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가 굳이 움직일 필요 없어"…김하성, 트레이드 없이 새 시즌 맞이하나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올겨울 트레이드설에 휩싸였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빅리그 진출 이후 네 번째 시즌도 샌디에이고에서 보내게 될까.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의 데니스 린은 11일(이하 한국시간) 김하성을 트레이드하는 것이 최선의 기회일지에 대한 질문에 "그럴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김하성은 트레이드 후보 중에서 이번 오프시즌에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선수다. FA(자유계약) 자격 취득까지 9개월이 남았고, 샌디에이고가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마련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어 "유망주 잭슨 메릴이 준비가 된다면 내야 어딘가에서 김하성을 저렴하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몸집 줄이기에 나선 샌디에이고가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면 김하성의 트레이드와 함께 팀 내부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게 린의 생각이었다.
다만 린은 "김하성이 개막 2연전(서울시리즈) 이전에 트레이드될 수는 있겠지만, 가능성은 낮다. 샌디에이고는 올해 경쟁력을 갖추려고 하고, 김하성은 800만 달러의 연봉으로 큰 가치를 팀에 제공할 수 있다"며 "팀 입장에서는 김하성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스프링 트레이닝 도중 다른 팀에서 부상이 발생하면서 중앙 내야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고, 혹은 샌디에이고 팀 내에서 부상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하성의 트레이드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2일 샌디에이고의 1루 상황과 관련한 내용을 전하며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트레이드 대상으로 떠올랐던 김하성과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언급했다.
매체는 "크로넨워스나 김하성과 관련된 잠재적인 거래에 대해 많은 소문이 돌았다. 두 선수 모두 샌디에이고가 간직하고 싶은, 매우 유용한 선수들"이라며 "파드리스가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 현재로선 크로넨워스, 김하성을 모두 잡을 가능성이 좀 더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현재 로스터 상으로는 크로넨워스가 1루를 맡지 않을까 싶다. 2루에는 골드글러브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수상자이자 크로넨워스보다 더 뛰어난 야수인 김하성이 있다"며 "시즌 초반 마차도가 (3루수로) 복귀하기까지 지명타자로 시즌을 시작한다면 김하성이 3루수, 크로넨워스가 2루수를 맡을 수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KBO리그, 국제무대를 통해 능력을 검증받은 김하성은 2021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1년 총액 3900만 달러(4년 보장 28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으면서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이미 3년이 지났고, 올해로 빅리그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김하성이다.
2021년(117경기 267타수 54안타 타율 0.202 8홈런 34타점 6도루 OPS 0.622)과 2022년(150경기 517타수 130안타 타율 0.251 11홈런 51타점 12도루 OPS 0.708)까지만 해도 김하성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그 흐름이 달라진 건 지난해였다. 김하성은 152경기 538타수 140안타 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OPS 0.749를 기록,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및 도루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수비에서는 자신의 주포지션인 2루수(106경기 856⅔이닝)뿐만 아니라 3루수(32경기 253⅓이닝)와 유격수(20경기 153⅓이닝)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적인 포구 능력을 선보이며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았고,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에서 무키 베츠(LA 다저스)와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제치고 아시아 지역 출신 내야수로는 처음으로 골드글러브를 품었다.
그 덕에 김하성은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고, 메이저리그에 처음 입성했을 때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뛰어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디애슬레틱'의 린은 "유격수 댄스비 스완슨은 시카고 컵스와 7년 1억 77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고, 트레버 스토리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주로 2루수로 뛰며 6년 1억 40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두 명의 중앙 내야수 모두 김하성보다 뛰어난 실력을 보였고 더 뛰어난 공격력을 갖췄다"면서도 "김하성은 유격수, 2루수 부문에서 골드글러브 후보로 꼽히고 지난 두 시즌 동안 8.1의 fWAR을 기록했다. 스토리와 다르게 팔 건강에 대한 문제도 없다"고 주목했다.
이어 "샌디에이고가 개막에 앞서 예상치 못한 일을 해낸다면 올해 1억 3000만 달러(약 1717억원)에서 1억 5000만 달러(약 1982억원)를 보장하는 7년 연장계약도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기도 했다. 만약 김하성이 린의 예상대로 1억 5000만 달러의 계약을 따낸다면 2014시즌을 앞두고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추신수(SSG 랜더스)의 7년 1억 3000만 달러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게 된다.
그러다 보니 팀 입장에서는 김하성의 활약을 직접적으로 체감했고, 홈구장인 펫코파크에서는 연일 그의 별명인 '어썸킴'이 울려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김하성이 트레이드설에 휩싸이게 된 건 바로 구단의 열악한 재정 상황 때문이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지역 중계방송사가 파산한 여파로 재정에 큰 타격을 받았고, 지난 9월 선수단 연봉 지급을 위해 5000만 달러(약 652억원)를 대출받은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팀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변화가 불가피했다.
결국 몸집을 줄이기로 한 샌디에이고는 주축 선수들을 하나둘 떠나보냈다. 지난달 7일 뉴욕 양키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주전 외야수 후안 소토와 트렌트 그리샴을 떠나보냈고, 그 대가로 우완투수 마이클 킹, 자니 브리토, 유망주인 우완투수 드류 소프와 랜디 바스케스,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를 받았다.
FA 자격을 취득한 선발투수 세스 루고, 마이클 와카(이상 캔자스시티 로열스)도 팀을 떠났고 조시 헤이더 또한 다른 팀 유니폼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지출보다는 '효율'을 따지게 됐고, 그러면서 비교적 구단 입장에서 부담을 덜 수 있는 계약으로 마쓰이 유키와 고우석을 영입했다.
