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겼던 모리카와, 불운했던 토마스 꺾고 통산 2승 달성

[BO]스포츠 0 4565 0


저스틴 토마스(미국)는 13일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파72·7456야드)에서 화려한 대관식을 할 수 있었다. 시즌 3승과 페덱스컵 1위 등극이 그의 손안에 들어왔던 두 마리 토끼였다.

하지만 이날은 그의 날이 아니었다. 3차 연장서 우드로 티샷을 한 토마스의 입에서 자책의 욕이 신음처럼 터져나왔다. 토마스는 샷이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그러나 티샷 결과는 단순한 실수 그 이상이었다. 볼이 떨어진 지점이 공교롭게도 나무 바로 뒤. 이것이 이날의 그의 불운을 상징했다. 토마스는 어쩔 수 없이 레이업을 해야 했고, 거기서 한 타를 까먹었다.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4.2m 파 퍼트가 홀을 돌아나오면서 승부가 끝났다. 콜린 모리카와(미국)는 2.7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쳤지만 파로 마무리하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워크데이 채리티 오픈(총상금 620만 달러)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데뷔 후 22개 대회 연속 컷 통과 기록을 이어가다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첫 컷 탈락했던 모리카와는 워크데이 채리티오픈에서 반등하며 통산 2승째를 올렸다. 모리카와는 지난해 7월 배러쿠다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우승상금은 111만6000달러.

불운했던 토마스와 달리 모리카와는 끈질긴 승부 근성으로 행운을 만들어냈다.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를 친 모리카와는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토머스와 동타를 이뤄 연장까지 몰고 가는 데 성공했다. 토마스는 18번홀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져 투온에 실패했고, 세 번째 어프로치샷을 3.3m에 붙였지만 파 퍼트를 놓쳐 연장을 허용했다.

드라마가 펼쳐진 것은 파4 18번홀에서 열린 연장 1차전이었다. 토마스가 먼저 15.4m 거리에서 내리막 경사를 태워 보낸 버디 퍼트가 그림처럼 홀에 떨어졌다. 토마스의 포효가 그린 주변에 울려퍼졌다. 모리카와는 7.4m 버디 퍼트를 반드시 넣어야 할 상황. 모리카와는 끈질겼다. 모리카와가 친 버디 퍼트가 홀 옆으로 샐듯 말듯 하다가 홀로 빨려들어갔다. 모리카와는 “캐디와 라인에 합의했다. 토마스의 퍼팅을 통해 마지막에 어떻게 흐를지를 예상하고 있었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정확히 맞췄다”고 말했다. 모리카와는 패배 문턱에서 그렇게 살아나왔다.

2차 연장에서도 두 선수는 파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3차 연장에서 모리카와가 웃었다.

토마스는 시즌 3승은 놓쳤지만 페덱스컵 포인트 1843점으로 웹 심슨(미국·1660점)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토마스는 “기괴한 날이었다”며 “모리카와가 잘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전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모리카와는 “오늘의 승리는 거대한 디딤돌”이라면서 “내가 이번주에 무엇을 잘했는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는지 점검할 것이다. 다음주엔 많은 버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리카와는 토마스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모리카와가 지난해 RBC 캐나다 오픈에서 프로 데뷔를 했을 때 저녁식사에 초대한 사람이 바로 토마스였다. 모리카와는 “그는 내가 PGA 투어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라면서 “그는 훌륭한 선수이자 멋진 친구다”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이경훈(29)이 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 35위에 올랐다. 임성재(22·CJ대한통운)는 5타를 잃고 합계 2오버파 290타로 63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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