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 피치] 잘 키운 황소가 포항에 안길 선물…왜 풀뿌리 육성인가?
‘황소’ 황희찬(24)이 독일 분데스리가 RB라이프치히로 이적했다. 계약기간 5년에 한국 공격수를 영입한 라이프치히가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에 건넬 이적료는 1400만 유로(약 189억 원)다. 옵션이 추가되면 1800만 유로(약 243억 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적지 않은 자금을 확보한 잘츠부르크도 활짝 웃겠지만, 국내에도 황희찬의 이적에 흐뭇한 팀이 있다. 2014년 12월 유럽으로 떠난 황희찬을 키우고 성장시킨 K리그1(1부) 포항 스틸러스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선수지위 및 이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만 12세부터 23세까지 선수를 육성한 클럽에 대한 보상 차원의 훈련보상금 및 연대기여금 제도가 운영된다. 해당 선수의 연령과 상관없이 조건을 충족했을 때, 국제 이적시마다 총 이적료의 일정액을 친정팀이 챙기게 된다.
다만 포항 구단의 소득은 아니다. 규정상 황희찬이 나온 포항 산하 유스인 포항제철중과 포항제철고가 수혜를 받는다. ‘잘츠부르크→라이프치히 이적’ 건에 해당되는 것은 연대기여금으로, 소속 협회가 각기 다른 국제 이동에 따라 이적료가 발생하면 만 12세부터 23세까지 훈련과 교육에 기여했던 이전 팀들에 차등 분배하는 보상금이다.
이에 포철중은 0.75%, 포철고는 1.5%를 받는다. 이적료를 1400만 유로로 가정하면 각각 10만5000유로(약 1억4000만 원), 21만 유로(약 2억8000만 원)라는 계산이 나온다. 추후 옵션까지 성사되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황희찬은 이전에도 모교에 큰 선물을 안긴 바 있다. 훈련보상금이다. 단, 개념이 연대기여금과는 다르다. “만 12~23세의 아마추어선수들이 프로로 성장하는 데 기여한 클럽에 보상해 새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육성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보상”이라는 게 FIFA의 설명이다. 지급 대상도 만 23세 이전 아마선수가 해외 클럽에 최초 등록하고 국제 이적한 경우로 한정된다. 당시 포철중과 포철고가 받은 금액은 동일했다. 잘츠부르크가 유럽축구연맹(UEFA) 회원국 클럽이라 연간 9만 유로씩 3년을 기준으로 27만 유로(약 3억6000만 원)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특정선수의 가치를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출중한 선수를 발굴하고 성장시킨 클럽으로 긍정의 이미지를 남긴다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잘 키운 선수가 끊임없이 친정의 살림살이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왜 풀뿌리 육성이 중요한지, 아주 오래 전부터 유소년축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포항이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