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징 커브, 그게 뭐죠? 롯데 이대호는 통계와 싸워 이기고 있다!
정교하게 수집된 통계자료도 ‘아웃라이어’의 등장까지 염두에 둘 순 없다. 극단적 예로 전 세계 성인 남성 100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100m 달리기 평균을 낼 때 우연히 우사인 볼트가 포함된다면 통계는 어그러진다. 이대호(38·롯데 자이언츠)는 그런 존재다. 30대를 기준으로 야구선수의 기량이 떨어진다는, 이른바 ‘에이징 커브’ 이론을 비웃고 있다. 이대호는 여전히 롯데의 최고 타자다.
6월까지 롯데 팀 내 타격지표 최상단 대부분에는 이대호의 이름이 즐비하다. 9홈런(공동 1위), 37타점(1위), OPS(출루율+장타율) 0.915(1위), 타율 0.312(2위)가 이대호의 올 시즌 퍼포먼스를 상징한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기록 이상의 해결사 본능까지 꿈틀대고 있다.
클러치 홈런만 두 방을 몰아친 6월 30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이 딱 그랬다. 3-4로 뒤진 7회초 역전 3점포에 이어 8-8로 맞선 연장 11회초 결승 2점포를 쏘아 올렸다.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투수등판(19명·롯데 11명+NC 8명) 타이기록을 세운 난전을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했다.
운동선수가 30대에 접어들면 신체능력이 떨어져 성적이 줄어드는 것은 비단 통계나 이론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상식이다. 통계는 이 명제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통계전문가들이 분석한 연령별 성적 변화에 따르면 과거에는 28세, 선수생명이 길어진 최근에는 30세를 기점으로 기량이 떨어진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 퍼포먼스는 급전직하한다. 에이징 커브 이론은 공식처럼 여겨진다. KBO리그에서도 이대호 또래 선수들 대부분은 유니폼을 벗었다. 동기생인 김태균(38·한화 이글스), 정근우(38·LG 트윈스)가 올 시즌 고전하고 있는 것도 에이징 커브 이론을 뒷받침한다.
이대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35경기서 타율 0.285, 16홈런, 88타점으로 데뷔 이래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자연히 노쇠화 우려가 뒤따랐다. 데뷔 처음으로 성적 부진을 이유로 2군에 내려가며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다. 절치부심은 당연했다.
이대호의 땀, 그리고 재능은 통계까지 넘어섰다. 이대호는 6월 한 달간 8홈런을 몰아치며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대호가 한 달에 8홈런을 친 것은 2018년 6월(9개)에 이어 꼬박 2년만이다.
이대호는 늘 ‘마지막’을 생각하고 이를 악문다. 조만간 관중입장이 가능해지면 팬들도 여전히 활활 타오르는 이대호의 불꽃을 직접 볼 수 있다. 이대호는 “팬들을 기다렸다. 오래 기다리신 만큼 더 집중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대호의 시간은 남보다 더디게 가고 있다. 이제 팬들이 그 시간을 함께 나눌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