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달면 달라지는 손흥민과 황의조…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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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도 어울리는 것을 입어야 맵시가 난다. 축구 선수도 자신에 맞는 자리에 서야 실력 발휘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코로나19라는 복병에 신음하던 벤투호에서 골 폭죽을 쏘아올린 골잡이 황의조(28·보르도)가 그랬다. 황의조는 지난 17일 카타르와의 평가전에 최전방 골잡이로 출전해 1골·1도움으로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틀 전인 15일 멕시코(2-3 패)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었던 그는 2경기에서 2골·1도움으로 부활을 알렸다.

황의조가 이번 오스트리아 원정에서 보인 활약은 소속팀에서의 부진과 비교돼 더욱 인상적이다. 프랑스 리그앙 지롱댕 보르도에서 뛰는 황의조는 지난 8월부터 9경기에 나섰지만 득점 없이 도움 1개(8월 31일 앙제전)만 기록하고 있다. 소속팀에선 무기력한 그가 대표팀에서만 뛰면 훨훨 나는 셈이다. 황의조는 “대표팀 동료들과 오랜만에 모여 기분 좋게 축구를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며 활짝 웃었다.

축구 전문가들은 황의조의 ‘두 얼굴 경기력’을 포지션 엇박자와 맞춤 전술의 유무에서 찾는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황의조를 최전방 골잡이로 기용하면서 그의 침투 플레이를 살리는 전술을 마련했다. 특히 ‘캡틴’ 손흥민(28·토트넘)은 황의조의 두 골을 모두 도우며 단짝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장루이 가세 보르도 감독은 황의조가 몸 싸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측면 자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황의조가 이번 시즌 보르도에서 최전방 골잡이로 출격한 것은 9월 12일 올림피크 리옹전이 사실상 유일했다. 공격수, 특히 황의조 같은 골잡이가 골대와 가까이 있을수록 득점 확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황의조는 “소속팀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를 더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 페이스를 유지하고 싶다”고 마음 속 바람을 나타냈다.

손흥민은 황의조와는 반대로 대표팀에선 자신의 득점 능력을 꺼내놓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8골·2도움으로 득점 선두를 달리면서 ‘월드 클래스’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대표팀에서 해결사가 아닌 조력자 위치에 머물고 있다. 특히 멕시코전에서는 슈팅 하나 기록하지 못했다.

손흥민 역시 조금 더 공격적인 위치에서 뛸 때 득점이 살아난다. 손흥민이 벤투 감독의 부임 아래 A매치(축구국가대항전)에서 기록한 득점은 3골이 전부다. 최전방 공격수로 실험에 나섰던 콜롬비아전 1골을 제외하면 아시아 최약체인 스리랑커전(8-0 승)에서 나온 득점으로 객관적 평가 잣대로 삼기도 어렵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대표팀 전체를 살펴볼 때는 황의조와 손흥민이 득점을 합작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면서도 “벤투 감독도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뛸 때 더 나은 활약을 펼쳤다는 걸 확인했다. 황의조와 손흥민이 모두 득점을 터뜨릴 수 있는 전술을 찾아내는 게 2022 카타르월드컵 성공을 위한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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