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숙현 유족, 가해자 재심 신청에 담담…"도와주는 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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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감독·선수의 폭언·폭행 증거 있고 동료 선수들도 증언"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는 가해 혐의자 3명이 모두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담담했다.

최영희 씨는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과 선배 선수 2명이 재심 신청을 한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예상했던 일이다. 특히 감독과 A 선수는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지 않은가"라며 "당연히 화가 나지만, 차분하게 대한체육회 공정위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딸과 함께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경주시청, 경찰, 검찰,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에 고통을 호소했지만,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했다. 최숙현 선수는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6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한국 체육계의 인권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최영희 씨를 돕는다.

최영희 씨는 "검찰과 경찰에서 '수사에 속내를 내겠다'고 말씀하셨다. 이용 의원 등 많은 분이 도와주시고, 언론에서도 우리 숙현이 이야기에 관심을 보여주신다"며 "가해 혐의자들이 두려워서 정확하게 진술하지 못했던 동료들도 지금은 감독, 선배 선수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하거나 목격한 사실을 제대로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고 최숙현 선수가 세상을 등진지 열흘 만인 6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김규봉 감독과 가혹 행위의 핵심 선수인 여자 선배 A를 영구제명하기로 했다. 남자 선배 김도환 선수는 10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3명은 당시 공정위에서 폭언과 폭행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김규봉 감독은 '선수단 관리 소홀' 부분만 인정했다.

하지만 김규봉 감독의 폭언·폭행 증거는 유족이 그동안 언론에 공개한 녹취에 드러나 있다.

A 선수를 향한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A 선수와 함께 뛴 적이 있는 전 경주시청 선수는 "A 선배 눈 밖에 나면, 경주시청에서 정상적으로 선수 생활하기 어렵다. 장 선수 기분을 건드리면 정말 난리가 난다. 일주일 넘게 시달리는 선수도 봤다"며 "마음에 안 드는 선수가 나오면 감독에게 가서 '알아서 하시라'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다른 선수는 "A 선배는 어떤 계기도 없이, 갑자기 특정 선수를 미워하고 괴롭힌다. 경주시청은 그 선배와 감독이 모든 걸 주도하는 폐쇄적인 집단이어서, 그런 일이 가능했다"고 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추가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선수 두 명은 "주장 선수는 훈련할 때 실수하면 물병으로 머리를 때리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를 옥상으로 끌고 가 뛰어내리라고 협박했다", "몰래 방에 들어와 휴대전화 잠금을 풀고 모바일 메신저를 읽었다"고 A 선수의 폭행, 폭언을 증언했다.


철인3종협회가 수집한 추가 피해자와 목격자 증언에도 A 선배의 폭언, 폭행 사례가 담겼다.

6일 협회 공정위에서 A 선수가 강하게 혐의를 부인하는데도 영구 제명을 결정한 이유다.

가해 혐의자 3명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것도 재심에서 중징계가 유지될 가능성을 키운다.

김도환 선수는 최근 유족에게 사과했고 "감독과 A 선배가 최숙현 선수를 때리는 걸 봤다"고 밝혔다. 협회 공정위가 열릴 때만 해도 3명은 서로를 감쌌다. 하지만 이제는 김도환 선수도 감독과 A 선수의 가혹행위를 목격한 또 다른 피해자다.

수사기관인 검찰과 경찰이 최숙현 선수를 벼랑 끝으로 내몬 팀 닥터라고 불린 운동처방사 안주현 씨를 포함한 가해 혐의자들을 조사 중이다. 22일에는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린다.

최씨는 "숙현이가 그렇게 떠나고 사람 만나기를 꺼리던 아내도 '청문회에 가서 그 사람들 어떤 말을 하는지 보고 싶다'고 한다. 아직 아내 마음이 불안정한 터라 걱정된다"며 "법적으로도, 체육계 내규로도, 숙현이를 괴롭힌 이들이 제대로 처벌받아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정확한 판단을 내려주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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