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 차유람이 말하는 3쿠션 성공기 “편견을 깨고 싶었다” [MK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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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도 많이 했어요. 다시 돌아간다면 ‘안 할 거다’라고 생각할 정도예요. 지금도 많이 어렵죠.”

‘당구여신’ 차유람(33·웰컴저축은행)은 포켓볼에 이어 3쿠션에서도 실력 발휘를 하고 있었다. 2015년 은퇴를 선언한 뒤 2019년 복귀해 2년 차에 정상급으로 돌아왔다.

경단녀(경력단절녀)라는 용어는 차유람에게도 해당한다. 2015년 결혼과 출산, 육아로 4년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다만 정확히 새로운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기존 종목인 포켓볼이 아니라 3쿠션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차유람은 “3쿠션과 포켓볼은 공 크기, 천 재질, 테이블 크기, 큐 길이·두께 등 모든 게 다르다. 수영 100m를 하다가 200m도 한다는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전혀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4년 공백에도 불구하고, 차유람은 1~4라운드 단체전 투어 개인 승률 1위(12승 6패·66.7%), 3라운드 최우수선수 선정 등 3쿠션에서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복귀 첫해였던 지난해 개인전 투어 복귀 무대에서 세 차례 고배 끝에 1라운드를 통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다.

물론 마음고생도 심했다. “쉽지 않았다. 공백도 5년 가까이나 됐고. 취미도 아니고 대회에서 우승하려고 준비를 하고 선택을 했다는 게 정말 무모한 선택이었다. 3쿠션이라는 종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다. 진짜 예민하고 정말 섬세하고 다양한 구질을 구사할 수 있는 테크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시작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 ‘내가 정말 엄청 어려운 것을 하게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는 빨리 나아지고 있고 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여니까 완전히 헤매고 예선 탈락도 계속하고. 팬들이 실망하는 반응을 견디기 힘들었다.”

편견을 깨고 싶은 마음이 차유람을 성장시켰다. 차유람은 “이번에도 악플 등이 긍정적인 자극이 됐다. ‘차유람은 안 돼. 공백이 5년이나 되고 애도 키우는데 연습은 언제 하겠어’라는 생각들을 깨고 싶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포켓볼을 할 때도 ‘얼굴만 예쁜 선수’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실력에 맞지 않는 지나친 관심을 받으면서 독하게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성장도 했었다”고 돌아봤다.

3쿠션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차유람은 정신력이 강한 선수로 꼽힌다. 하지만 차유람은 “저는 물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런 (속내를) 말하면 아마 많이들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자신감 있게 경기에 나선 적이 한 번도 없다. ‘내가 연습했던 것을 못 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에 여전히 떨면서 실전을 치른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예전부터 ‘순간 집중력이 좋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종목을 바꾸면서도 그 집중력이 똑같이 나올까 생각을 했다. 3쿠션에 적응하다 보니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강점인 ‘순간 집중력’, ‘승부욕’이 나와서 스스로 놀랐다고 덧붙였다. 복식 파트너인 팀 동료 비롤 위마즈(34·터키)도 항상 “너 자신을 믿어라. 재능이 있는데 너만 널 못 믿는다. 난 널 믿는다”라고 격려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차유람보다 앞서 포켓볼에서 3쿠션으로 전향해 정상급 실력을 이어가고 있는 선배이자 라이벌 김가영(37·신한금융투자)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차유람은 “김가영 선수는 제가 큐를 놓지 않는 이상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같다. 사실 3쿠션에서도 (포켓볼 시절처럼) 함께 거론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김가영 선수는 4구로 당구를 시작했다. 아마 당구를 친지 20년이 넘었을 거다. 3쿠션도 가끔 전국대회 나가서 우승도 하고. 완전히 전향하기 전에도 이미 (공식전에서) 3쿠션을 칠 수 있는 선수였다. 반면 저는 3쿠션을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포켓볼과 달리 3쿠션에서는 김가영 선수와) 비교할 수가 없을 거로 생각했다. ‘비교 자체가 말이 안 된다’라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3쿠션에서는 (김가영 선수를 의식하지 않고) ‘나는 나대로 내 속도에 맞추자. 이건 나만의 도전이다’라면서 도전 그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뒀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차유람은 김가영을 꺾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당장 이길 거라고는 생각은 물론이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팀리그 개인전에서 만났을 때도 ‘일방적으로만 지지 말자. 최대한 내 플레이를 해보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며 “3쿠션에서는 제가 김가영 선수의 라이벌이라고 하기에는 기량이 좋은 다른 여자 선수들이 워낙 많아 무리”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휴식기, 두 아이의 육아와 사업 때문에 바쁘게 보냈던 차유람이다. 차유람은 “거의 쉬지 못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짬을 내서 훈련했다”며 “3쿠션 선수로서도 목표는 우승이다”라고 말했다.
차유람은 이번 시즌 PBA 팀리그의 선전과 달리 아직 LPBA투어에서는 예선 통과를 하지 못하고 있다. 차유람은 “아직도 (LPBA투어의) 개인전 방식에 아직도 적응을 다 못했다. 4명이 하는 예선 서바이벌에서 (이런 규정 숙지 부족 때문에) 자꾸 발목이 잡히고 있다. 여전히 많이 불안하긴 하다. 이기고 올라가야 본선을 해보기라도 할 텐데. 우선은 서바이벌에 잘 적응해서 일대일 경기를 해보는 것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우승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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