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문화' 안 바뀌면 계속 7~8등" 19년차 베테랑 쓴소리, 명장 선임만큼 중요한 건 '선수단 의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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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부산=양정웅 기자]



새해부터 야구장으로 출근해 후배들과 캐치볼을 하는 베테랑 투수 김상수(36·롯데 자이언츠). 그는 휴식기에도 온통 팀 생각만 하고 있었다. 팀을 위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김상수는 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감독님이 바뀌긴 했지만, 선수단이 우선 바뀌어야 한다"며 "롯데만의 문화가 있지만, 그 문화로 밀어붙였다가는 계속 7등, 8등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선수들은 비활동 기간(12월~1월)이지만, 이날 사직야구장에는 김상수와 투수 신정락(37), 현도훈(31) 등이 나와 캐치볼 등을 소화했다. 김상수는 "야구장이 제일 편한 것 같다. 센터도 나가보고 했는데 내가 플레이하는 곳은 야구장이니까 거기서 운동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며 야구장에 나온 이유를 밝혔다.

비시즌 근황에 대해 묻자 김상수는 "쉬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은 '어떻게 하면 팀이 강해질까. 어떤 선배가 돼야 하나', 아니면 '어떤 야구 선수가 돼야 하나, 어떤 투수가 돼야 하나' 그런 생각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시즌을 돌아본 김상수는 "개인 성적은 내 나름대로 의미는 있을지언정 팀 성적이 안 나와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롯데는 지난해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을 보냈다. 스토브리그에서 포수 유강남(32)과 유격수 노진혁(35), 투수 한현희(31) 등 FA 3인방을 데려오며 기대를 모았고, 4월 말 한때 9연승을 달리면서 선두에도 올랐다.

하지만 6월에만 6연속 루징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롯데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5할 승률이 붕괴된 롯데는 8월 말 래리 서튼(54) 감독마저 건강 문제로 물러나는 상황이 일어나면서 힘 한번 못 써보고 그대로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시즌을 떠올린 김상수는 "그 실수를 두 번은 하고 싶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김상수는 "기복 있는 팀보다는 안정적이고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승수를 쌓는 팀이 돼야 강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승-연패가 반복되는 기복을 줄이고, 후반기에 처지는 모습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서로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의 명장 김태형(57)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을 영입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학교(신일고) 선배님이시다"며 농담을 던진 김상수는 그러면서도 "물론 감독님이 바뀌긴 했지만, 선수단이 우선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무슨 의미일까.


김상수는 "지금까지 왜 이렇게 못했는지, 왜 이렇게 처졌는지를 선수단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임 주장 전준우(38)와 많은 얘기를 한다는 그는 "선수단이 지금까지 했던 걸 다 바꿔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물론 롯데만의 문화가 있지만, 그 문화로 밀어붙였다가는 계속 7등, 8등 한다"며 "체계적이고 이길 수 있는 시스템, 선수들만의 팀워크, 이겨야 한다는 동기부여 등 여러 가지가 쌓여야 한다"며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단기간에 팀의 문화가 바뀌는 건 쉽지 않다. 김상수 역시 이를 인정하며 "3~4년, 많으면 5년까지도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현수(LG), 손아섭(NC), 추신수(SSG), 박경수(KT) 등 베테랑 선수들을 언급하며 "좋은 리더들이 방향성과 목표를 가지고 나가면 그 팀은 분명 좋아진다"고 했다.


김상수는 과거 키움 시절 투수로서는 드물게 주장(2019~2020년)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이 있는 선수다. 하지만 그는 조언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상수는 "사람은 그냥 경험하면 된다. 아무리 조언을 해줘 봐야 의미가 없다"며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그리고 경험해라'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야구 못하는 것도 경험해야 한다. 잘했을 때와 왜 다른지, 그리고 못 했을 때는 어떤 대우를 받는지 느껴야 한다"며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내면이 강해지면서 조금씩 올라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상수는 이어 "어린 선수들이 아픔을 겪고 힘들어하는 걸 겪어야 3~4년이 쌓여서 강팀이 될 것이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직 팀에 한 시즌만 있었지만 이렇듯 롯데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건 그만큼 팀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김상수는 "1년밖에 있지 않았지만, 후배들과 대화도 많이 하면서 정이 들었다. 마지막은 여기서 끝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좋다. 내가 잘하는 것도 좋지만 팀이 잘해야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2006년 프로에 입문해 올해로 프로 19년 차가 되는 김상수는 삼성 라이온즈, 키움 히어로즈, SSG 랜더스 등을 거쳤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581경기에 등판, 29승 41패 46세이브 120홀드 평균자책점 4.98의 성적을 거뒀다. 2019년 키움 시절에는 KBO 한 시즌 최다 홀드인 40홀드를 기록하며 생애 첫 1군 타이틀을 차지했다.

2022시즌 종료 후 SSG에서 방출된 김상수는 롯데와 연봉 1억 1000만 원에 계약을 맺었다.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된 그는 시즌 67경기에 등판해 52이닝을 소화하며 4승 2패 1세이브 18홀드(8위)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했다. 팀 내에서는 구승민과 함께 가장 많은 등판 횟수를 기록했고, 홀드 역시 구승민(22홀드) 다음으로 많았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이정훈(30), 윤명준(35), 차우찬(37) 등 많은 방출선수를 데려온 롯데였지만, 그중에서 김상수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롯데 관계자는 "김상수는 사실상 FA(프리에이전트)를 영입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타 팀과 영입 경쟁을 펼쳤다"고 말했다. 그 기대대로 그는 4월 한 달 동안 평균자책점 0.87로 호투를 이어가며 롯데 구원진에 큰 힘이 됐다. 5월 평균자책점은 5.23, 6월에는 11.12까지 상승하며 잠시 2군에 내려갔지만, 여름 들어 12경기 연속 무실점(7월 2일 울산 두산전~8월 4일 사직 SSG전)을 기록해 반등에 성공했다. 이후로도 14경기 연속 비자책 행진(8월 8일 고척 키움전~9월 7일 울산 삼성전)을 이어갔다. 한때 2점대 평균자책점 진입도 눈앞에 뒀지만, 9월 들어 사타구니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결장하면서 끝내 무산됐다.

특히 3연투 4차례, 4연투 한 차례를 기록하는 등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투혼을 발휘했다. 김상수는 "(체력적 문제는) 없다. 중간투수는 당연히 그걸 해야 하고, 버티고 이겨내기 위해 운동하는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2024시즌을 앞둔 김상수는 "지난해보다 잘하자"는 심플한 각오를 전했다. "예전에는 '팀만 잘하면 된다'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결국 내가 잘해야 팀이 잘한다"고 말한 그는 "내가 잘 막아줘야 불펜투수들이 성장하고, FA가 되는 (김)원중이나 (구)승민이도 좋은 성적을 내야 하니까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일 듣고 싶은 말은 '김상수가 더 좋아졌다. 강해졌구나'다. 베테랑이 된다고 스피드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더 좋아지고 범접할 수 없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기사제공 스타뉴스 부산=양정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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