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L 김광현 "힘들었던 시간, 내 인생에 교훈될 것"(종합)
"웨인라이트 없었다면 한국 돌아갈 뻔"
[서울=뉴시스] 김주희 기자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32)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첫 시즌을 준비에 도움을 준 팀 동료 애덤 웨인라이트(39)에 고마움을 표했다.
김광현은 9일(한국시간) 현지 기자들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벨빌 뉴스의 제프 존스 기자와 세인트루이스 디스패치 등에 따르면 김광현은 이 자리에서 "웨인라이트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만약 캐치볼 파트너인 웨인라이트가 없었다면,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을 것"이라며 마음을 전했다.
김광현은 2019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시스템을 거쳐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 달러에 계약해 미국 진출의 꿈을 이뤘다.
시범경기에서는 4경기에 나와 8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선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스프링캠프가 중단되고, 시즌 개막이 연기되는 변수를 만났다.
미국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김광현에게는 더 큰 어려움이었다.
김광현도 당시를 돌아보며 "솔직히 말해서 힘든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때 베테랑 투수 웨인라이트가 김광현의 캐치볼 파트너가 돼 훈련에 도움을 줬다. 웨인라이트 덕분에 김광현도 시즌 준비를 무사히 이어갈 수 있었다.
훈련을 하는 동안 김광현은 웨인라이트의 아이들과도 가까워졌다.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가족들과 함께 만나기로 약속도 했다.
웨인라이트는 어린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김광현의 마음도 이해하고 있다. 웨인라이트는 "그에게는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는 새로운 리그에 와있고, 아는 사람도 없다. 세인트루이스에 친구도 없다"면서 "게다가 아내와 아이들도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이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잘 견뎌내고 있다"고 그간 지켜본 김광현에 대해 설명했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도 김광현의 '태도'를 높이 샀다.
실트 감독은 "김광현은 불행한 상황에 오게 됐지만, 대응 능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지난 5월5일 개막한 한국프로야구는 ESPN 중계를 통해 미국 전역에도 방송되고 있지만, 김광현의 숙소에는 케이블TV가 없어 '친정팀 SK 와이번스의 경기를 시청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몇몇 하이라이트를 봤다.
김광현은 "전 동료들의 경기를 보면서 정말 야구를 하고 싶어졌다"며 야구 갈증을 드러냈다.
지루했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오는 24일 개막한다.
100여 일을 야구 경기 없이 낯선 땅에서 버텨낸 김광현은 "아주 외로웠던 만큼 내 커리어는 물론 인생에서도 교훈이 될 시간"이라고 짚었다. "그 시간을 참아내면서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알 수 있었지만,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가족은 한국에 남아있다. 김광현은 "시즌이 끝나기 전 백신이 나온다면 가족이 미국으로 올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김광현의 보직은 '서머 캠프'를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김광현은 "한국에서 선발 투수로 뛰었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선발로 나가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면서도 "어느 위치가 됐든 팀의 승리를 도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