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넌 유명해도 우승컵이 없잖아" 클린스만 감독의 '채찍'…정몽규 회장의 '깨알' 전언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캡틴' 손흥민(토트넘)이 황희찬(울버햄턴)의 손을 잡고 클린스만호에 합류했다.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가 3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첫 훈련을 소화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A대표팀 감독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조규성(미트윌란) 등 18명의 태극전사들을 이끌고 출국했다. 손흥민과 황희찬, 셀틱 듀오 오현규와 양현준, 벨기에의 홍현석(헨트) 그리고 중동파 김승규(알샤밥) 박용우(알아인)가 현지에서 가세했다. 완전체까지는 이틀 더 남았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은 4일 툴루즈와의 프랑스 슈퍼컵을 치른 후 5일 훈련부터 함께한다.
아픔에서 첫 발을 뗐다. 5년 전이었다. 대한민국은 직전 대회인 2019년 UAE아시안컵 8강에서 카타르에 0대1로 패하며 4강 진출이 좌절됐다. 태극전사들은 아부다비에서 심기일전하며 카타르아시안컵을 정조준한다. 클린스만 감독이 손흥민의 자존심을 건드린 '채찍'도 흥미롭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2일 열린 '2023 KFA(대한축구협회) 어워즈'에 앞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이 손흥민에게 '우승 트로피가 있느냐'고 물어봤다고 하더라. 그리고 '아무리 유명해도 우승컵이 없으면 소용없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A매치 116경기에 출전한 손흥민은 이번이 4번째 아시안컵이다. 그러나 64년의 세월이 말해주듯 그 또한 '무관'이다.
손흥민은 첫 출전한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에선 3위, 2015년 호주에서는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어 UAE 대회는 8강이었다. 특히 호주아시안컵의 결승전 상대가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토트넘)이 지휘봉을 잡았던 개최국 호주였다. 0-1로 끌려가던 대한민국은 후반 45분 손흥민의 천금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연장전에서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 1대2로 무릎을 꿇었다. 손흥민은 당시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반면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사제로 다시 만난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는 환희였다. 그는 최근 "손흥민이 다시 호주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면 좋겠다. 그렇다면 정말 기쁠 것"이라는 '뼈있는' 농담을 던져 화제가 됐다.
손흥민은 차범근 홍명보 박지성 등 한국 축구 레전드들이 오르지 못한 아시아 정상,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다. 클린스만 감독의 동기부여에 대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다면 64년의 한도 털어낼 수 있다. 1956년 아시안컵 초대 챔피언인 한국은 1960년 2회 대회 정상 등극이 마지막이었다.
손흥민은 1일 아시안컵 합류 전 치른 본머스와의 정규리그 경기 후 "내 욕심을 채우러 간다기 보다 한 가족이 돼 대한민국 대표로 나가는 것이다. 이번 대회만큼은 개인적인 욕심들, 내가 조금 더 이익 보는 순간들을 포기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팀에 대한 희생을 할 건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동료들과 좀 더 얘기를 많이 할 것"이라며 "소속팀을 떠나는 것은 미안하지만 그만큼의 가치, 값어치를 하고 돌아와야 한다.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간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재밌는 경기 그리고 멋진 결과로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부다비에선 중동의 기후 등 현지 적응도 관건이다. 클린스만호는 6일 아부다비의 뉴욕대 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최종 리허설을 치른 후 10일 '결전의 땅'인 카타르에 입성한다.
기사제공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