주전급 선수들이 팀을 떠나거나 트레이드설에 휩싸인 가운데, 최고의 시즌을 보낸 김하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동안 내야 보강이 필요했던 복수의 구단이 김하성과 연결됐다.
샌디에이고 구단 소식을 다루는 매체인 '프라이어스 온 베이스'는 "김하성은 지난해 샌디에이고에서 크게 성장해 수준급 수비력을 발휘했다. 내년엔 비교적 저렴한 연봉 700만 달러를 받는다. 올해 보여준 퍼포먼스를 고려하면 트레이드로 영입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베테랑 유격수 브랜든 크로포드가 은퇴를 앞둔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새로운 유격수를 찾고 있다. 김하성에게 가장 적합한 팀으로 보인다"고 구체적으로 팀까지 언급했다. 샌프란시스코뿐만 아니라 보스턴 레드삭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토론토 블루제이스, 뉴욕 메츠 등도 잠재적인 영입 후보로 거론됐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샌프란시스코가 유격수 영입을 위한 트레이드를 고려 중으로, 포수 유망주 조이 바트와 젊은 투수 1~2명, 팀의 외야수 중 한 명이 트레이드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샌프란시스코가 이들의 대가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과 같은 선수를 받아올 수 있고, 윌리 아다메스(밀워키 브루어스)도 또 다른 영입 후보"라고 보도했다. 김하성의 이름이 직접 언급됐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MLB.com은 마이애미 말린스가 내야수 김하성 영입을 위해 우완투수 에드워드 카브레라를 내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체는 "카브레라는 삼진과 땅볼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으나 제구력에 문제가 있었다"며 "그를 트레이드하는 것은 내야 자원에 대한 수요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MLB.com은 "(마이애미에게)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카브레라를 샌디에이고에 넘기고 골드글러버 김하성을 영입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그게 현실적이지 않다면 뉴욕 양키스의 오스왈드 페라자 같은 선수를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시도해볼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배지환의 소속팀인 피츠버그 파이리츠도 후보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미국 매체 'FOX스포츠'는 6일(한국시간) '내셔널리그 15개 팀에게 맞는 이상적인 선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피츠버그와 김하성의 궁합이 잘 어울릴 것으로 분석했다.
매체는 "파드리스는 김하성의 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고, 그는 공격과 수비의 측면에서 피츠버그에 아주 잘 어울릴 것"이라며 "지난 시즌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에서 17홈런, wRC+(조정 득점 생산력) 112를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고 700만 달러를 벌었다. 또한 +10 DRS(Defensive Run Saved)와 +7 OAA(Outs Above Average)를 기록한 후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고 김하성의 2023시즌 활약상을 소개했다.
다만 FOX스포츠는 "피츠버그가 2루수를 영입하거나 트레이드하지 않는 한, 그들은 내부 경쟁을 벌이면서 스프링 트레이닝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파워를 갖춘 리오버 페게로의 경우 22세의 나이에도 일관성이 없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줬다"며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했다.
특히 김하성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3월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서울시리즈' 때문이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 팀인 다저스와 샌디에이고가 맞붙는 가운데, 개막 시리즈는 2경기 모두 오후 7시 5분에 시작된다. 미국에서는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을 통해 생중계되고, 한국에서는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가 해당 경기를 생중계할 예정이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다저스), 김하성, 고우석, 다르빗슈 유, 마쓰이 유키(샌디에이고) 등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대거 출전을 앞두고 있어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한국에서 열리는 첫 메이저리그 공식 경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서울시리즈는 미국 50개 주와 캐나다 이외의 지역에서 메이저리그 역사상 9번째로 열리는 오프닝 시리즈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과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개최된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현지 언론도 한국에서 진행되는 메이저리그 경기를 주목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2일 '우리가 2024년에 기다리는 8가지'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면서 서울시리즈를 언급했다. 매체는 "다저스는 3월 20일과 21일 대한민국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샌디에이고와 개막전을 치른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 윔블던 테니스대회, 2024 파리 올림픽, 포뮬러원(F1) 월드챔피언십 최종전(아부다비 그랑프리)과 더불어 '여행을 가서라도 봐야 할 새해 스포츠 이벤트'에 서울시리즈를 포함시켰다.
매체는 "서울에서 MLB 경기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팀은 한국 팀들과 연습경기를 치른 뒤 개막 시리즈를 진행하는데, 해당 티켓은 1월 말부터 판매될 것이다. 고척돔 수용 인원이 16,744석에 불과해 티켓 구매를 서둘러야 한다"며 "다저스에는 오타니와 야마모토, 샌디에이고엔 김하성과 다르빗슈 유, 마쓰이 유키 등 아시아 출신 선수가 많아서 한국과 일본 팬들의 관심을 끌 것이다. 또 아시아 최대 도시 서울엔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다. 이번 이벤트는 서울을 매료 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일찌감치 김하성을 내세워 서울시리즈 홍보에 나섰다. 12일에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난해 말 모교인 야탑고등학교를 방문한 김하성의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러란 상황 속에서 개막전에 앞서 김하성이 팀을 옮긴다면 흥행 요소가 한 가지 사라지는 셈이다. 소속팀과 팬들, 사무국까지 그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이제 선택은 샌디에이고의 몫이다. 구단이 기존과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면 김하성을 떠나보낼 수 있지만, 무리하게 트레이드를 추진하지 않는다면 올 시즌에도 김하성과 함께 동행할 수 있다. 샌디에이고가 시즌 개막 전까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AFP, AP/연합뉴스,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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