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행위보다 무서웠던 가해자 치밀한 대처…고 최숙현 사망 직전 3일의 재구성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가해자들은 끝까지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 고 최숙현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

고인을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가한 것으로 지목된 경주시청 김규봉 감독, 팀 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 안주현, 선배 장윤정 김도환 등은 사건이 알려지기 전부터 법률적인 검토를 마치고 치밀하게 준비한 듯한 모양새다.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의 긴급 현안 질의에 참석한 안주현을 제외한 가해자 3인은 입을 모은 듯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지난 2일 경주시체육회 운영위원회에서도 시종일관 폭력 및 가혹행위에 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가해자들의 법률적인 조언을 받아 철저히 사전공모한 것으로 보인다. 형사법 관련 현직 변호사는 스포츠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가해자들의 혐의가 법정에서 입증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한다. 직접 증거와 목격자의 진술도 증거로 가능하다. 다만 법정에서 증언했을 때만 증거로 채택된다. 국회에서 증언은 증거 자료가 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 “재판 중 진술을 뒤집는다면 괘씸죄로 형량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이때문에 조직적으로 형량을 회피하거나 낮추기 위해 일관된 진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이 용기를 내 국회에서 격정 토로를 했지만 법정 증언대에 서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는 계산까지 치밀하게 한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치밀한 전략은 결국 최숙현을 절망속으로 몰아넣었다.유일한 증거물인 녹취속 폭행의 주인공인 안주현은 지난 23일 스포츠인권센터에 먼저 연락해 자신의 폭행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김 감독을 감싸는 데 상당 부분 할애한 3장 분량의 자필진술서를 제출했다. 김 감독을 보호하는 탄원서 성격이 강한 진술서였다.

스포츠인권센터에서는 자료를 제출한 가해자 측과 달리 증거자료를 미제출한 고인에게 23일과 24일 연락했다. 그러나 연락은 닿지 않았다. 25일 오후 운동 뒤 스포츠인권센터 조사관과 연락이 닿은 고인은 추가 증거 자료를 요구하는 조사관의 연락 뒤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문제를 제기한 부분이 가해자 측의 자료제출로 반박할 증거가 필요하다는 조사관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조사관과의 녹취 내용을 보면 추가자료 요구에 고인은 ‘더 이상의 자료는 없다’며 허탈해한다. 조사관의 의도와 상관 없이 고인이 느꼈을 절망감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결국 가해자들의 치밀한 준비와 압박, 관계기관의 기계적인 대응으로 수수방관하는 사이 꽃다운 청춘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