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삭감’ 받아들인 조성민 “자유롭게, 원없이 뛰고 싶다” [오!쎈 인터뷰]
[OSEN=이천, 서정환 기자] ‘조선의 슈터’ 조성민(37, LG)이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국가대표 슈터계보를 잇는 조성민에게 지난 시즌은 아쉬웠다. 12경기 출전과 경기당 14분 52초 소화 모두 2006년 데뷔 후 최저기록이었다. 장기인 3점슛은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했다. 평균득점은 2.8점까지 떨어졌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터.
‘캥거루 슈터’ 조성원 감독의 LG 부임은 호재다. 슈터의 마음은 슈터가 잘안다. 조 감독은 “조성민이 아직 승부처에서 2-3방을 연속으로 해줄 수 있는 선수다. 베테랑슈터로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조성민이 올 시즌 잘할 것”이라며 마음껏 힘을 실어주고 있다. 차분하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조성민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나고 왔다.
- 어떻게 지내나? 최근 몸상태는?
훈련하면서 몸을 만들고 있다. 계약기간 마지막 해니까 잘해야 한다. 잘 마무리하려고 한다.
- 벌써 LG에서 5번째 시즌을 맞고, 팀내에서도 최고참이다.
트레이드 돼서 5번째 시즌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간의 시간이 아쉽다. 장단점이 있다. 고참이 되니까 마음이 편하다기보다는 신경쓰고 해야 될 일들이 많다.
- 어린 선수들과 세대차이를 느끼나?
세대차이는 나는 모르겠다. 하하. 어린 선수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가장 어린 선수와 14살 차이가 난다. 예전에 내가 신인 때 형들을 생각하면 아저씨같았다. 나 신인 때 김희선 형이 고참이었다. 애들도 과연 날 그렇게 생각할까 싶다.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후배들이 워낙 날 편하게 대한다. 요즘에는 문화가 많이 다르다.
- 지난 시즌 데뷔 후 가장 많이 뛰지 못했다. 현주엽 감독과 불화설도 나왔다.
다 지난 이야기다. 많이 아쉽다. 몸이 크게 안좋지는 않았다. 올해 그래서 잘하고 싶다. 감독님도 좋으시다. 날 많이 생각해주시는 것이 느껴진다. 정말 잘해서 감독님에게 도움을 많이 드리고 싶다.
- 2억 원 삭감된 연봉 1억 원에 미련 없이 사인했다.
작년에 경기도 많이 출전하지 못했다. 연봉에 대해서 크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계약기간이 1년 남았다. 연봉 가지고 구단과 이야기할 것은 아니었다. 자유롭게 원없이 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감독님도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셨다.
- LG가 당나귀귀 예능출연으로 인기가 많았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그런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저 또한 인지도도 좋아졌다. 밖에 나가서 더 많이 알아봐주셨다. 확실히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이 파급력이 상당하다고 느꼈다. 많이 부족하지만 그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꼈다. 예전에는 알아도 그냥 ‘조성민이다’ 했는데 요즘에는 ‘어? TV 잘보고 었어요!' 하신다. 당나귀 이야기도 많이 하신다.
- LG가 높은 인기에 비해 성적이 따라주지 않아 선수들이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 같다.
성적도 안 나오고 나도 잘 못했다. 스트레스가 많았다.
- 슈터출신 조성원 감독의 부임으로 많은 기대가 있다. 조 감독이 당부한 말은?
승부처에서 연속으로 2-3개씩 꽂아줄 수 있도록 시도를 하라고 하신다. 자신감을 주입시켜주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대화를 할 때 ‘내가 먼저 보여줄게!’라고 하신다. 선수들을 진심으로 대해주시는 것이 몸소 느껴진다. 감독님과 정말 오랫동안 곁에서 보고 농구 외적으로도 배우고 싶다고 느낀다.
- 프로에서 함께 뛴 적은 없지만 같은 슈터로서 보기에 감독님의 현역시절은 어땠나?
넘사벽이다. 득점력이 워낙 좋으셨다. 무섭게 몰아치셨다. 제가 느꼈던 것은 엄청 빠르면서 점프슛을 쏘셨다. 내가 대학 때 감독님처럼 계속 원스텝 점프슛을 연습했는데 안되더라. 몸이 타고나야 한다. 쉽게 할 수 있는 동작이 아니다.
- 조성원 감독이 통산 3점슛 1002개 성공으로 프로농구 역대 7위, 조성민이 774개 성공으로 14위다. 13위 추승균 감독의 782개는 추격 가시권에 있다.
목표를 정해주셨으니 달려가야 한다. 기록이 중요하지 않다. 개수가 중요한게 아니라 시도 자체를 늘려가야 한다. 슈터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고,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으니 무섭다. 상대 수비가 내게 첫 슛이나 흐름을 안주려고 타임을 끊는다. 감독님께서 슈팅의 질적 향상은 물론 많은 시도를 하길 원하신다.
- 팀이 공격농구로 많이 변했다고 느껴지나?
팀의 템포가 엄청 빠르고 공격횟수를 많이 가져간다. 선수들도 느낀다. 내 입장에서 마음 놓고 슛을 던진다. 작년에 한 경기에 슛을 많이 던지면 5개 정도였다. 요즘에는 경기에 무조건 5개 이상은 던진다. 10개를 던지려고 생각하고 경기에 들어간다. 맘이 편하다. 책임감도 생긴다.
- 다른 팀에서 트레이드 제안을 받았을 때 기분은?
사실 난 잘 모른다. 지금 감독님이 너무 좋다. 곁에서 많이 보고 배우고 싶다. 농구 외적인 것도 배울점이 많다. 리더십 등 감독님이 보여주신 것이 너무 크다. 느끼고 배우고 있다.
- 절친한 선배 양동근이 은퇴했다. 기분이 이상했을 것 같다.
처음에는 그랬는데 형이 갑자기 은퇴했다. 원래 준비가 철저한 형이다. 동근이 형이 잘했던 길을 나도 따라가고 싶다. 앞으로 모비스를 만나면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서 심심할 것 같다. 그 전에는 형과 이야기도 많이 했다.
- 양동근과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지만 2014 인천 아시안게임서 금메달 땄을 때도 기억난다. 준비하는 과정도 기억난다. 한양대학 때도 기억이 난다. 서로 돈 없을 때 술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그랬다. 안주 하나 시키고 소주 엄청 먹었다. 하하. 지금은 생각지도 못하게 엄청 큰 선수가 됐다. 예전생각이 많이 난다.
- 선배인 양동근이 은퇴했으니 은퇴에 대해서 서서히 생각을 할 것 같다.
고참으로서 생각은 하고 있다. 언제 은퇴하겠다기보다 이런 식으로 준비를 해야겠구나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어떻게 대할지 약간은 변했다.
- 올 시즌 가장 기대되는 후배가 있다면?
올 시즌에 잘해줬으면 하는 선수는 김시래 선수다. 팀을 이끌어 나가야 할 선수다. 지난 시즌 중간에 부상때문에 주춤 했었는데 올 시즌 몸도 잘 만들고 있다. 본인도 열심히 하고 있다. 독을 품고 있다. 본인도 잘하지만 중고참으로서 후배들도 잘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선수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은퇴 전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통합우승을 하고 싶다. 이 팀에 와서 기대를 많이 했다. 벽에 부딪쳐서 잊고 있었다. 여기서 우승하고 싶다. 내가 주축이 아니더라도 우승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다. 챔프전 우승빼고 2-5등을 다해봤다. 챔프전 우승을 꼭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