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세월' 뛸 곳 잃은 왕년의 MLB 스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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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시즌 메이저리그(MLB)가 오는 29일(현지시간) 막을 올린다. 30개 구단은 야심 차게 정비한 개막 25인 로스터와 함께 6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그러나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시즌 개막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로스터에 진입하는 데 실패한 왕년의 스타들은 개막을 앞두고 벌어지는 살벌한 ‘정리해고’ 바람에 세월 앞의 무력함을 실감하고 있다. 



2016~17년 LA 다저스 시절 류현진(31)의 선발 로테이션 경쟁자였던 베테랑 선발 투수 스캇 카즈미어(34)는 지난 25일 애틀랜타로부터 방출 통지를 받았다. 카즈미어는 2000년대 중후반 탬파베이 레이스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였다. 2006, 2008년 아메리칸리그 올스타로 선발됐고, 2007년에는 239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랐다. 이후 한동안 부상에 시달렸지만 2014년 오클랜드에서 또 한 번의 올스타 시즌을 보내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역시 부상이었다. 지난 시즌을 엉덩이 부상으로 송두리째 날린 카즈미어는 지난해 12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트레이드됐다. 하지만 시범경기 등판을 마친 카즈미어를 애틀랜타는 냉정하게 방출했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는 “젊었을 때부터 꾸준히 말썽을 일으켰던 그의 건강 상태가 또다시 발목을 잡은 듯하다”고 분석했다.

현역 최다인 통산 434세이브(역대 4위)의 주인공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36)도 다시 한 번 소속 팀을 잃었다. 2002년 포스트시즌에서 LA 에인절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로드리게스는 이후 10년 이상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3차례 세이브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6번 올스타에 선발되기도 했다. 한창때는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에 초점을 맞춘 ‘케이 로드(K-Rod)’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35세에 접어든 지난 시즌부터 로드리게스는 마무리로서의 경쟁력이 급속하게 떨어졌다. 평균자책점 7점대의 극심한 부진으로 시즌 도중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서 방출됐고, 이후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여러 구단을 떠도는 처지가 됐다. 지난 24일에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으면서 ‘마이너리그 저니맨’ 이력에 한 줄을 추가하게 됐다.

요바니 가야르도(32)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재결합 역시 오래가지 않았다. 한때 밀워키의 에이스로 맹활약하며 5시즌 연속 10승을 달성했던 갸아르도지만, 볼티모어 오리올스 이적 이후 예년의 기량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밀워키로 돌아온 올해도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뚜렷한 반등세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가야르도는 결국 친정 팀에서마저 외면당하는 신세가 됐다.



현역 최고령 선수 바톨로 콜론(45)도 텍사스 레인저스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통산 240승(현역 최다)에 빛나는 콜론은 불혹 이후에도 두 차례나 올스타전에 출전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지난 시즌은 6점대의 평균자책점으로 마무리했다. 143이닝을 투구하는 동안 무려 28개의 홈런을 얻어맞았다. 그의 나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다만, 콜론은 방출 직후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텍사스 구단에 다시 합류하면서 실낱 같은 ‘현역 연장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그는 4월 2일(현지시간) 열리는 오클랜드와의 경기에 임시 선발 투수로 등판할 예정이다.

이 ‘왕년의 스타’들이 또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는 장담하기 어렵다. 아직 소속 팀을 구하지 못한 자유계약(FA) 선수들 중에도 익숙한 이름들이 여럿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R.A. 디키(44), 존 래키(40), 맷 홀리데이(38), 호세 바티스타(37)의 행선지 역시 여전히 정해지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젊고 경쟁력이 있는 마크 레이놀즈(35), 멜키 카브레라(34), 그렉 홀랜드(33)를 둘러싼 영입 경쟁도 예상된다.

야속한 세월과 차갑게 식은 FA 시장의 ‘이중고’가 왕년의 스타들을 엄혹한 봄으로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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