한 행동을 저지른 극성 팬의 신원을 사후 확보하지도 못했다. 롯데만이 아니라 국내 프로야구 구단의 안전관리 실태에 경각심이 필요한 순간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등에서는 물의를 일으킨 관중에 대해 구장 '영구 출입 정지' 등의 강경한 규제를 적용한다. 그런데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여전히 과격한 팬들의 행동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게 사실이다. 프로 선수는 팬의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존재라고 해도, 부당한 모욕까지 감수해야 할 의무는 없다. 

드디어 시즌 첫 승 올린 롯데 



 

다행스러운 부분은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팬들 사이에서 먼저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점이다. 롯데가 개막 후 극심한 부진에 시달려 이대호를 비롯하여 롯데 선수들은 연일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 '치킨 테러' 사태 이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아무리 그래도 선수들을 모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함께, 선수들의 입장을 이해해주자는 주장이 쏟아졌다. 일부 잘못된 팬들 때문에 전체 롯데 팬들이 극성으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묘하게도 롯데는 치킨 테러 이후 바로 다음날인 1일 NC에 3-2로 설욕하며 간절하던 시즌 첫승에 성공했다. 계속된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롯데 선수단은 이날 경기전 자체미팅을 가지며 심기일전의 각오를 드러냈고, 한동희(동점 3루타)-신본기(역전 결승타)-손승락(세이브) 등 그간 부진했던 선수들이 속죄의 투혼을 선보이며 팀을 수렁에서 건져냈다. 팬들의 여론에 그동안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아왔던 선수들에게는 그만큼 분발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하루 전만 해도 침울한 분위기였던 사직구장 퇴근길도 공기가 달라졌다. 첫승의 기쁨과 함께 롯데 선수들이 사직구장을 나설때마다 홈 팬들의 연호가 이어졌다. 특히 최근의 부진과 치킨 테러 사태로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컸던 이대호가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의 환호가 더 커지기도 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롯데 선수단과 팬들이 이번 사태를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더 끈끈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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