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크로우 잭팟?…2023년과 다른 KIA 스토브리그, '마지막 퍼즐' 남았다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2024 시즌을 준비 중인 KIA 타이거즈의 분위기가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전력 출혈에 대한 보강 없이 스프링캠프에 돌입했던 것과 다르게 올해는 핵심 전력 보존은 물론 외국인 선수 구성까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KIA는 지난 7일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와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약 13억 1600만 원)에 계약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94경기(선발 29경기)에 210⅔이닝 10승 21패 16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한 베테랑으로 KIA가 찾던 1선발감 투수다.
미국 테네시주 킹스턴 출신인 윌 크로우는 우완 투수로 신장 185cm, 체중 108kg의 체격을 지니고 있으며 직구, 스위퍼(변형 슬라이더), 슬라이더, 등을 구사한다.
윌 크로우는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해 내구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메디컬 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했다. 2023 시즌 마이너리그에서 17경기(선발 3경기)에 나서 30⅓이닝 3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86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심재학 KIA 단장은 "윌 크로우는 뛰어난 구위가 장점인 우완 투수로, 최고 구속 153km/h의 빠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가 위력적인 선수이다. 또한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만큼 경험이 풍부해 구단 선발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KIA는 지난해 2023 시즌 출발을 함께했던 외국인 투수 숀 앤더슨과 아도니스 메디나와 동행이 길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기량 미달로 전반기를 마치기 전에 퇴출됐다.
KIA는 2022 시즌 팀의 5강 진출을 이끌었던 토마스 파노니를 재영입하고 마리오 산체스를 대체 외국인 선수로 데려왔지만 전반기 9위까지 쳐졌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5할 승률을 넘기고도 6위에 그치며 '야구' 없는 쓸쓸한 가을을 보냈다.
KIA는 2024 시즌 상위권 도약을 위해 확실한 에이스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외국인 투수 영입에 신중을 기했다. KBO리그에서 처음 뛰는 외국인 선수는 계약금, 연봉, 인센티브, 이적료를 포함 몸값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넘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발과 불펜 모두 빅리그 풀타임 경험이 있는 윌 크로우는 KIA가 손에 쥘 수 있는 최상의 카드였다.
심재학 단장은 7일 "크로우는 어느 정도 스피드가 빠른 투수다. 시속 92마일 이상의 공을 던져줄 수 있다"며 "2021년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으로 선발을 경험했다. 2022년에는 불펜에서 필승조를 맡기도 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가 뽑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투수였고, 영입에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KIA는 베테랑 양현종과 이의리, 윤영철 등 두 영건까지 토종 좌완 선발 3인에 크로우가 제 몫을 해준다면 10개 구단에서 가장 탄탄한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할 수 있다.
야수진 구성도 집토끼 단속에 성공하면서 전력을 보존했다. 내부 FA 김선빈, 고종욱을 붙잡고 베테랑 최형우, 포수 김태군과 비 FA 다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베스트9이 올 시즌에도 그대로 가동된다.
김선빈은 2023 시즌 119경기 타율 0.320(419타수 134안타) 48타점으로 제 몫을 해줬다. 주전 2루수로 공수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3년 총액 30억 원에 도장을 찍으면서 KIA 원클럽맨으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게 됐다.
대타 요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친 고종욱도 생애 첫 FA 계약에 성공했다. 고종욱은 지난해 114경기 타율 0.296(270타수 80안타) 3홈런 39타점으로 KIA 타선에서 소금 같은 역할을 해냈다. 2년 총액 5억 원의 조건으로 2025 시즌까지 KIA 유니폼을 입는다.
나이를 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1983년생 최형우도 KIA의 반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2023 시즌 121경기 타율 0.302(431타수 130안타) 17홈런 81타점 OPS 0.887로 리그 최정상급 지명타자로 맹타를 휘둘렀다. 계약기간 1+1년, 총액 22억 원의 대박 계약과 함께 내년에도 KIA 타선을 책임지게 됐다.
지난 시즌 중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포수 김태군도 계약기간 3년, 총액 25억 원에 합의가 이뤄졌다. 김태군은 지난해 114경기 타율 0.257(311타수 80안타) 1홈런 42타점으로 준수한 타격과 안정적인 투수 리드로 안방을 지켜줬다.
KIA는 2022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한 포수 박동원이 LG 트윈스로 떠나면서 포수진 구성에 난항을 겪었다. 키움 히어로즈와 트레이드를 통해 주효상을 영입했지만 풀타임 경험이 없는 주효상은 주전 포수에 걸맞은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KIA는 결국 2023 시즌 중 또 한 번 트레이드에 나섰고 김태군을 품었다. 내야수 류지혁을 삼성 라이온즈로 보내는 결단을 내렸던 가운데 김태군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는 3년 연속 KIA 유니폼을 입는다. 지난해 142경기 타율 0.285(547타수 156안타) 20홈런 96타점 15도루 OPS 0.807로 호타준족의 면모를 뽐냈던 가운데 2024 시즌에도 변함없이 KIA 중심 타선을 지킨다.
KIA는 2020년대 주축 선수들의 잦은 이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가 많았다. 2020 시즌을 앞두고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안치홍이 롯데 자이언츠로 FA 이적하면서 주전 2루수 공백을 크게 절감했다. 당장 지난해에는 박동원이 떠난 포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정규리그 개막 직후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원인이 됐다.
하지만 2024 시즌은 주축 선수들이 모두 건재한 상황에서 출발을 준비한다. KIA는 지난해 7월 이후 44승 32패 1무, 승률 0.579로 순항했다. 베스트9이 원활하게 가동되고 마운드까지 안정적으로 돌아가면서 순조롭게 승수를 쌓았다.
KIA가 2023 시즌 중반 이후 팀 구성과 경기력으로 2024 시즌 개막을 맞이한다면 충분히 상위권 경쟁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LG 트윈스의 우승을 견인했던 염경엽 감독은 최근 "KIA의 전력이 굉장히 좋다"며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KIA는 이제 남은 외국인 선수 슬롯 하나를 어떻게 채우느냐가 관건이다. KIA는 당초 윌 크로우와 함께 영입을 점찍었던 또 다른 외국인 투수가 있었지만 몸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다른 선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KIA는 김종국 감독이 2022 시즌 지휘봉을 잡은 뒤 지난 2년 동안 150이닝 이상 던져준 외국인 투수가 없었다. 범위를 넓혀도 2020 시즌 가뇽의 159⅔이닝, 브룩스의 151⅓이닝이다. 3년 연속 외국인 투수 구성에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이달 말 호주 스프링캠프 출국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빠르게 외국인 투수 한 자리를 메워야 한다. KIA의 마지막 퍼즐이 순조롭게 맞춰진다면 2017년 한국시리즈 2차전 이후 멈춰있는 안방 광주에서의 가을야구를 꿈꿀 수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기사제공 엑스포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