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최고령 선수 한채진, 20살차 남자 중학생들과 연습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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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굿디펜스 1위·출전시간 3위 등 나이 잊은 맹활약
팀 해체 위기 두 번 이겨낸 베테랑…'체력 아직 문제없습니다'




(인천=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제 친구가 일찍 결혼해서 지금 중학생 딸이 있거든요."

여자프로농구 최고령 선수인 신한은행의 한채진(36·174㎝)이 웃으며 말했다.

7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농구 인천 신한은행과 안남중학교 남자 선수들의 연습 경기가 끝나고 나서였다.

한채진은 이날 20살 넘게 차이가 나는 남자 중학교 선수들과 연습 경기를 뛰며 다가오는 2020-2021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시즌부터 리그 최고령이 된 한채진이지만 2019-2020시즌에도 평균 36분 16초를 뛰는 '강철 체력'을 선보였다.

평균 10.6점으로 2013-2014시즌 11.6점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며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평균 출전 시간 36분 16초는 리그를 통틀어 3위에 해당할 정도로 '최고령' 타이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대개 최고령 선수들이 구단과 계약이 끝나면 은퇴하는 경우가 많지만 2019-2020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한채진은 구단과 2년 계약을 했다.

한채진은 "사실 제가 리그 최고령이 되도록 운동을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팀 막내와는 17살 차이가 나고, 후배들이 가끔 장난스럽게 할머니라고도 부른다"고 말했다.

특히 7일처럼 남자 중학교 팀과 연습 경기를 하게 되면 거의 '아들뻘'이나 다름 없는 선수들을 상대로 공수에서 맞상대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코트에서 보여준 실력처럼 그는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서인지 체력에 대해 많이 물어보시는데 훈련할 때도 빠지지 않고 다 소화하니까 그 정도 체력은 괜찮다"며 "솔직히 회복력은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훈련은 저나 후배들이나 다 똑같이 힘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흔히 한채진 하면 외곽 슈터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한채진은 수비와 같은 궂은일은 물론 게임 리딩 능력까지 겸비한 선수다.

그를 지도했던 감독들이 한채진을 좀처럼 코트 위에서 빼지 못하는 이유다.

한채진은 지난 시즌에도 3점슛 성공률 4위(36.1%), 3점슛 성공 6위(44개)에도 올랐지만 굿디펜스 부문은 1위를 차지하며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수비를 안 하면 경기에 뛸 수가 없어서 수비부터 해야 공격이 자연스럽게 된다고 배웠다"며 "수비를 좋아하기도 하고, 가로채기할 때 기분도 너무 좋다"고 웃어 보였다.



한채진은 2년 전 리그 시상식 때 보인 눈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소속팀 KDB생명이 해체되면서 갈 곳이 없어진 상황에 모범선수상을 받은 그가 소감을 말하던 중 눈물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한채진은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며 "제가 주장이었는데 어린 선수들도 많았고, 제가 뭔가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고 2년 전을 떠올렸다.

그는 "저도 신입생 때 현대에서 팀이 없어지는 경험을 했다"며 "그때 막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집에서 기다리라'는 얘기를 듣고 불안하고 막막했는데 KDB생명에서도 후배들이 똑같은 질문을 저에게 하니까 2003년, 2004년 그때의 기분이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2020-2021시즌 목표도 역시 한채진에게는 팀이 우선이다.

한채진은 "최고령이다 보니 역시 안 아프고 시즌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며 "팀에 보탬이 되면서, 또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되면서 플레이오프까지 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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